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과 '다중'의 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의 새 책이 출간됐다. <굿바이 미스터 사회주의>(그린비, 2009). 지난달에 원서를 구한 책이어서 번역본은 뜻밖이다. 분량이 많지 않은 대담집이라 사회주의 이후의 좌파 운동의 현황과 향방을 훑어보는 데 유용할 듯싶다. 이 저명한 좌파 이론가를 가이드 삼아서(번역본의 표지는 너무 유순한 듯싶다. 마치 백기를 들고 투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일보(09. 07. 18) "사회주의여, 또 다른 가능성을 추구하라" 

백남준이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이름을 떨쳤던 계기는 1984년 전세계에 동시 중계된 위성 라이브 프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었다.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이탈리아의 좌파 사회학자 안토니오 네그리(76)는 "굿바이 미스터 사회주의"(Goodbye Mr. Socialism)라고 외친다.

 

시류에 흔들리는 '대중'도, 혁명적인 '민중'도 아닌 '다중'이라는 탄력적인 개념을 제시했던 그가 이탈리아의 진보적 지식인 라프 발볼라 셀시(52)와 머리를 맞댔다. 공산주의 몰락 이후 위축된 좌파 운동 혹은 민주주의가 지금 어떤 모색과 변환을 겪고 있는지가 두 지성의 대화 속에 드러난다.

"스페인에는 현재 노동력을 구성하는 35%가 비정규직 형태의 노동에 종사합니다. 프랑스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인턴십이 조직되고 있어요."(131쪽) 유럽이 겪고 있는 사회 양극화 현상에 대한 네그리의 말이다. 노동시장의 국제화에 따른 이주노동자 문제를 두고 네그리가 "노동 발전과 기술 혁신의 진행에서 기업은 이민자를 선호하기"(117쪽) 때문이라고 원인을 짚는 대목은 한국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네트워크의 변혁에 대한 네그리의 강조는 한층 심화됐다. 네그리는 그 같은 경향을 "새로운 관계들과 지식의 발견에서 오는 행복"(83쪽)이라며 강하게 긍정한다. 그의 통찰, 예를 들어 "좌파는 쇠락의 형국에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40쪽) 또는 "인터넷은 복잡성이 증가할수록 쓰레기로 더 뒤덮인다"(101쪽) 등은 문명비판적이다. 나아가 "1995년 이래로 지구를 장악해 온,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쓰레기"(83쪽), "미국에 대항해서 대안적 세계화의 문을 열어라!"(190쪽)는 등의 표현은 격문이 제격일지 모른다.

그가 기대는 가치는 자유와 민주다. 그는 "자유는 사람들의 두뇌 안에 있는 고정자본"이라며 "상상하고 소통하고 언어를 발전시키는 자유"를 강조한다.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오직 자유뿐"(201쪽)이라는 것이다. "공동체의 네트워크에 기반한 혁명적 민주주의"는 결과로 주어지는 선물인 셈이다. 계급 이익에 골몰하기 일쑤인 유럽 좌파의 행태와 관련, 그가 노동계급의 이기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대목은 시사적이다.

책을 옮긴 박상진 부산외대 이탈리어학과 교수는 "사회주의에 안녕을 고하며 새로운 이성을 꿈꾸는 네그리는 이성의 가능성에 신뢰를 보낸다는 점에서 일종의 근대주의자"라며 "현실 사회주의와의 결별은 또 다른 가능성의 추구이면서 새로운 문명을 향한 충동"이라고 말했다.(장병욱 기자) 

09. 0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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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7-19 22:41   좋아요 0 | URL
굿바이 미스터 사회주의 드뎌 나왔군요ㅋ 기대됩니다.

로쟈 2009-07-19 23:03   좋아요 0 | URL
네, 책들은 계속 나오는데, 누가 다 읽을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