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가 추리소설을 썼다면 바로 이런 소설일 것이다."란 평을 듣는 작가가 있다. 단연 최고의 추리소설가란 얘기겠다. 러시아 작가 보리스 아쿠닌이 바로 추리소설의 '톨스토이'이고(그는 러시아에서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주인공 에라스트 판도린이 말하자면 러시아판 '셜록 홈즈'이다. 아쿠닌의 소설 두 편이 번역돼 나왔다. 추리소설의 독자나 러시아문학 애호가에게는 마치 연말 보너스 같은 책이다.   

합뉴스(08. 12. 22) '러시아의 셜록 홈즈' 탐정 판도린의 모험

러시아의 인기 추리소설 작가 보리스 아쿠닌의 대표작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아자젤의 음모'와 '리바이어던 살인'(황금가지 펴냄)은 러시아에서만 1천200만부 이상 팔린 대형 베스트셀러인 '에라스트 판도린' 시리즈의 초기 작품들이다.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젊고 매력적인 수사관 에라스트 판도린이 치밀한 두뇌 싸움으로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아자젤의 음모'에서는 수사과에서 갓 근무하기 시작한 하급 관리 판도린을 처음 등장시킨다. 1876년 모스크바의 한 공원에서 스물셋의 젊은 청년 하나가 벤치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를 희롱하다가 보란듯이 권총으로 머리를 쏴 자살한다. 사건을 맡은 판도린은 숨진 청년이 한 매력적인 젊은 여인에게 빠져 친구와 목숨을 건 내기를 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려는 순간 정체불명의 자객이 판도린에게 남긴 '아자젤'이라는 한 마디는 사건의 배후에 더 거대한 음모가 있음을 암시한다.

'아자젤의 음모'가 모스크바와 파리, 런던을 넘나들며 역동적으로 펼쳐진다면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리바이어던 살인'은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애거서 크리스티' 스타일의 추리소설이다. 파리의 유명한 수집가 리틀비 경의 집에서 리틀비 경을 포함해 10명의 사람들이 살해된 채 발견되고, 리틀비 경의 손에서 발견된 배지를 단서로 찾아간 고급 여객선 리바이어던 호에서 또다른 연쇄 살인이 벌어진다.



번역에 참여한 이항재 단국대 교수는 "이 작품이 러시아 문학이라고 하면 '무거움'을 떠올리는 한국의 독자들, 특히 젊은 독자들에게 많이 읽혀서 러시아 문학에 대한 그들의 고정된 시각을 조금이라고 변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미혜기자)

08. 12. 23.

Борис Акунин АзазельБорис Акунин `Левиафан`

P.S. 러시아어본의 표지이다. 러시아어본의 제목은 둘다 그냥 <아자젤>과 <리바이어던>(<레비아탄>)이다. 한편, <아자젤>은 지난 2003년에 영화화되기도 했다(영화의 한 장면은 http://www.youtube.com/watch?v=t3ESN21VzdA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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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2-2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련 시절에도 추리소설이 있었나요? 사회주의 국가는 추리소설이 발달하지 못한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로쟈 2008-12-25 00:24   좋아요 0 | URL
대학 강의에선 보통 장르소설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과문할 수도 있지만, 소련 시절의 추리소설은 저도 못 들어봤습니다. '범죄'가 존재할 수 없는 사회가 아니었나요?..

노이에자이트 2008-12-25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앵글로 색슨 문화에서 추리소설이 발달한다고 하니까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요...

로쟈 2008-12-25 21:28   좋아요 0 | URL
많이 하는 얘기로 법질서가 '안정된' 사회에서 추리문학이 읽힌다잖아요. 소련에는 '공식적으로' 매춘도 없는 사회였기 때문에 '범죄'를 다룬 문학이 나올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어요...

아쿨리나 2009-01-2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비에트 초기 추리소설의 인기는 대단했다고 해요. 러시아(소련)가 나름대로 추리소설의 긴 역사를 가진 유럽국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요. 최근에 번역된 <러시아의 민중문화>(스타이츠)에 좋은 정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