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락의 전이 - 현대프랑스철학총서 33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만우 옮김 / 인간사랑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이미 앞서의 독자서평에서도 오역이 지적됐지만, 지젝의 아주 재미있는 책이 너무나도 재미없게 번역되었다. 최근에 나온 번역서들 가운데 가히 압권이라 할 만하다. 라캉의 미로와 같은 원전보다도 더 난해하다니! 문제는 문맥은 물론이거나 기본적인 문법도 무시한 채 용감무쌍하게 번역을 진행해 나갔다는 데 있는 듯하다.(편집자는 왜 말리지 않았을까?) 오역의 향락이라고나 할까... 인용된 대중문화 텍스트들 거의 대부분을 역자는 경험해 보지 못한 거 같고. 심지어 데이빗 린치의 그 유명한 영화/TV시리즈 <트윈 픽스>조차도 '두 극단'이라고 옮긴다. 그런데 그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그보다 더한 극단적 오역들이 수두룩하다. 책의 역자와 편집자에 대한 정신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책을 왜 낸단 말인가?

저자 지젝이 난해한 작가라면, 정상을 참작해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출간돼 있는 다른 번역본들이 비교적 용이하게 읽히는 걸 보면 사정은 그렇지도 않다. 항상 정신분석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라캉에게 물어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슬로베니아 출신의 이 다재다능한 정신분석학자는 얼마나 재미있게 써내는가! 이 책을 통해 지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가급적 없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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