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비평 - 이론과 실제
크리스토퍼 노리스 지음, 이현주 옮김 / H.S MEDIA(한신문화사)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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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크리스토퍼 노리스의 <해체비평 Deconstruction: Theory and Practice>의 증보판(1991)을 번역한 것이다. 1982년에 나온 초판이 해체비평 혹은 해체론에 대한 입문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에 노리스는 비평가로서의 명성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오해도 만만찮아서 저자는 이 증보판에는 특별히 후기를 달아서 그간의 오해에 대한 답변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입문서이긴 하지만, 저자의 독자층으로 간주하는 이들은 현대 문학이론의 최신경향에 관심을 가진 대학생/대학원생이거나 대학교수일 듯싶다. 따라서 문학이론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이는 읽어내기가 수월찮다. 게다가 우리말 번역 또한 깔끔한 것은 아니어서 '이게 과연 입문서가 맞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해체비평에 대해 좀 아는 사람에게는 별로 새로운 내용이 없어 보이고, 문외한에게는 불친절해 보인다.

번역의 문제. 가령, '전환사'(혹은 '전이사')로 옮겨지는 야콥슨의 shifter 같은 용어가 '이동장치'(15쪽, 142쪽)로 옮겨진다거나, 바타이유의 '일반경제'가 '보편경제'로 옮겨지고(96쪽), 'answerable style'이 어느 곳에서는 '어울리는 문체'로 또 다른 곳에서는'책임있는 문체'로 표기되고 있다. 프로이트의 위상학 topology(혹은 위상심리학?)이 '지역행동 심리학'(155쪽)으로 번역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그냥 읽어나간다면, 해체비평의 '실제'에 대항하는 6장(미국의 해체비평)이 그런 대로 읽을 만하다. 주로 예일학파의 비평가들의 실제비평과 데리다와 오스틴/써얼의 논쟁을 다루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책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본문이 아니라 참고문헌이다. 거의 60쪽에 달하는 목록은 해체비평의 현황에 대한 풍족한 눈요기를 제공한다 (메뉴만으로 배가 부르다?). 게다가 원어 그대로를 싣고 있어서 번역의 문제도 제기되지 않는다... 노리스의 책으로는 <데리다>(시공사)도 번역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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