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성과 권력
권택영 지음 / 문예출판사 / 1998년 11월
평점 :
절판


프로이트 읽기의 첫번째 단계는 물론 직접 프로이트를 읽는 것이다. 아주 드물게, 독어본을, 아니면 표준판 영어본을, 그도 아니면 가까이에 있는 우리말 프로이트 전집을 읽는 것. 그의 <꿈의 해석>(1900)이 나온 지 이제 딱 100년이 되었다. 우리의 경우, 이미 몇몇 출판사에서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 붐을 조성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프로이트의 혁명성(!)은 많은 이들에게 그다지 실감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그저 상식 퀴즈에서나 '무의식-프로이트-오이디푸스 콤플렉스'짝으로 이해될까. 아직은 가깝고도 먼 프로이트...

저자인 권택영 교수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정신분석학, 혹은 욕망 이론을 줄기차게 강의하고 또 소개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책은 그러한 저자의 여정에 있어서 중간 매듭 정도의 의미를 갖는 듯하다. 저자의 시각에 의해 정리되고 재구성된, 간결한 프로이트를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프로이트의 성이론의 혁명성과 보수성이 이후의 정신분석학자들과 페미니스트들에 의해서 어떻게 수용되고 또 변형되었는지 저자는 특유의 스타카토 문체를 통해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안내한다. 그러면서 은유나 환유, 나르시스적 주체 등에 대한 생각도 덧붙이고, 탈식민주의 이론가들의 프로이트 읽기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책은 저자의 총체적인 프로이트 읽기/해석의 예비적인 밑그림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저자는 맺음말에서 '더 좋은 글을 위한 초석일 뿐'이라고 적고 있다.) 다만, 프로이트를 처음 읽는 초보 독자들에게는 더디 읽히는 면도 있을 듯하다.

욕심을 낸다면, 해체론 시대의 프로이트나 탈식민주의의 프로이트를 잘 조명해 주는 글들이 번역되는 가운데, 이 책이 놓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작품(텍스트)은 없고 작품(텍스트) 비평만이 앞서는 우리의 풍토는 아무래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옥의 티라고 할 만한 오타 하나. 117쪽에서 '말하기보다 글쓰기를 우월하다고 본 서구 형이상학 체계'는 물론 '글쓰기보다 말하기를 우월하다고 본 서구 형이상학 체계'의 오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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