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관심도서 중의 하나는 리처드 코치 등의 <서구의 자멸>(말글빛냄, 2009)이다. 발행일로는 2009년에 나온 책이다(이 주에는 그런 책들이 좀 된다). 코치는 성공학 지침서로 읽히는 <80/20 법칙>의 저자이기도 한데, 저자의 진의와 무관하게 '80/20' 사회를 떠올리게 하며 그러한 사회적 양극화에 뒤이어 '자멸'이 도래한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그 책을 옮긴 공병호씨도 그렇게 생각할까?). 저자들은 '종말이냐 진화냐'라는 선택지를 제시하지만 나는 자꾸 '종말이냐 자살이냐'로 읽는다...

한국일보(08. 12. 27) 종말이냐 진화냐… 기로에 선 서구문명 

9ㆍ11 테러 직후 오사마 빈 라덴은 "서구문명의 가치관은 파괴되었다. 자유와 인권, 인간성을 상징하던 위엄있는 두 개의 탑이 무너져내렸다. 연기처럼 영영 사라져버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는 과장된 정치적 선전일 뿐이다. 빌딩 두 개가 무너졌다고 문명이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의 자멸>의 저자들은 테러 자체가 위협인 것이 아니라, 문명을 지탱해온 사상과 태도들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서구문명의 실상은 더 암울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80/20 법칙>의 저자인 리처드 코치와 영국 하원의원, 문화언론체육부장관을 지낸 크리스 스미스는 이 책 <서구의 자멸>에서 북미와 유럽, 호주에 걸쳐있는 서구문명이 외부의 적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간직해온 성공 요인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해 자멸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하고 있다.

저자들은 서구문명을 지구상에 존재했던 수많은 문명 가운데 가장 번성하게 만든 요인으로 그리스도교, 낙관주의, 과학, 성장, 자유주의, 개인주의 등 6가지를 꼽았다. 이들은 이 6가지 핵심적인 신념과 행동패턴의 의미, 그것이 태동한 배경, 변천의 역사, 인류의 삶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현재 상태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에 대한 전망을 밝혔다. 개인의 의무, 사랑에 중심을 둔 자기개선, 평등과 연민에 대한 헌신 등 그리스도교의 유산은 여전히 청신호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인들에게 보편적이었던 낙관주의는 쇠퇴했으며, 과학 발전의 과정에서 우주는 불확실하며 우리가 알 수 있는 목적이나 원리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학의 권위는 약화됐다.

또 경제는 크게 성장했지만 지구의 생태균형은 심각하게 어지럽혀져 서구문명이 진화하지 않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면 그 가장 유력한 원인은 '생태적 자멸'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개인주의가 사회의 부유하지 못한 구성원들에게 안겨주는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은 황신호를 깜박이게 한다. 서구인들의 냉소와 무관심으로 자유주의의 수준과 깊이가 사상 최저치에 가까운 것은 적신호다. 

서구는 지금 냉소주의와 이기주의, 무관심, 권력의 재집중 등으로 종말로 가느냐 아니면 용기의 회복, 서구문화에 대한 확신, 유럽인들의 단결 등으로 진화의 길로 가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한국사회가 60년 동안 모델로 삼아온 서구사회를 전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는 책이다.(남경욱기자) 

08. 12. 27.   

P.S. 리뷰만 보아서는 통찰을 주는 책인지 서구문명 비판을 재탕하고 있는 식상한 책인지 얼른 식별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자들이 제시하는 서구 모델의 몇 가지 핵심에 대한 검토는 우리에게도 유효한 시사가 되어줄 듯싶다. 덕분에 생각난 책은 수학자이자 '유나바머'로 잘 알려진 폭탄 테러리스트 테어도르 존 카진스키의 <산업사회와 그 미래>(박영률출판사, 2006)이다. 그가 진단하는 산업사회의 미래가 곧 들이닥칠 한국의 미래와도 겹쳐지기 때문이다(청소년 버전으론 그냥 '동물농장'이고 '1984년'이다. 산업화되고 디지털화된 동원체제이고 전체주의다). '폭탄 테러'를 통해서라도 저지하려고 했을 만큼 암울한 미래다... 물론 반전이 없지는 않다. 아래 같은 기사를 읽으면 '종말이냐 자살이냐'의 선택지도 우선은 권력의 차지인 듯싶다(그들은 권력이 문명보다도 더 오래간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한겨레(08. 12. 27) 방송사에 ‘파업참가자 처리하라’ 사실상 으름장

정부 대변인인 신재민(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26일 전국언론노조의 총파업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엄정대처 방침을 밝힌 것은 총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그는 애초 개인 일정을 이유로 취소했던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를 되살리면서 미리 준비한 메모를 꺼내 읽었다. 또 그는 자신의 발언이 “정부 안에서 교감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차원을 넘어 정부 차원에서 충분히 조율된 ‘준비된 발언’이라는 것이다.

우선 그의 발언에는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불법으로 몰고 가 강경대응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겨 있다. 그는 이번 파업이 “노사간의 교섭 대상에 속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이번 파업에 대해 “언론노동자들의 신분과 지위 변화에 심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노동법상 합법 파업”이라고 주장한 것을 정면반박하며 ‘불법의 낙인’을 찍었다. 더 나아가 그는 “합법 파업은 보호해야 하지만 불법 파업은 엄정하고 단호히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력 동원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또한 그의 발언에는 방송사 노조의 극한투쟁을 불러온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강행처리를 측면지원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는 “국회 입법을 둘러싸고 파업이 이뤄진 전례를 찾기는 거의 어렵다”며 언론관계법 처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충돌을 불사하면서까지 언론관계법을 강행처리하겠다고 하는 정부의 의지는 문화방송의 보도 태도에 대한 그의 거침없는 비판 속에 잘 드러났다. 그는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문화방송의 보도와 관련해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특정 방송사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유화하는 행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비윤리적 행위”라고 매도하며 “엠비시 보도는 자기 회사 입장에 부합하는 내용이 많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정파적인 방송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방송법 개정에 반대 의사를 내비친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을 압박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론노조 등은 신 차관의 발언에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망언’”이라고 일축했다. 채수현 정책실장은 “언론관련법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한나라당 스스로 철회할 것”이라며 “언론노조는 총파업 수위를 최대치로 높여 모든 지·본부가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불법 파업 규정에 대해선 “방송구조의 큰 틀이 바뀌고 미디어산업이 재편되면 언론노동자들이 해고나 비정규직 전락 등에 직면할 수 있다”며 “그런데 어떻게 노사간의 교섭 대상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김재용 문화방송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는 신 차관이 문화방송 보도를 ‘정파적’이라고 문제 삼은 데 대해 “재벌과 조중동이 지상파 방송까지 장악하면 민주주의의 근본인 여론 다양성이 훼손되는데 어떻게 정파적 보도라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신 차관이 파업 참가자에 대해 각 언론사 차원의 조처를 주문했지만, 문화방송 경영진은 이번 파업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어 회사 차원의 조처에 나설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이 경우 다음 절차로 정부가 경찰을 투입해 파업 주동자 처벌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언론노조 쪽의 의지 또한 ‘결사항전’의 태세여서 충돌의 상처는 쉽게 헤아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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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2-27 18:12   좋아요 0 | URL
신재민 아저씨 무서워...조폭같이 생겼어요.

로쟈 2008-12-27 23:41   좋아요 0 | URL
인물들이 어째 다 그렇죠? 그렇게 변해가는 모양입니다...

jouissance 2008-12-27 19:18   좋아요 0 | URL
생긴거만 조폭이 아니라 하는 짓거리도 영락 조폭입니다. 조폭은 그래도 동네에서만 조폭 활동을 하지만 이 신종 조폭들은 온 나라를 대상으로 조폭 짓거리를 서슴치 않고 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 조폭 떨거지들이 지들이 이 나라에서 가장 잘 났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차라리 '연민'해 버리는 게 나을 듯 싶어요. 연민이라도 하지 않고는 남은 4년을 견뎌내지 못할 것 같아서요. 저는 요즘 신문까지 취소했답니다. 원형탈모 생길 것 같아서...

로쟈 2008-12-27 23:43   좋아요 0 | URL
탈모는 주의하셔야죠.^^; 문제는 사시미를 든 놈들과 우리가 같은 방에 있다는 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