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로 <로쟈의 인문학 서재>(산책자, 2009)가 나온 지 한달이 지났다. 책이 나온 이후에 몇 차례 인터뷰를 했거나 하게 될 예정이고, 지난 금요일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치렀고, 책사랑강좌 회원분들과 '성대한' 출판기념회를 가졌고, 어제는 TV '책 읽는 밤' 프로의 패널로 참여해 녹화를 마쳤다(내 책을 소개하는 자리는 아니고, 패널 추천도서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리였는데, 내가 추천한 책은 서경식의 <고뇌의 원근법>이다). 그런 게 책의 '여파'이고 근황이다(이런저런 일로 일주일에 7권 이상을 읽어야 하는 게 '살인자' 로쟈의 '살인적인' 근황이다). 두 주쯤 더 지나면 잠잠해질 듯하고, 다시 나만의 독서와 밀린 글쓰기를 위한 잠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현재로선 그게 바람이다). 주말 북리뷰들을 읽어보다가 그런 '여파'와 관련된 칼럼이 있어서 스크랩해놓는다. '블룩'을 내는 바람에 '무시할 수 없는 블로거'의 한 사람이 된 로쟈에 대한 언급이 들어 있다. 

경향신문(09. 06. 27) [책동네 산책]끼어? 말어? 무시할 수 없는 블로거들의 세계 

지난주 인터넷에 블로그 계정을 하나 텄다. 블로그를 ‘만들었다’가 아니라 ‘계정을 텄다’인 것은 일단 공간을 확보했을 뿐 아직 ‘공사 중’이란 뜻이다. 블로그 개설이 처음은 아니다. 몇년 전 기자들에게도 블로그 바람이 불었는데 이때 만들어 제법 진지하게 글을 몇개 써서 올렸지만 얼마 안가 그만 뒀다. 게으름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조각 글이라도 메모를 해놓고 나중에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더 큰 이유는 출판계 사람들을 만날 때 파워 블로거나 블로그 세계의 현안을 모르면 머쓱해지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로쟈가 뭐뭐라고 썼던데…”라고 말을 시작하는데 내가 “예? 무슨 ‘쟈’라고요?”라고 되묻고, 상대방이 한심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상황을 말한다. 그 순간 ‘나이도 젊은데, 더구나 기자라는 사람이…’라는 상대방의 속말이 들리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의 블로그 개설엔 어떤 압박감 같은 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나와 비슷한 ‘블로그맹(盲)’들을 위해 잠깐 설명드리자면 여기서 ‘로쟈’란 인문서적에 대해 가공할 정도로 넓고 깊게 서평을 올리는 ‘로쟈의 저공비행’이란 블로그의 주인장을 말한다. 그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엮은 단행본 ‘로쟈의 인문학 서재’(산책자)도 최근에 나왔다. 블로그와 책의 합성어인 ‘블룩(blook)’인 셈이다. 



사회·문화변화에 대해 신조어 72개를 소개하고 비판적 논평을 곁들인 ‘미래시민개념사전’(21세기북스)이라는 번역서를 보면 ‘라이프 캐싱(life-caching)’이란 단어가 나온다. 휴대용 전자기기와 전자적 저장장치가 흔해지고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자료를 저장하는 게 흔해지면서 사람들이 공적인 자료든 사적인 신변잡기이든 디지털 형태로 축적하는 데 열중하는 현상을 말한다. 틈만 나면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리고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이른바 ‘블록질’을 연상하면 되겠다. 



새로운 필자와 콘텐츠에 항상 목말라하는 출판계에 입장에서는 이런 라이프 캐싱 풍조가 반가웠을 것이다. 출판사들이 블로그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이다. 실용서가 주종을 이루지만 앞서 언급한 블룩, 즉 블로그를 발굴해 나온 책들의 목록이 꽤 길다. 요즘엔 영역이 넓어지면서 글쓰기에 재주가 있는 전문직 또는 전업작가들의 글이 블로그에 어느 정도 고이면 책으로 묶어내거나 아예 출판계약을 맺고 블로그에 연재하는 경향도 있다. 블로거들의 서평이 베스트셀러 진입 여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출판사마다 블로거 마케팅에도 무척이나 신경을 쓴다. 책의 성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신간이 블로거들에게 ‘씹히면’ 큰 타격을 예상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블로그와 집단으로서 블로거들의 파워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그럴수록 블로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던 나 같은 사람이 느끼는 압박감도 커진다. ‘미래시민개념사전’ 방식으로 이름을 붙이자면 ‘디지털 지체 공포증’ 정도 되지 않을까.(김재중) 

09. 06. 27. 

P.S. 중간에 <기획회의>의 이미지를 집어넣은 건 250호 특집이 '블로그의 진화'이기 때문이다. 특집기사들 외에 '출판계 리포트'란에서도 인터넷 북리뷰와 블로그들에 대한 글을 싣고 있는데, 필자는 김성동 알라딘 웹기획마케팅팀장(간단히 말하면 '서재지기')이다. 로쟈에 대한 코멘트도 있어서 옮겨놓는다.  

로쟈, 물만두, 글샘, 마노아, 울보, 아영엄마, 이매지, 바람구두, 하이드, 아프락사스, 마태우스, 세실, 순오기, 진우맘, 로드무비, 조선인, 드팀전, 마냐, kimji 등의 닉네임을 본 적이 있는가? 알라딘의 유명 리뷰어다. 이들 중 '로쟈'는 특히 몇 년 사이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리뷰어다. 2009년 5월에는 <로쟈의 인문학 서재>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서재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추려 출간까지 하였고, 출간된 지 한달도 안되어 알라딘에서만 1,000부 이상 판매가 되었다. 현재 알라딘 인문학 주간베스트셀러 1위를 2주째 하고 있다.  

2004년 이후 6년째 매일 두세 편 이상의 인문학이나 러시아 문학 북리뷰, 책 관련 글을 올리고 있다. RSS 구독까지 감안하면 하루에 2,000명 가까운 이들이 매일 로쟈가 쓴 서재블로그의 글을 읽는다. 로쟈는 전통적인 독자서평 형태의 리뷰도 쓰지만 한 포스트에서 이 책 저 책 혼합 언급하여 비교하고 분석하는 새로운 블로깅 스타일의 글을 잘 쓴다. 또 책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따로 두는 게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책으로 이야기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하여 그가 올린 글들은 그런 성격을 잘 보여준다. 로쟈의 서재블로그를 찾는 이들은 이런 로쟈의 총체적인 블로거로서의 성격에 관심을 갖는다. 로쟈가 책 머리말에서 얘기하듯이 책은 블로그와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는 블로그와 책의 합성어인 블룩이다.  

흠, 아무튼 이런 것이 대략 로쟈의 대한 일반적인 평인 듯하다. 간간이 '안티-로쟈'를 자임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젠 어찌해볼 도리 없이 '유명 리뷰어'에다가 '유명 블로거'이다. 이러다가 묘비명에도 '블로거'란 말이 들어가게  되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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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디북을 주세요 - 책의 새 이름에 대하여
    from 꿈노리 2009-06-27 13:12 
    예전에는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 지은이, 내용, 출판사, 가격 등에 주로 눈길이 머물렀다. 이젠 일단 "전자판"이 있나 없나가 일차 관심이다. 일단 전자판이 없다면 관심 끝. 구글에 가서 관련 주제를 찾아 디노마드의 소풍을 떠난다. 디노마드의 재산은 시간. 돈으로 안되니 시간으로 밀어 붙이는 거다.
 
 
2009-06-27 1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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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7 16: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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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7 1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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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7 16: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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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7 15: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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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7 16: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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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6-2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