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작성해볼 필요가 있는 '차가 현상서'(<민주주의는 죽었는가?>(난장, 2010)를 보니 '집을 임대해 들어가고 나올 때 집의 상태를 점검하는 보고서'를 뜻한다고 한다)에 또 하나 기입되어야 할 항목은 '부동산'이다. 문제의 윤곽을 그려주고 있는 칼럼이 있어서 스크랩해놓는다. 부동산 계급사회의 실상은 '손낙구의 세상공부'(http://blog.ohmynews.com/balbadak/)도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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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10. 04. 29) 부동산 정치와 자산 계급사회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또 ‘집’이 세간의 화제다. 집 문제는 정치적으로 복잡하다. 집값이 오르길 바라는 계층, 내리길 바라는 계층이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모양이다. 집값을 떨어뜨리지 않고 무주택자의 환심을 사는 것 말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보금자리주택으로 수도권의 무주택 중산층을 현혹하고, 다른 한편으론 다양한 거래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 정책들엔 공통분모가 있다. 부동산에 대한 욕망을 정치적으로 동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치’다. 대략 2006년부터 부동산 정치는 수도권 중산층, 나아가 한국정치 전반을 보수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람들의 삶 좌우하는 ‘집’의 힘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은 주거, 자산, 자본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선 사적 자산과 자본의 성격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집’은 사람들의 삶을 좌우하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에선 부동산 불평등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총체적인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걸까? 룩셈부르크 부(富) 연구 그룹(LWS)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가계자산 중 실물자산 비중은 이탈리아(85%), 핀란드(84%) 등이 한국(80% 내외)보다 높고 캐나다(78%)나 스웨덴(72%)도 꽤 높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금융자산 비중이 40%나 되는 나라의 사례를 일반화할 수 없다. 나아가 많은 선진국에서도 자산 불평등도는 1980년대 이래 상승 추세라서 한국보다 불평등도가 높거나 비슷한 수준의 나라도 많다. 그런데도 이 나라 사람들은 ‘집’에 웃고 울지 않는다. 왜일까? 그것은 임금소득과 사회보장, 각종 공적 인프라에 의해 인간다운 삶의 ‘기본’이 충족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유럽 사회는 한국보다 소득분배가 훨씬 더 평등하다. 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 사회보장 지출의 비중을 보면, 한국은 5% 수준인데 유럽연합(EU) 회원국 평균은 24%에 이른다. 네덜란드, 영국, 스웨덴 등 많은 나라에서 전체 주택 중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은 20~40%나 된다. 한국은 겨우 5% 수준이라서 사회적 낙인효과까지 있다.
고용과 소득, 사회보장이 삶의 기본을 충족시켜주는 곳에선 누가 궁전에 살든 일반인들이 마음 쓸 바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사정이 다르다. 일자리는 불안하다. 임금 격차도 벌어진다. 퇴직연령은 당겨진다. 자영업은 망하기 일쑤다. 교육비는 감당이 안 된다. 자식의 경제적 독립도 늦어진다. 고령화로 살기는 오래 산다.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한 공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어디선가 ‘돈’이 나와야 한다. 어디서 나올 것인가?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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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공공임대주택 비중 20~40%
그래서 중산층은 온 힘을 다해 집을 사고 주식·펀드로 돈을 불리려 하지만, 부채나 금융시장 리스크를 떠안고 산다. 불안이다. 자산 하위계층은 여유자금이 없고, 부채비율도 높은 데다, 공금융기관에 접근할 수도 없어 인생이 제자리걸음이다. 절망이다. 하지만 상위계층은 자본과 정보가 풍부하며, 위기를 견디고 이용할 재력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집과 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이런 자산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 의미는 커지고 있다. 실로 ‘자산 계급사회’라고 부를 만하다. 자산 계급사회는 부동산 불평등, 투기적 금융시장, 고용불안과 소득격차, 열악한 사회보장, 투기적 산업구조의 문제가 얽혀 생겨난다. 사람들의 불안과 욕망을 도구화하는 부동산 정치가 아니라, 총체적 시스템을 개혁할 비전과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실패한다면, 부동산투기가 금융투기로 전이될지언정 자산에 따라 삶의 질과 노후, 자식의 계급까지 결정되는 잔혹한 현실은 개선되지 않는다. 한국사회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신진욱 | 중앙대 교수·사회학)
10. 04. 29.
P.S. "대략 2006년부터 부동산 정치는 수도권 중산층, 나아가 한국정치 전반을 보수화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진단과 "사람들의 불안과 욕망을 도구화하는 부동산 정치가 아니라, 총체적 시스템을 개혁할 비전과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는 처방에 모두 공감한다. "거기에 실패한다면, 부동산투기가 금융투기로 전이될지언정 자산에 따라 삶의 질과 노후, 자식의 계급까지 결정되는 잔혹한 현실은 개선되지 않는다"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선거 이후에 다시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