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엔 주목할 만한 책들이 여럿 등장했는데, 교양과학서도 예외가 아니다. 일단 한나 홈스의 <인간생태보고서>(웅진지식하우스, 2010). 원제는 '옷 입은 원숭이(The Well-Dressed Ape)'이고,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문예춘추, 2006; 정신세계사, 1991)를 바로 연상케 한다.  

 

2008년에 출간됐으니까 '털없는 원숭이'의 최신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부제대로 '먹고, 싸우고, 사랑하는 일에 관한 동물학적 관찰기'로 읽어봄직하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나의 유쾌한 동물 이야기>(한얼미디어, 2006)로 나온 모리스의 자서전이 원래는 <옷을 입은 원숭이>(자유문고, 1987)라고 출간된 적이 있다.   

그리고 또 한권은 세라 블래퍼 허디의 <어머니의 탄생>(사이언스북스, 2010). 저자가 생소하다 싶었는데, '사라 블래퍼 홀디'라고 먼저 소개됐던 영장류학자이자 인류학자. <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서해문집, 2006; 서운관 1994)가 그녀의 대표작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란 부제대로 모성의 본질을 파헤친 책. 원서로 752쪽, 번역본으로론 1016쪽에 이르는 대저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모성의 역사를 다룬 새리 엘 서러의 <어머니의 신화>(까치글방, 1995)와 같이 읽어봄직하다.    

그리고 세번째 책은 독서 우선순위로는 제일 첫머리에 놓고 싶은 대니얼 데닛의 <주문을 깨다>(동녘사이언스, 2010)이다. 이때 주문은 '종교라는 주문'을 가리킨다. 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만들어진 신>(김영사, 2007)의 원제와 나란히 놓으면, '종교라는 주문, 신이라는 망상'이 된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철학적으로 대변하는 책"이라는 게 압축적인 소개다. 해설을 쓴 최종덕 교수에 따르면, "데닛의 <주문을 깨다>는 종교 비판서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억엔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알마, 2008)도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어 '3인방'을 구축했더랬다. 데닛의 책이 제일 나중에 소개된 셈. 그래도 만들자면 '3종 세트'다.  

   

데닛의 책은 <자유는 진화한다>(동녘사이언스, 2009)가 작년에 나왔고, 이제 남은 책으로 내가 기대하는 건 <다윈의 위험한 생각>이다. 데닛의 책으론 <내용과 의식>(2010)이 최신간으로 뜬다(1969년에 나온 첫 저작을 다시 펴낸 것이다). 한 저자를 제때 따라가는 것도 이렇듯 쉽지가 않다... 

10. 0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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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데닛은 종교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5-22 09:41 
    대니얼 데닛의 <주문을 깨다>(동녘사이언스, 2010)에 대한 리뷰기사를 옮겨놓는다(친절한 박스기사도 곁들여져 있다). 나도 조금 읽어보고 있는데, 일단 '데닛은 읽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주는 책이다.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비슷한 난이도라고 보여진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모처럼 '즐독'할 수 있는 교양서이다.     한국일보(10. 05. 22) 종교를 진화론적 관
 
 
starla 2010-05-21 07:00   좋아요 0 | URL
주문을 깨다, 가 나와줘서 저도 만세! 부르고 있습니다. 하핫.
한나 홈스 책도 참 재미있겠네요.

로쟈 2010-05-21 09:35   좋아요 0 | URL
기다리던 분들이 계시군요.^^

2010-05-21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1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1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1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ooseme 2010-05-29 10:35   좋아요 0 | URL
<주문을 깨다>의 출판일을 출판사에 문의 했을 때 4월 말에 나온다고 했었는데 결국 5월 중순이 지나서야 나오더군요. 다윈의 위험한 생각도 올해 안엔 출간된다고 하네요.

만들어진 신과 비슷한 난이도라고 하셨는데 1/4쯤 읽은 바로는 그보다는 난이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철학자가 쓴 책이라서 그런건지 도킨스만큼 명료하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네요. 철학자의 특성상 설명을 하는 것 뿐 아니라 질문도 많이 던지고요. 뭐 아직은 초반부니까 끝까지 읽어보고 다시 판단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