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언론리뷰에서 가장 주목받은 과학책은 마르코 야코브니의 <미러링 피플>(갤리온, 2009)이다. '거울 뉴런'의 비밀을 다룬 뇌과학서로 소개되는데(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42697.html), 무슨 내용인지는 읽어봐야 감을 잡을 듯하다. 그밖에는 특별히 관심을 끄는 책이 없기에, '김명남의 과학책 산책'을 스크랩해놓는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를 다루고 있다. 방대한 분량 때문에 아직 안 읽어본 책이고, 심지어 소장하고 있지도 않은 책이다(칼럼의 말미엔 두 종의 번역본에 대한 품평도 포함돼 있다). 생각해보면 '대학 신입생을 위한 추천도서'로 이만한 책도 드물 것이다. 스물 두 살 청년 다윈의 여행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여행이 진화생물학자들만의 로망은 아닐 것이다. 다윈 책의 이미지들도 추가했다.  

  

한겨레(09. 03. 07) 다윈의 책은 어려울 거란 편견

나도 다윈을 읽기로 했다. 올해가 다윈 탄생 200돌에 <종의 기원> 출간 150돌이다 보니 하루 건너 관련 소식을 듣는 요즘이다. 다윈의 생일이었던 지난 2월 12일에 영국에서는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하고, 연중 세계 각국에서 행사가 많을 모양이다. 우리나라 매체들의 특집 기사 제목만 봐도 ‘다윈이 돌아왔다’ 하고 ‘다윈이 살아 있다’ 하며 ‘다윈은 미래’라고도 하니, 얼른 유행에 영합해야겠다.  

다윈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진화론 해설서를 읽을 수도 있고, 전기를 읽을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늦게나마 스티븐 J. 굴드의 해설이 주가를 올리고 있고, 후자의 경우 데이비드 쾀멘이 쓴 <신중한 다윈 씨>가 훌륭한 읽을거리다. 그리고 나름의 첩보에 따르면 앞으로도 좋은 책들이 더 선보일 것 같다.  

세 번째 방법은 다윈이 쓴 책을 읽는 것이다. 나도 기왕 시간을 들여 보기로 했으니 이참에 원전을 읽는데, 내가 집어 든 책은 자연선택 개념을 제시한 <종의 기원>도, 성선택을 말한 <인간의 유래>도 아닌 <비글호 항해기>다. <비글호 항해기>는 스물두 살의 젊은 다윈이 4년 9개월 5일 동안 영국 해군 선박을 타고 남아메리카와 남태평양 일대를 여행한 기록이다. 항해기라지만 배에 있었던 시간보다 뭍에 올라 남반구의 지리와 식생을 관찰한 시간이 더 많다.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사냥과 수집만 좋아해서 커서 뭐가 되려느냐’는 타박을 받았을 정도로 식물, 곤충, 광물, 조개 수집을 좋아했던 다윈이니 난생 보도 듣도 못한 신기한 동식물과 풍경, 원주민 풍습을 접할 기회에 물 만난 고기마냥 활개치는 게 당연하다.  

<비글호 항해기>는 그런 팔팔한 젊은이의 견문록쯤으로 생각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유명한 갈라파고스 제도 부분에서도 핀치의 부리 모양이나 이구아나 도마뱀의 생태를 관찰한 내용보다는 새끼 거북이 국거리로 최고라는 둥, 거북 등에 올라타 균형을 잡는 게 아주 힘들다는 둥, 여기서는 모자로도 새를 잡을 수 있으니 총은 사치품이라는 둥 시시콜콜한 잡담이 내 시선을 잡는다. 어째서 훤히 넘겨다보이는 가까운 섬들에서 같은 종류의 동물들이 서로 다른 형태를 취할까 갸웃하는 대목에서는 그가 이후에 구축할 이론이 엿보이지만, 그뿐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영국으로 돌아간 뒤였다.   

<종의 기원>이나 <인간의 유래>를 읽으려면 현대 유전학이 밝혀낸 내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우리 평범한 독자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비글호 항해기>라면 그런 부담감 없이 읽어볼 만하다. 일기 형식이므로 곁에 두고 조금씩 읽기도 좋다. 덧붙여, <비글호 항해기>는 완역 번역본이 두 종류가 있는데 둘 다 좋다. 샘터 출판사의 책은 쾀멘의 서문이 딸려 있고 읽기 편한 단문이라는 장점이 있다. 나는 남극 세종기지에서 월동을 하며 개정본 작업을 했다는 장순근 박사의 말에 혹해서 가람기획의 책으로 읽었다.(김명남/과학책 번역가) 

09.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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