요즘 지구촌 재해의 톱뉴스는 러시아의 폭염과 파키스탄의 홍수다. 지리적으로는 좀 떨어져 있지만 러시아의 폭염과 파키스탄의 홍수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러시아 중서부에서 발생한 고기압이 기록적인 폭염의 원인인데, 이것이 동시에 대류권 상층부에서 제트기류의 흐름을 변화시켜서 고기압권 바깥 지역에는 집중 호우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특히 파키스탄의 경우 이탈한 제트기류가 계절성 몬순과 만나면서 한달 평균 강우량의 여섯배가 넘는 폭우가 단 하루 만에 쏟아지기도 했다." 그 결과가 국토의 1/5이 물에 잠기는 재앙적인 대홍수이다. 당장은 '남의 나라' 일이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대재앙이 차츰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으므로 이 두 재해는 징후적이다. 우리는 다른 행성에 살고 있는 게 아니니까. 관련기사 두 가지를 자료삼아 스크랩해놓는다.   

한국일보(10. 08. 14) 열받은 지구…기후 대재앙 현실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가 몰고 온 재앙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반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는가 하면 아열대 지방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소나기가 내리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린란드 거대 빙하 붕괴 장면, 포착 위성 사진 ‘눈길’

서울 면적의 40% 크기의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지난 5일 그린란드에서 떨어져 나와 북극해를 지나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AP 통신은 이 빙하가 석유 탐사와 해상 운송이 활발한 캐나다 뉴펀들랜드 부근까지 남하하면 타이타닉호 침몰과 같은 엄청난 충돌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 빙하는 1962년 이후 북반구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로 바로 지구 온난화의 상징이 될 것이란 것이다.

기상 이변이 몰고 온 자연 재해는 홍수, 산사태, 혹서, 산불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서북부 간쑤(甘肅)성 간난(甘南) 티베트족 자치주의 저우취(舟曲)현은 지난 8일 폭우와 함께 일어난 산사태 탓에 멀쩡했던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최소 127명이 사망하고, 주민 4만5000명이 긴급 대피한 상태다.

러시아 모스코바 일원에서 일어난 산불은 푸틴 총리까지 직접 소방 헬기를 몰고 진화 작업에 나선 가운데 지난 8일 49건이던 산불이 갈수록 확산돼 830건으로 늘어나는 등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8월 평균 기온이 섭씨 24도 수준이던 것이 연일 38도까지 수은주가 치솟는 등 130년만의 최고 혹서까지 이어지는 등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밖에 독일 동부와 체코,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유럽은 물론 인도와 파키스탄 등지에서 폭우로 인한 홍수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 재앙은 직접적인 1차 피해 뿐 아니라 심각한 2차 피해까지 야기한다. 세계 3위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의 유례없는 폭염과 주요 곡창 지대인 인도 펀자브 지역의 폭우 피해로 곡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5일 극심한 가뭄에 따른 수확량 감소를 예상해 연말까지 밀을 비롯한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또 러시아 정부는 시민들의 사재기로 식료품 폭등 조짐이 보이자 쇠고기, 돼지고기, 생선, 우유, 버터, 빵 등 기초 식료품의 가격을 통제하고 나섰다. 홍수 지역은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전염병 발생의 위험을 안고 있다. 동물 시체나 각종 생활 쓰레기들이 그대로 방치돼 콜레라 등 각종 수인성 전염병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한반도는 올 여름 내내 찜통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오후부터 남해안 지역에 영향을 미칠 제4호 태풍 '뎬무'도 무더위를 누그러뜨리지 못해 찜통 더위는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1일부터 8월8일까지 총 39일 동안 일평균 기온이 1971년부터 2000년까지의 평균보다 높은 날이 무려 34일이나 많았다. 8월에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평년 대비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7월의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0.8도 높은 25.3도로, 한 달(31일) 중 평년보다 더웠던 날은 모두 26일이었다.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도 최근 11년 이래 가장 많았다. 올해 6월부터 8월8일 사이에 열대야 발생일수는 6.3일로 2000~2010년 평균(3.7일)과 비교할 때 2배에 가까웠다.

기상청은 평년보다 무더운 날이 많은 것은 인도네시아 부근 해역에서 형성된 강한 대류(deep convection) 현상에 의한 에너지가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을 강화시켰고, 적도에 치우쳐 발달한 이 고기압을 따라 서태평양의 덥고 습한 공기가 우리나라로 직접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라니냐'의 초기 현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태풍이 지나갔어도 한반도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한가운데 들어 낮 동안 기온이 더 올라갈 전망이다.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에 위치했던 7월 동안 덥고 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됐다면 이제부터는 바람도 적고 해가 쨍쨍한 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예년보다 오래 유지되면서 고온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이상 고온 역시 지구 온난화의 영향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고는 이미 30년 전 시작됐다. 월러스 스미스 브뢰커 컬럼비아대 교수가 처음으로 '지구 온난화'의 개념을 거론하면서 앞으로 기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더운 지역을 더 덥게, 추운 지역을 따뜻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날씨의 변동 폭이 더 커지면서 생활 패턴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예측 불가능한 자연 재앙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이창호기자)   

경향신문(10. 08. 14) 러·파키스탄 자연재해 ‘정치재해’로 번지나

최악의 자연재해가 닥친 러시아와 파키스탄의 정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러시아 정부는 폭염·산불로 인한 피해규모를 축소·은폐하려 했다. 국토의 5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긴 파키스탄 대통령은 재난 발생 20여일 만에 홍수 피해현장을 찾았다.

러시아 모스크바 의사들이 보건당국으로부터 사망률이 높은 ‘열사병 진단을 내리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현지 인테르팍스통신을 인용해 AP통신이 13일 전했다. 이는 최근 기상이변으로 하루 평균 사망률이 평소의 2배로 늘어난 것이 알려진 가운데 취해진 조치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정부가 열사병 규모가 알려질 경우 국민들이 공황상태에 빠질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폭염·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54명으로 집계됐지만 정확한 희생자 규모는 아무도 모른다. 러시아 관영 언론들은 ‘재난의 참상’보다도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이벤트성으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도하거나 그가 피해 주민들을 만나 보상을 약속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재난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정치분석가인 게오르기 보프트는 이날 모스크바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 정부 행보는 옛 소련의 대처 방식을 떠오르게 한다”면서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당시 정부가 공황상태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정보를 통제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즉각적으로 대피하지 못해 수천명이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체르노빌 사고 지역에까지 불길이 퍼졌다는 사실도 보도가 나간 후 뒤늦게서야 시인했다. 13일 모스크바 시청 앞에서는 폭염 중 타지에서 휴가를 보낸 유리 루즈코프 모스크바 시장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80년 만에 맞은 최악의 홍수에도 불구하고 유럽 순방에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지난 9일 귀국한 뒤 12일에야 피해지역을 처음 방문했다. 신드주 수쿠르를 찾은 그는 이재민들에게 집을 새로 지어줄 것을 약속했다고 그의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자르다리의 대처는 “너무 소극적이고 또한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재난 상황에 해외의 고급호텔에 머물며 칵테일을 마시는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알자지라 방송 등이 전했다.

자르다리의 수해 지역 방문에 대한 보도통제도 문제가 됐다. 취재는 국영방송에만 허용됐으며, 이 때문에 음성이 제거된 영상만 방영됐다. 영국 BBC방송은 주민들이 대통령을 향해 어떤 말을 던질지 두려워한 때문이라고 전했다. 파키스탄엔 앞으로도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유엔은 지난 11일 국제사회에 파키스탄 구호를 위해 4억5900만달러(약 5400억원)를 지원해 줄 것을 긴급 요청했다. 곡창지대까지 홍수피해가 확대되면서 현재까지 밀 50만t, 목화더미 200여만개 분량이 물살에 사라졌다.(김향미 기자) 

10. 08. 15. 

 

P.S. 지구 온난화론에 대한 반론도 적지는 않다. 가장 유력한 건 1500년 변동론인 듯하다(기후 변동주기론). 기후 대재앙의 원인이 지구 온난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더워졌다 추워졌다 하는) 주기적인 변동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해법은 달라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온난화에 의해서건, 변동주기에 의해서건, 우리가 '기후 변화' 혹은 '기후 대재앙' 앞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지혜는 파국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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