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리뷰기사들이 크게 다룬 책은 미국의 외교전략가 브레진스키의 <미국의 마지막 기회>(삼인, 2009)다. “부시 1세는 전통적인 안정을 보존하기 위해 힘과 전통성에 의지한 경찰관이었고, 클린턴은 진보를 가능하게 하는 세계화에 의지했던 사회복지의 옹호자였으며, 부시 2세는 ‘악의 세력’에 대항하는 자기선언적 성격의 실존적 투쟁을 추구하기 위해 국내적인 공포를 동원한 자경단이었다.”(209쪽)라는 식으로 부시 부자와 클린턴 등 세 명의 미 전직 대통령을 평가하면서 미국의 '추락' 원인을 살피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미국이 '글로벌 리더'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두번째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도록 당부하는 책이라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전략가가 '미국의 실패'를 자인하는 책이라 주목을 끈 듯한데, 브레진스키의 국제전략 '훈수' 책은 출간될 때마다 국내에도 소개되어 낯설지 않다. 한데 그의 '훈수'가 실제로 얼마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즉 그의 말빨이 먹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는 미국의 '생각'을 대표하는지?). 그래서 카터 행정부 시절 안보담당보좌관을 지낸 '전직' '원로' 전략가의 책이 매번 '화제'가 되는 것이 신기하다. 모든 것을 미국의 국익의 관점에서 사고하는 냉혹한 국가주의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전쟁도 체스판에서의 한 수단으로 이해하는. 한데 그의 훈수가 '체스판의 전략'이라면 상대방에게 다 내보여도 좋은 것인지?). 그것이 하나의 '프레임'일 뿐인지 혹은 '냉정한 현실'인지 궁금하다. 

한겨레에서는 리처드 아미티지·조지프 나이 등의 <스마트 파워>(삼인, 2009)를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꼽고 있다(리뷰는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41345.html 참조). "2006년에 워싱턴의 독립적인 정책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민주, 공화 양당 정치인을 비롯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모아 스마트파워위원회를 구성하고 2006년에 리처드 아미티지와 조지프 나이를 공동의장으로 선임한 뒤 선거 1년 전에 이 보고서를 내도록 했다. 말하자면 초당파적 대안 제시인 셈인데, 대체로 조지 부시 정권에 대한 평가가 끝나고 차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한 시점에 나온 이런 움직임은 결국 공화당 쪽이든 민주당 쪽이든 미국 주류 사회에서 더는 부시 정권식 통치로는 안 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는 걸 의미한다. 브레진스키도 이 싱크탱크 고문이자 이사다."   

이들의 보고서(생각)가 얼마만큼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반영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의 '국가 엘리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들여다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한국의 선택은 무엇일까, 란 생각도 듬직하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펴낸 <가슴 설레는 나라>(한즈미디어, 2009)가 유일한 책인가? '미래 한국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비전'이 부제다(국민에겐 '가슴 쥐어짜는 나라'가 더 정확한 제목이었겠다). 그리고 한미 FTA에 대한 정반대의 '해법'을 다룬 책들. 미국은 '스마트 외교'를 내세우며 내년 8월까지 이라크에서 철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한국 국회에서는 당장 '입법전쟁'이 예고돼 있고, '춘투'도 고려하면 '전쟁'이 그칠 날은 없어 보인다. 삼일절 아침이어서 더 답답하고 착잡하다... 

09. 03.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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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 2009-03-02 01:02   좋아요 0 | URL
'미래 한국을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비전'이라... 숨이 콱 막히네요--;

로쟈 2009-03-03 00:00   좋아요 0 | URL
그래도 30%를 설레게 한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