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문과 쟁점'을 집약한 책이 출간됐다. <천안함을 묻는다>(창비, 2010). 여전히 조사가 진행중(?)인 이 사건이 어떻게 귀결될지 궁금한데, 짐작엔 머지 않은 장래에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기 전에!)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한다. 책은 손 가까이에 둔다고 해놓고 못 찾고 있는데, 일단은 리뷰기사만 옮겨놓는다.

경향신문(10. 08. 04) 천안함에 ?를 던질 수밖에 없는 이유
<천안함을 묻는다, 의문과 쟁점>(창비)은 지난 3월26일 천안함 침몰 이후 시민사회와 과학계·언론계·군사전문가들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제기한 합리적·상식적인 의심과 의문, 과학적 반론을 집대성한 책이다.
책은 1~4부에서 사건의 발생부터 사태 전개과정, 정치·외교·안보 문제까지 두루 짚고 있다. 주목할 만한 곳은 2부다. 민·군 합동조사단의 5월20일 조사결과 발표는 ‘중간’조사 결과였다. 하지만 정부와 합조단은 5월15일 백령도 앞바다에서 발견한 어뢰 후미부 추진체 등을 20일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하며 사실상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이념·정파와 상관없는 과학자들은 정부 발표에 잇달아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 측은 묵묵부답하다 겨우 해명의 장에 나오고, 또 기존 발표 결과를 번복하기도 했다. 과학자인 서재정 존스홉킨스대 물리학과 교수와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는 ‘결정적 의문, 결정적 증거’란 글을 실었다. 이들은 ‘외부폭발’-‘1번 어뢰’-‘1번 어뢰=북한 어뢰’로 완결된 합조단 논리 중 한 가지라도 입증되지 않으면 논리적 연결고리가 끊어져 북한이 천안함을 파괴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송태호 KAIST 교수는 2일 국방부에서 “어뢰 추진부에서 20도 이상의 온도 상승은 일어나지 않았다. ‘1번’ 글씨 부분은 0.1도의 온도 상승도 없어 글씨 등이 열 손상을 입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1번 어뢰’는 고열로 타버렸을 것”이란 주장과 비교해도 좋을 듯하다. 이 교수는 책에서 “알루미늄 파우더가 프로펠러에 접촉하는 순간 액체 상태로 있어야 하는데 알루미늄 용융점은 660도이므로 폭발 때 프로펠러 인근에 그 이상의 고온이 가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라면 송 교수의 “0.1도의 온도 상승이 없었다”는 주장은 탄두에서 디스크(1번이라 쓰인 부분)보다 멀리 떨어진 프로펠러에 폭약 성분인 알루미늄이 왜 흡착됐는지 설명 못하는 셈이다.
5부 ‘천안함 사건의 출구와 해법’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최문순 민주당 의원, 강태호 한겨레신문 기자가 천안함 사건의 정치·사회적 의미와 정부의 외교 문제를 논의한 좌담이다. 1977년부터 통일 업무를 해온 정 전 장관이 구체적·현실적 진단과 해법을 제시했다. 정 전 장관은 행위 주체가 빠진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거론하며 “결론은 ‘대화로 풀라’는 것인데, 그 이야기를 들으려고 그렇게 요란을 떤 것인가”라며 “천안함 사건 이후 외교는 자해 행위가 됐다. 이 문제를 불러온 것은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 인식 결여, 철학 부재”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남북관계는 최악이었는데도 95년 6월 북한에 쌀 15만t을 지원했다”며 인도적 지원도 강조했다. 그는 “소망교회, 순복음교회에서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고 나섰다”며 “대통령은 ‘그분들이 하는 일을 말릴 수는 없지 않은가’ 식으로 화해협력으로 나갈 토대를 만들고, 6자회담이 열렸을 때 나가는 좋다”고 했다. 또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경제공동체 형성 토대가 허물어졌다”며 “‘북한 경제의 중국화’ 현상을 방치하는 것은 민족사적으로 큰 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종목 기자)
10. 08.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