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문학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우리 시대 대표 젊은 시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경주 시인에 관한 기사다. 아마도 황병승 시인과 함께 2000년대 이후 등장한 가장 '전위적인' 시인으로 꼽힐 수 있을 것이다(그의 시 제목을 빌면, 그는 '프리지아를 안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이다). 그런 만큼 많은 경탄의 대상이지만, 한편으로 '난해한 시인'이라는 원망의 표적이기도 하다(나도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시집 <기담>에 대해서 유보적이다). 전위시인이면서 전방위 시인인 그의 세번째 선택이 궁금하다(씨네21의 인터뷰기사는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2007&article_id=54970 참조). 

경향신문(09. 02. 21) '非文의 서정성’으로 무장한 무서운 詩  

김경주 시인(33)이 문단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등단 7년차에 두 권을 시집을 낸 그를 두고, 동료 시인과 평론가들은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해함과 비문(非文) 등으로 비판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계간 ‘시인세계’ 봄호는 최근 시인과 평론가 90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한 ‘주목할 만한 2000년대 젊은 시인’ 가운데 김경주 시인이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계간 ‘서정시학’도 지난해 말 평론가 50명의 추천을 통해 선정한 ‘우리 시대 대표 젊은 시인’으로 김경주를 꼽았다. 김 시인은 2003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06년 첫번째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랜덤하우스)를 펴냈으며 지난해에는 두 번째 시집 <기담>(문학과지성사)을 발표했다. 첫 시집은 시집으로서는 드물게 1만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고, 두번째 시집 역시 4000부가량 팔리면서 각종 문예지의 평단을 장식하고 있다.  



김경주의 시를 지지하는 쪽은 기존 시의 문법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적 감각과 뛰어난 서정성을 선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첫 시집에 “이 시집은 한국어로 씌어진 가장 중요한 시집 가운데 한 권이 될 것이다”라는 발문을 썼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권혁웅씨는 “서정적이고 섬세하게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해내는 데 예민하다”며 “동시대 시인들 중에 가장 서정적인 시를 써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택수 시인은 김경주의 시에 대해 “이미지나 감각이 정리가 안된 채 흐트러져 있어 새롭게 다가온다”며 “이미지와 내용이 유기적이지 않고 서로 부딪치면서 또 다른 말을 만들어내며 독자들을 참여시킨다”고 평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씨는 “관습적 언어 등 기존 세계와 싸우려는 의지를 가졌다”며 “음악·연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로 표현하는 모습, 산문과 운문을 넘나드는 모습 등 좌충우돌하는 박진감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경주에 대판 비판도 만만치 않다. 우선 독자와의 소통 부재를 들 수 있다. 문학평론가 박수연씨는 “독자들과 소통의 의지가 없는 시인”이라고 말한다. “김경주의 시적 모티프는 삶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이라고 할 수 있는데, 뛰어난 수식 능력이 장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득함을 통해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두번째 시집 <기담>으로 가면서 더 두드러진다. 김경주는 <기담>에서 기존의 언어 문법을 파괴하고 ‘언어극’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선보였다. 손택수 시인은 “ ‘새것 콤플렉스’가 지나치게 시인을 자극하면 그게 도식적으로 나올 수 있다”면서 “두번째 시집에서 실험의지가 지나쳐 미학이 자폐적 성격을 띠며 소통력을 잃어버린 것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이찬씨는 “시인의 기교가 극단적 형식주의로 함몰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비문은 김경주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따라다닌, 오래된 논란거리. 권혁웅씨는 “기존 문법으로 보면 엉뚱한 말인데 그 말이 언중에게 익숙해지면서 우리말 표현법을 높이고 있다”며 “비문이 음악성과 감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수연씨는 “비문은 시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결격 사유이고 문장을 다루는 데 서툰 것”이라며 “습작하는 시인들이 자연스럽게 비문을 만드는 연습을 하는 등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했다. 박씨는 “비문이지만 음악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김경주 시의 특성인데 이는 언어 형식만을 주목한 것이지 사람들과의 소통을 고려치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영경기자) 

09. 02. 24. 

 

P.S. 개인적으로 어떤 시인이 신뢰할 만한 시인인가를 판가름하는 지표 중의 하나는 그의 '산문'이라고 생각한다. 김경주 시의 '비문성'에 대한 논란도 산문을 통해서 판정할 수 있지 않을까. 정확한 산문을 쓰는 시인의 '비문'은 하나의 시적 전략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문 또한 엉뚱한 문장으로 채워져 있다면, 그의 비문은 '생래적'인 것이라고 해야겠다.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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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량 2009-02-24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든 시인이든 작품이든 투표해서 순위 매기는 것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문단에서 은근히 자주 하는 것 같은데, 이 무슨 비문학적인 행태인지.;;

로쟈 2009-02-25 08:49   좋아요 0 | URL
'순위'는 좀 그렇죠. 경연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있어왔지만요...

paul 2009-02-25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습작기에 가장 먼저 지적의 대상이 되곤하는 것이 '비문'인데, 이 시인의 경우 '비문'이 논란거리로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경주 시인의 산문은 그가 시에서 보여주는 난해성과의 연장선상에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문장의 길이라든지, 호흡이 긴 편이라서 그만큼 비문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도 간혹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간혹 잘못 인용된 부분도 눈에 띕니다. 출판 과정에서의 오타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정도 차이의 문제겠지만......모호성이나 난해성과 관련하여, 몇몇 시인들이 그들의 시만큼이나 의미있는 산문(예를 들면, 김수영의 산문 등)들을 보여주었던 것에 비하면, 소통보다는 소통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혐의를 벗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개인적 단상이었습니다.^^)

로쟈 2009-02-25 08:48   좋아요 0 | URL
<패스포트>만 사두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못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