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프 하임 예루살미의 <프로이트와 모세>(즐거운상상, 2009)가 출간됐을 때 모아놓고 읽어보려다가 기회를 놓친 바 있는데, 이번에 얀 아스만의 <이집트인 모세>(그린비, 2010)가 새로 출간됐기에 다시 되살려볼까 한다. 프로이트의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 그리고 에드워드 사이드의 <프로이트와 비유럽인>(창비, 2005)가 내가 염두에 둔 책이다. <이집트인 모세>에 대해서는 서평기사를 옮겨놓는다.
경향신문(10. 01. 16) 유일신교의 종교적 적대성 분석·해체
인류는 늘 평화를 외치면서도 편을 갈라 충돌하고, 전쟁과 살육까지 벌인다. 그 갈등의 뿌리에는 종교간 분쟁이 많다. 종교간 분쟁의 핵심에는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 등 유일신교들이 얽혀있다. 고대 다신교들과 달리 유일신교의 등장은 ‘구별’을 낳았다. 나 이외의 신을 섬기지 말라는 것은 곧 우상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신앙공동체간 배제와 차별·적대를 불렀다.
독일의 저명한 인문학자 얀 아스만의 <이집트인 모세>(원제 MOSES THE EGYPTIAN:The Memory of Egypt in Western Monotheism)는 유일신교의 탄생과정을 추적, ‘모세 구별’(유일신교적 구별)이 서구사회에 어떻게 기억되고 재생산되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구별·배제의 근원을 드러내는 이 작업은 곧 그 구별의 해체를 통해 구별이 낳는 적대성을 극복해내는 일이어서 의미가 크다. 종교적 적대성은 기독교·이슬람교 근본주의 간의 충돌, 이주자에 대한 차별·배제 등에서 지금도 작동하기 때문이다.
부인 알라이다 아스만과 함께 문화적 기억이론으로 유명한 저자가 제시한 ‘모세구별’은 “종교에서의 진리(참 종교)와 거짓(거짓 종교) 사이의 구별”을 말한다. 출애굽을 실현한 모세는 유일신을 내세우고, 우상숭배를 금지함으로써 이집트와의, 다신교와의 구별을 지었다. 유일신교들은 “그들 밖의 다른 모든 종교들을 이방인·우상숭배로 배척”하기에 근본적으로 ‘반종교’다. 적대성을 배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종교적 적대성 극복을 위해 저자는 이집트인인지 히브리인인지 논란이 이는 “역사적 모세”가 아니라 “기억되는 인물로서의 모세”를 내세운다. 성경 속 모세·유대인 모세가 ‘모세구별’을 낳는다면, ‘이집트인 모세’는 “구별·적대가 아니라 화해를 구현”하기 때문이다.
이미 모세를 이집트인으로 보고, 이 책에서처럼 유일신교의 시원을 모세가 아니라 기원전 14세기 이집트왕 아나케톤으로 분석한 것은 프로이트의 마지막 논문 <그 사람 모세와 유일신교>(국내엔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로 출간)다.
저자는 “모세구별의 가장 노골적 반대자, 그 잔인한 구별을 해체하고자 한 이는 유대인 프로이트”라며 자신의 작업도 “(프로이트 이후)학계가 잊어버린 질문들을 기억하고 되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한국 지식계에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고, 신자유주의의 분석·해체를 시도하자는 취지로 출간되는 ‘프리즘 총서’의 첫 책이다. <헤겔 또는 스피노자> <그림은 무엇을 원하는가> 등이 뒤를 이어 나올 예정이다.(도재기 기자)
| 종교의 기원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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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이트와 비유럽인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주은우 옮김 / 창비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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