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경제 관련서가 리뷰에 오르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덕분에 옮겨오는 북리뷰에도 경제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주 나온 책들 가운데 <탐욕주식회사>(팩커묵스, 2008)도 눈길을 끄는 책이다(배본이 좀 늦어진 듯싶다). 책이 관심을 끄는 건 단순히 현상으로서의 탐욕이나 '기업주식회사'에 대한 비판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탐욕의 시대', '기업의 시대'의 기원을 밝히고자 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기업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적 기원과 토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기업의 기원을 18세기 합리주의적 사회공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히고,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핵심가치체계와 도덕적 상대주의, 소비주의, 현재의 기업의 문화풍토 등의 기원 역시 거기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업은 수익 창출이라는 오직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목적이라면 교과서에서 배운 그것인데, 그걸 좀 낯설게 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겠다.
세계일보(09. 01. 17) 탐욕스런 ‘기업자본주의’를 끝내자
세계발 금융 위기로 신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대안 가치가 모색되면서 지금 인류는 무한 생존의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신자본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면 그 배경은 무엇일까. ‘탐욕주식회사’는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경제적 효용가치가 있다면 이를 무시하며, 개인의 사리사욕을 만족시키는 것만이 인류에게 객관적인 행복을 가져온다고 주장해온 ‘현대 비즈니스 기업(거대 기업)’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책은 이들을 ‘시장자본주의’와는 별개의 ‘기업자본주의’라고 규정하고, ‘탐욕주식회사’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들 회사는 수익 창출이라는 오직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서 강탈과 지배, 반사회적 행동을 거리낌없이 자행해 왔으며, 출현 순간부터 합리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현대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숨은 권력의 주체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책은 탐욕과 투기,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는 기업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우리 사회 경제현실을 매섭게 질타한다.
캐나다 CBC와 CTV 양대 방송에서 오랫동안 저널리스트로 활약해온 지은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병폐에 대한 책임이 현대의 대기업들에 주어져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을 펼친다. 경제활동이 부를 창출하고, 풍요로움을 양산하던 시절에 기업은 인간에게 고마운 존재였으나, 이윤 추구가 탐욕스런 집착으로 변모하고 조직 규모가 거대해지기 시작하면서 기업은 인간사회의 보편적인 도덕적 기준과 가치체계를 뛰어넘는 절대자로 군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책 제1부에서 경제는 어떻게 도덕성을 강탈해 갔는지, 왜 이 문제가 그처럼 중요한지를 파헤친다. 18세기 합리주의와 공리주의가 지배하는 초기 자본주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윤리와 시장과의 관계 변화를 통해 현대 비즈니스 기업이 도덕성을 강탈해 가는 과정을 기술하고 자본주의가 지닌 도덕적 모순점을 지적한다.
제2부에서는 ‘별나고 1차원적인’ 기업 세상과 그것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다. 합리주의·공리주의적 도구로서 경제적 이성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현대 비즈니스 기업의 모순과 이것이 인간의 삶에 끼친 양태를 고찰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를 극복하는 대안도 제시한다. 예컨대 거대 기업의 규모와 재산에 법률적인 제한 장치를 둘 것,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무게를 무겁게 할 것 등 당장 실천 가능한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안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왜 제약회사들은 불리한 테스트 결과들을 숨기는 걸까. 왜 자동차 회사들은 안전하지 못한 차를 파는 걸까. 왜 우리 주변환경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고 있을까. 왜 우리 음식은 그토록 건강에 해롭도록 방치되는 걸까. 왜 우리는 한 주에 64시간을 일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지금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기적이고 시장지향적인 사회로부터 받는 무자비한 스트레스에 직면하다 보니, 종국에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모두 사라지고 기업의 반사회적인 형태를 보고도 못 본 척 눈을 감는 결과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책은 도덕철학의 관점을 통해 우리 사회 깊숙이 내재해 있는 불만과 불평의 근원을 속속들이 밝혀내고, ‘지금, 탐욕의 경제를 끝내자’는 초유의 경고음을 날린다.(정성수 선임기자)
09. 01. 17.
P.S. '탐욕'이란 키워드 때문에 같이 묶어두고 싶은 책들이 있다. 물론 원제은 아니더라도 주제상으로는 '탐욕'을 다루고 있는 책들이다. 과연, 탐욕과 작별하고 탐욕의 경제를 끝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