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예쁜 유전자만 살아 남는다
낸시 에트코프 지음, 이기문 옮김 / 살림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적어도 저자의 함축적인 주장에 의하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가장 예쁜 유전자만 살아남는다는 것. 왜? 미에 대한 감식안을 우리는 유전적으로 타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인)에 대한 우리의 지극한 관심이 선천적이라 하더라도, 미에 대한 책까지 읽어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무리 유혹적인 표지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 책에 대한 미디어 리뷰는 화려하다. 거의 모든 일간지가 이 책에 대한 서평과 리뷰를 실은 바 있고, 그에 이끌려서 한달쯤 전에 구입했지만, 한달이나 걸려 읽은 감상은 좀 맥빠지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점이 이 책을 매혹적으로 만드는지 전혀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하버드 의대 교수라는 사실이 얼마간의 기대를 더 부추기기도 했지만, 많은 자료들을 나열한 것 말고는 저자가 무얼 덧붙였는지 의심스럽다.

이미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혹은 동물행동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짝짓기 패턴이나 미에의 편향을 다룬 책들은 여러 권 나와 있다. 개인적으로, 데이빗 부스(<욕망의 진화>)나 헬렌 피셔(<사랑의 해부학>) 같은 저자들의 책을 재미있게 읽은 바 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에 이 책을 집어들었지만, 5분 정도의 다이제스트 읽기로 충분한 책이라는 감상을 지우기 어렵다.

물론 전혀 소득이 없는 건 아니다. '결국 미는 터무니없이 불공평하다. 그것은 유전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결론을 통해, 결국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가 행하는 선택과 우리를 부추기는 힘을 보다 잘 인식해서, 우리 유전자의 흥미가 아닌 우리 자신의 흥미 속에서 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는 데 기꺼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번역과 편집도 아쉬움을 남긴다. 가상하게도, 상당 분량의 주해를 옮겨놓았지만, 본문의 역자와 달라서인지 인명과 서명에서 본문과는 다른 번역이 여러 개 있고, 오역으로 보이는 대목도 몇 군데 보인다. 샤를르 보들레르를 찰스 보들레르로 옮긴 것까지는 그렇다 해도, 디드로(Diderot)를 디데롯이라고 옮겨 놓은 것에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 아무래도 너무 서둘러 책을 내지 않았나 싶다.

책에 대한 아쉬움은 아쉬움이고,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등 이 분야의 책들이 좀더 많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것인 개인적인 바람이다. 에트코프보다는 한 수 위인 저래드 다이아몬드의 <섹스는 왜 즐거운가?Why is Sex Fun?> 같은 책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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