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라고 해서 따로 분주한 일은 없지만(그와 무관하게 써야 할 원고는 있다) 예의상 기독교(그리스도교) 관련서를 챙겨놓는다. 억지로 고른 건 아니고, 마침 흥미를 끄는 책들이 출간돼서다. 독일 성서학자들이 쓴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회사>(동연, 2008)는 800쪽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이다. "지금까지 저술된 초기 그리스도교 형성에 관한 배경사적 연구 가운데 이만한 책은 없었다."(김진호 목사)란 평도 있는 만큼 구경이라도 해볼 만한 책이다. 그리고 프랑스 역사학자들이 쓴 <역사 속의 기독교>(길, 2008). 역시나 500쪽 가까이 되는 분량이고, '태초부터 21세기까지 기독교가 걸어온 길'이란 부제를 갖고 있다. 각각을 소개하는 단신기사를 옮겨놓는다. 요즘은 이런 기사보다는 상품 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는 출판사의 책소개가 훨씬 더 자세하지만...
초기 기독교 신앙의 형성 과정을 1~2세기 로마제국의 정치·사회적 위기를 배경으로 출현한 소수자 탄압의 맥락에서 조명한 책이 나왔다. 볼프강 슈테게만 등이 쓴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회사>다. 책에 따르면, 예수가 죽은 뒤 로마제국의 도시사회는 민족·계급 갈등으로 표출되는 지배구조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들이 분노를 투사할 희생양을 필요로 했다. 반로마항쟁을 일으킨 유대교가 대표적인 표적이었는데, 유대교의 일탈자 집단인 기독교 공동체는 한층 가혹한 공격과 배제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인들은 일종의 ‘아웃사이더적 정체성’을 형성하게 됐고, 이것이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독특한 신앙 양식에 반영돼 있다는 게 글쓴이들의 분석이다. 볼프강 슈테게만은 <작은 자들의 하나님> 등의 저작을 통해 사회사적 성서해석의 전범을 확립한 신학자로 독일 아우구스타나 신학대에서 신약학을 가르치고 있다. 공동저자인 에케하르트 슈테게만은 그의 쌍둥이 형제다.(한겨레)
프랑스혁명 속에서 한때나마 기독교를 버리는 운동이 일어났다. 혁명 전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저마다 종교인의 부패와 위선을 공격했다. 국민공회는 아예 주일을 알 수 없게 달력을 고쳐 10일을 한 주로 만들기도 했다. ‘역사 속의 기독교’는 19세기 프랑스 언어학자 리트레가 말했듯이 “종교 없는 역사가 존재하지 않듯이, 역사의 일반 법칙을 따르지 않는 종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역량 있는 역사가 55명이 참여해 저술한 책이다. 기독교는 유대교로부터 태동했지만 온갖 고난과 박해를 극복하고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후, 순식간에 서양을 점령해버렸다. 정치와 경제, 문화와 예술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춰 기독교의 탄생부터 21세기 역사까지 다루고 있다. 특히 프랑스혁명 등의 역사적 사건 속에서의 기독교 모습을 중점적으로 다룸으로써, 기독교사가 문화사 전체의 주제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또한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 영역은 물론, 테러 등의 정치영역에서도 기독교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기독교 역사를 단순히 종교사 차원에서만 다루고 있지 않은 점이 이 책의 미덕이다.(세계일보)
08.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