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화영 선생의 새 평론집 <소설의 숲에서 길을 묻다>(문학동네, 2009)도 이번주 신간인데, 나는 서점에서 보고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첫째는 <소설의 꽃과 뿌리>(문학동네, 1998) 이후 11년만에 나온 평론집이란 점이고, 둘째는 그럼에도 분량이 300쪽이 채 되지 않는다는 점. 지난 10년간 발표된 국내 소설들을 거의 다 읽었다고 자부하고 있으므로 저자의 게으름과는 무관하다. 길을 묻고자 하는 '소설의 숲'이 울창하지 않았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적어도 저자가 보기에는. 인터뷰기사가 있기에  스크랩해놓는다. 

세계일보(09. 10. 31) “소설가 늘었지만 훌륭한 장편 없어”

문학평론가 김화영(68·사진)씨가 새 평론집 ‘소설의 숲에서 길을 묻다’(문학동네)를 묶어냈다. 프랑스문학 전공자로 유려한 미문과 자유로운 글쓰기를 통해 한국 문단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해왔을 뿐 아니라 번역자로서도 성가가 높은 그가 최근 10년 동안 읽어온 한국 소설에 대한 평문들을 집적한 책이다. “육체는 슬프도다, 오호라,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읽었노라”는 말라르메의 시 첫 구절을 인용하며 “지난 10여년 동안 나는 이 나라에서 발표되는 거의 모든 소설을 다 읽었다”고 서문에 밝힌 그에게 그 기간 동안 한국 소설을 공통으로 관류한 특징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신중한 답변이 돌아왔다.  

“긍정적인 건 소설가 수가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작가들이 많다 보면 훌륭한 작품이 나올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겠지요.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다보니 너무 쉽게 쓰고 쉽게 책을 내는 환경이 돼버렸어요. 단편소설에 너무 진을 빼다 보니 이렇다 할 장편소설이 많지 않아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신경숙의 ‘리진’과 조경란의 ‘혀’, 윤대녕의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를 집중적으로 분석했고 2부에서는 박완서 박범신 은희경 하성란 오정희 전경린 김영하 윤성희 김연수 편혜영 정한아 등 그가 10여년간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 선정작업에 참여하면서 특별히 주목했던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분석을 담아냈다. 마지막 3부는 한국의 시단과 독서계를 짚어보는 글을 모았다.

그는 서문에서 “이 나라 대학이 팽창하면서 문학비평이 일종의 ‘제도’ 속에 흡수 정착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경화현상”을 적시하면서 “소설은 비평적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예문들의 저장고가 아니라 비평이 그 생명줄의 빨대를 박고 길을 찾아가야 할 실물대의 지형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수입 이론에 꿰어맞추기 위해 작품을 이용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소설은 그 소설을 읽는 방법을 그 속에 암시적으로 내장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읽기와 쓰기를 거듭해왔다는 부분은 각별히 인상적이다. 그는 토도로프의 말을 인용하면서 “문학비평가, 문학교수, 그 밖의 전문가들은 단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선 난쟁이들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김화영씨는 1986년부터 시작한 알베르 카뮈 전집 번역작업을 올해 안에 끝내고 내년 카뮈 사후 50주년을 앞두고 전20권을 완간할 예정이다. 그는 “카뮈는 평생 정의와 자유가 어떻게 서로 화해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정의 이전에 자유의 편이었다”며 “세월이 흘러도 결코 낡지 않은 작가”라고 상찬했다. 월간 ‘현대문학’에 번역 연재 중인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앞으로도 최소한 10년 이상 걸릴 작업이란다. 그는 “남은 인생에서도 읽고 쓰고 번역하는 일은 여전히 중심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조용호 선임기자) 

09. 10. 31.  

P.S. 카뮈 전집 출간에 이어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역하겠다는 저자의 계획이 눈길을 끈다. <현대문학>에 너무 조금씩 연재되고 있어서 '완역'되진 않을 걸로 알았는데, 10개년 계획이다! 원로 불문학자 홍승오 선생의 번역을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으며 프루스트와의 만남은 10년 뒤로 잡아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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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2009-11-0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평론집이 나온것도 반갑고..프루스트를 완역하겠다는 계획도 반갑군요..
"길을 묻고자 하는 '소설의 숲'이 울창하지 않았다는 반증으로 보인다."..동갑입니다.

2009-11-01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Elyot 2009-11-0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요즘 책방에 가면 나와있는 11권 짜리는 어떤가요 ? 너무 읽고 싶은 작품이지만, 번역이 어떤지 몰라서 늘 미루어 두었었는데요 ...

로쟈 2009-11-01 11:32   좋아요 0 | URL
나쁘진 않은 걸로 압니다. 하지만 7권짜리가 11권으로 쪼개진 게 마음에 안 들고(제가 갖고 있는 건 7권짜리이고요), 더 나은 번역으로 읽고 싶은 마음에 새번역을 기다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