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강의가 끝나서 4월엔 한숨 돌리게 됐지만(5월 강의 이전에 재충전이 될까?), 3월에 마무리 못 지은 일들이 고스란히 이월됐기에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내내 부조리극을 연출하고 있는 천안함 침물 사건도 물론 마음을 가라앉게 만들고. 그렇게 무거운 마음으로 4월의 책장을 펼친다. 무엇이 보이나?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1. 문학  

신경숙 작가가 추천한 문학분야의 책은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소설집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현대문학, 2010)로 박완서 선생 외 여덟 작가의 자전적 단편을 모았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함께 펼쳐지는 박완서의 자전이나 전쟁 통에 홀로 떨어져 피난 가는 소년 이동하의 모습에서는 우리 역사가 만들어낸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들의 입장에서 쓰여진 윤후명, 사람 속에 섞이지 못하고 자신 속으로만 파고드는 여자의 내면을 고백 투로 펼쳐낸 김채원, 누구보다 뛰어난 예술가의 자질을 펼쳐보지 못하고 투신해버린 오빠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낸 양귀자를 비롯한 최수철, 박성원, 조경란, 김인숙의 자전 속에서는 작가로서의 그들의 삶만 보이는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그 작가의 삶속에 비쳐지는 우리 역사와 지금의 현실이 보인다.

생각난 김에 <얼룩 - 2010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현대문학, 2009)과 <201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작가, 2010)도 같이 묶어볼 만하다.    

세계문학의 고전들도 연이어 출간되고 있는데, 일단 눈에 띄는 건 작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헤르타 뮐러의 작품들이지만, 1930년대 미국작가 너새네이얼 웨스트의 소설들을 골라본다. 그건 <거금 100만 달러>(마음산책, 2010)이 출간됨으로써 39살에 교통사고로 요절한 이 작가의 '전집'이 소개된 셈이기 때문이다. <메뚜기의 하루>와 <미스 론리하트>, 그리고 이번에 묶여서 나온 <거금 100만 달러>와 <발소 스넬의 몽상> 등 네 편이 그가 남긴 작품의 전부라 한다. 그럼에도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포크너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대단하지 않은가! 해럴드 블룸은 <거금 100만 달러>에 대해 "이 혼란의 시대의 정전"이라고 평했는데, 그게 어떤 시대인지는 작품의 에피그라프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말했잖아요. 저는 죄가 없다고요."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걸 입증할 돈이 없지 않은가." 

'1930년대 암울한 미국사회의 축소판'을 그려냈다고 하지만, 지금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성싶지 않다. 고전은 그래서 언제나 '우리시대의 고전'이다.   

2. 역사  

이덕일 소장의 추천작은 임상혁의 <나는 노비로소이다>(너머북스, 2010). 제목의 암시대로 '노비제', 특히 '노비 소송'이라는 프리즘으로 조선시대를 들여다보는 게 핵심. 부제는 '소송으로 보는 조선의 법과 사회'다.    

저자는 노비제가 조선시대의 신분제, 나아가 사회의 얼개를 규명하는 핵심 관건이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계에서 노비에 대한 연구는 극히 소략하다. 저자는 “신분이라는 것이 지극히 법률적인 개념인데도 노비의 법적 성격에 대해 거의 외면한 채 진행된 것은 따져 볼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물론 중국과도 달랐던 조선의 노비소송을 들여다보면 조선의 시스템이 보이는 듯하다. 이 책은 노비 소송을 통해서 바라본 조선 사회의 생생한 속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흑인 노예의 역사를 다룬 정상환의 <검은 혁명>(지식의숲, 2010)도 우리와 비교해서 읽어봄직하다. 노예제에 관한 이론적 저작으론 모시스 핀리의 <고대 노예제대와 모던 이데올로기>(민음사, 1998)가 있다. 현재는 절판된 책인데, 다시 나오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작년에 핀리의 책을 모아놓고 조금 읽다가 만 적이 있다. 여차하면 다시금 시도해봐야겠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철학분야의 책은 최훈의 <라플라스의 악마, 철학을 묻다>(뿌리와이파리, 2010)이다. 철학 입문서인데, 책소개에 따르면, "기존 책들이 대부분 사고실험을 단순히 흥미 위주로 쭉 나열해놓았을 뿐이어서 특정한 사고실험이 철학사의 어떤 맥락에서 제기되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보였다면 논리학을 전공한 최훈 교수가 쓴 이 책은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 과학철학 등 철학의 주요 분야들에서 골고루 선택한 117가지 사고실험을 통해 철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고. 청소년들도 읽을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싶은데, 원조를 따지자면 양운덕의 <라쁠라스의 악마는 무엇을 몰랐을까?>(창비, 2001)도 있었다. 영어권 철학 입문서로는 로젠버그의 <철학의 기술>(서광사, 2009)도 소개돼 있다. 원제대로 하자면 '철학실습'이 딱 어울린다.   

 

개인적으론 라캉과 정신분석 관련서들이 몇 권 출간돼 반가운데, 모두 4월에 손에 들려고 하는 책들이다. '라캉 정신분석의 쟁점들'이란 부제를 갖고 있는 맹정현의 <리비돌로지>(문학과지성사, 2010)는 라캉의 사위이자 상속자 자크-알랭 밀레의 지도하에 박사학위논문을 쓰고 있는 저자의 '인간 정신의 지형도'. 국내 저자의 책으론 <라깡의 재탄생>(창비, 2002) 이후의 성과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만화책 <라캉>(김영사, 2002)을 통해서 처음 소개됐던 영국의 정신분석가 대리언(다리언) 리더의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문학동네, 2010)도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다. 어인 일인지 나는 저자를 여자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책은 "우아하고, 지적이고, 명쾌하다!"는 알랭 드 보통의 추천사도 싣고 있는데, 거기에 보태진 뒷표지의 문구는 이렇다. "알랭 드 보통보다 대담하고 지젝보다 친절하다!" 보통보다 어렵고 지젝보다 쉽다, 고 읽힌다.

     

덧붙여, 카자 실버만의 <월드 스펙테이터>(예경, 2010)도 소리소문 없이 나온 라캉주의 철학서다. 부제는 '하이데거와 라캉의 시각철학'. 저자는 기호학과 정신분석, 페미니즘을 이론적 기반으로 하여 영화와 사진을 분석한다. 이번엔 진짜 여자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추천한 정치/사회분야의 책은 한번 소개한 바 있는 박지희, 김유진의 <윤리적 소비>(메디치, 2010)다. 이젠 많이들 아는 내용인데, 책의 핵심은 '합리적 소비 VS 윤리적 소비'다.    

자급자족적인 농업문명 시대와 달리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상의 거의 모든 활동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여 활용하는 소비행위를 수반한다. 그런데 소비활동의 중요 요소인 구매 과정은 전형적인 경제활동으로서 ‘현명한’ 소비자로서 활동할 것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상품이나 서비스의 제조나 제공 과정을 살펴보지 않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용을 얻기 위해 구입하는 행위는 합리적인 소비자의 최고 덕목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 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찬양받는 ‘합리적’ 소비의 ‘비윤리성’을 고발하고, 대신 ‘윤리적’ 소비를 주장한다. 우리의 소비활동을 생태계 보존, 동물의 복지, 노동자와 제1차 생산자의 복지, 그리고 (여행과 같은 문화적 소비의 경우) 현지인들의 복지 등과 연관시켜 윤리적으로 사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보이는 '윤리적 소비'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없지는 않은데, <천규석의 윤리적 소비>(실천문학사, 2010)이 대표적이다. 관련 페이퍼로 '윤리적 소비에 관한 두 권의 책'(http://blog.aladin.co.kr/trackback/mramor/3451490) 참조.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의 추천작은 <토요타의 어둠>(창해, 2010)이다. 얼마전 언론에서 크게 다루었던 책인데, '품질경영'의 대표적 브랜드로 인식됐지만 자사 자동차의 결함에 대한 은폐로 위기에 몰린 도요타의 문제를 짚고 있다. 알고 보면, 1년에 광고비만 1천억 엔 이상씩 쓴 광고빨이었다는 것.    

이 책을 쓴 사람들은 토요타 자동차의 성능이 좋다는 이미지가 허구에 불과함을 지적한다. 그러나 사실은 자동차 판내대수와 리콜대수가 거의 똑같을 정도로 결함이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2004년에서 2006년의 기간 동안 512만 대를 팔고 511만대를 리콜해 결함률 99.9%를 기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을 소중하게 키운다는 기업이 과로사한 사람에게 산재 처리조차 해주지 않는 매정함을 보이고 있다. 토요타의 사례는 기업의 덩치가 통제불능의 수준까지 커지는 공룡화의 현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 토요타의 교훈을 새겨들어야 할 기업이 많을지 모른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어떤 시사점인가? <삼성과 도요타, 왜 최강인가?>(열매출판사, 2006)란 책 제목이 반어적으로 말해주는 듯싶다.   

 

개인적으론 자본주의 해부서 몇 권이 관심도서다. 짐 스탠포드의 <자본주의 사용설명서>(부키, 2010)은 "노동자나 자영업자 같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 쉽게 풀어 쓴 자본주의 경제학 입문서"이고, <제1권력>(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10)은 J.P. 모건과 록펠러가라는 독점재벌이 미국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를 어떻게 '주물렀는가'를 폭로한다. 히로세 다카시 버전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문화사회학자 에바 일루즈의 <감정 자본주의>(돌베개, 2010)는 자본주의를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해준다.  

6. 과학

최영주 교수가 추천한 과학분야의 책은 김병호의 <과학인문학>(글항아리, 2010)이다. 시인이 쓴 과학이야기란 점에서 <시인을 위한 물리학>(에코리브르, 2006)과는 거울상을 이루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떤 장점을 지녔을까? 

“질량이 뭐야, 아빠”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물리를 전공한 시인의 관점으로 물리학에서 필요한 근본이론을 설명하고자 노력한 책이다. 저자는 시인이 생각하는 삶의 관점에서, 고민 많은 청소년의 경험의 관점에서, 우리의 주변 일상생활에서 어려운 물리학의 개념을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때로는 철학적으로 때로는 현실적인 예를 들어 설명의 지루함을 피하게 한다. 

요즘은 뇌과학이 대세이므로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동녘사이언스, 2009)도 같이 꼽아볼 수 있겠다. 모두 지난달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은 나탈리 앤지어의 <원더풀 사이언스>(지호, 2010)와 자웅을 겨뤄볼 만하다.   

7.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김동규, 정해진의 <이 장면을 아시나요?>(생각을담는집, 2010)이다. 오페라 가수의 오페라에 관한 책이다. "오페라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 열다섯편이, 마치 그 인물들이 옆에서 내게 말을 거는 것처럼, 쓰여진 책이 나왔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곡을 불러 인기를 한몸에 안고 있는 성악가 김동규씨가 자신의 입담대로 이야기하듯이 책을 엮어 아주 재미있다."고 한다. 소개를 보니, 라디오 프로그램의 인기코너를 엮은 것이다. 

CBS-FM <아름다운 당신에게> 최고 인기 코너 ‘이 장면을 아시나요’에서 소개된 오페라만 해도 무려 30여 편. 한 장면 한 장면이 아닌, 오페라 전체를 들려주고 싶은 욕구로 바리톤 김동규는 “아니, 오페라가 뭐하는 데 쓰는 물건이여?”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오페라가 별 게 아녀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오페라의 황홀한 세계로 안내한다.

오페라 애호가라면 돌라르와 지젝의 <오페라의 두번째 죽음>(민음사, 2010)도 같이 꽂아둘 만하다. 오페라 광팬이라는 두 저자가 각각 모차르트와 바그너의 오페라를 철학적으로, 정신분석학적으로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짐작엔 오페라에 관한 가장 고난도/고감도의 책이지 않을까 싶다. 지젝이 밝힌 취지는 이렇다.    

“근대기 주체성의 시대와 대체로 일치하는 시대에, 어떤 극적 사건을 상연하는 일부로서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것이 가능했다. 따라서 우리는 오페라의 역사에서 주체성의 역사를 구성하는 추세들과 변동들의 발자취를 찾아보고 싶은 것이다.”

 

8. 교양  

이한우 기자가 고른 교양분야의 책은 랠프 네이더의 <열일곱 개의 전통>(재인, 2010)이다. 랠프 네이더? 소비자-시민 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랠프 네이더, 우리에게는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자운동의 선구자 정도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자신의 성장과정에서 레바논계 부모님으로 받은 교훈을 아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네이더는 당당하게 말한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둘 다 거의 백 년을 살았다. 우리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의 풍부한 경험에 바탕을 둔 통찰과 지혜의 도움을 받았다.” 어머니는 늘 네이더 형제들에게 듣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경청의 전통, 가족식탁의 전통, 자녀평등의 전통, 독립적 사고의 전통, 애국의 전통, 시민생활의 전통 등 부모와 자연 그리고 공동체로부터 익힌 17개의 자랑스러운 덕목을 마치 곁에서 이야기하듯 들려준다.

결들여, 요즘 사회-시민운동엔 전통 대신에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 앤디와 마이크의 <예스맨 프로젝트>(빨간머리, 2010)에도 눈길을 줄 만하다(관련기사는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6931.html 참조). 광고카피였던 '유쾌-상쾌-통쾌'는 이들의 작업에도 더없이 유효한데, 이런 사진은 어떤가. 



예스맨이 어떤 천재지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서바이버볼’을 입고 해변을 거닐고 있다. 테러 방지에 안달한 사회를 풍자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다큐멘터리 <예스맨 프로젝트>의 한 장면.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추천한 실용서는 김효정의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일리, 2010). 저자는 영화프로듀서인데, 특이한 것은 사막 횡단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그녀가 구른 것은 영화판만이 나니었다. 사막의 모래밭을 굴렀다.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고비(중국),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칠레), 가장 뜨거운 사하라(이집트), 가장 바람이 세게 부는 남극 대륙을 달렸다. 이 네 곳의 사막 레이스를 완주한 사람을 그랜드 슬래머라고 한다. 여성으로서는 아시아 최초, 세계에서는 세번째란다. 나는 이 그랜드 슬래머를 줄여 ‘글래머’라고 부르고 싶다.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다.

이 정도면 '실용서'가 아니라 '모험서'로 분류해야 될 듯싶지만, 여하튼 '꿈을 향해 도전하는 젊음'이란 이미지에 잘 맞는 이야기가 펼쳐질 듯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오늘도'의 컨셉이 그런 것이겠다. 덩달아 <나는 오늘도 유럽출장간다>(부키, 2008), <나는 오늘도 춤추러 간다>(마젤란, 2007) 등의 타이틀에도 눈길이 간다. '실용서'가 무엇인지도 감이 좀 잡힌다.   

10. 오늘의 영화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오늘의 영화'다. 계기가 된 건 영화평론가 허문영의 <세속적 영화, 세속적 비평>(강, 2010). <씨네21>의 편집장을 역임한 저자의 영화평은 자주 읽어봤지만 한데 묶어놓으니 중럄감이 다르다. 그의 비평은 '표준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개성적'인 쪽에 가깝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저널리즘적 비평에 몸담고 있었지만 별로 구애받지 않았다는 의미다. 말미에는 동료 평론가인 정성일, 김혜리의 유익한 발문도 수록돼 있다. 더불어 '오늘의 영화'에 대한 흥미도 자극한다. '강의 영화' 시리즈에는 '우리시대의 감독'도 예고돼 있는데, 임권택, 김기덕 감독과의 대담은 정성일, 그리고 홍상수 감독과의 대담은 허문영, 박찬욱 감독과의 대담은 김영진 평론가가 각각 맡고 있다. 기대가 되는 근간들이다.  

10. 04. 01.  

P.S. 이달의 '의무방어전'을 치른 기분이다.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만을 덧붙인다. 이달의 고전작가라고 해도 되겠다. '가장 러시아적인 작가'로 꼽히는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작품들이다.  

"니콜라이 레스코프, 그야말로 진정한 작가다"라고 톨스토이는 평했는데, 톨스토이가 남을 칭찬한 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 대표적인 중단편을 묶은 <왼손잡이>(문학동네, 2010)가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됐고, <괴물 셀리반>(닮, 2006)과 <러시아의 맥베스부인>(소담출판사, 2006)은 수년 전에 출간됐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이야기꾼'이기도 한 레스코프의 면모를 확인해볼 수 있겠다. 발터 벤야민의 레스코프론은 유명한데, 이렇게 말했다.  

이야기꾼이 지닌 재능은 그의 전 생애를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야기꾼이란 그의 삶의 심지를, 조용히 타오르는 그의 이야기의 불꽃에 의해서 완전히 연소시키는 사람이다. 레스코프와 같은 이야기꾼을 둘러싸고 있는 비교할 수 없는 아우라는 바로 여기에 기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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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3 0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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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3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