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에 읽은 서평기사를 옮겨놓는다. 2008년판 '전태일 평전'이라고 가름되는 두 노동자에 대한 평전의 서평이고, <당신은 나의 영혼>(삶이보이는창, 2008)이 그 평전의 이름이다(검색해보니 <전태일 평전>도 절판됐다!). 말미에 "2008년 한국 사회의 쓰디쓴 자화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대목이 눈에 밟힌다...
시사IN(08. 12. 15) 대한민국에는 지금도 ‘전태일’이 존재한다
1983년. <전태일 평전>은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라는, 지금과는 다른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군사독재정권 아래에서 ‘전태일’과 저자 이름(조영래)은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고, <전태일 평전>은 고전이 되었다.
2008년, 여기 책 한 권이 있다. <당신은 나의 영혼>. 2003년 세상을 등진 두 노동자 이해남·이현중에 대한 평전이다. 충남에서 노조 활동에 열심이었던 세원테크 노조원 이현중은 암으로, 노조위원장이었던 이해남은 분신해 사망했다. 노조가 결성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있었던 일을 담았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불편하다. <전태일 평전> 때처럼 48년 전 일도 아니고 고작 7∼8년 전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첫 대목을 보자. 2001년 이해남이 노조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은 이현중이 작업반장에게 맞는 것을 보고 나서였다. 작업반장은 ‘예비군 훈련이 끝나고 난 후 회사에 와서 한 시간 동안 일을 할 수 있었는데도, 농땡이를 쳤다’면서 욕을 하고, 두들겨 팼다. 이해남이 이를 말리자 관리자들의 반응은 이랬다. “아니꼬우면 그만두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차이조차 알지 못하던 노동자 이해남이 노조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계기였다.
잔업을 강제로 해야 하고, 시급이 고작 2160원인 회사. 조합원이라고 해봐야 겨우 60명인 이 작은 노조는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전쟁 같은 일을 겪었다. 용역깡패, 손해배상, 가압류…. 소설가 윤동수씨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관련자 70∼80명을 취재했는데, 중요한 순간마다 그들의 증언을 그대로 수록했다. 오랜 수배 생활을 겪던 이해남은 계열사 공장에서 분신한다. 그리고 2004년, 회사 측과 가까운 이들이 노조를 ‘접수’했다. 이 아픈 패배의 기록에 마음이 시리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면 저자가 맨 앞 장에 왜 이 한 줄을 적어놓았는지 알 수 있다. ‘오, 놀라워라! 우리가 인간이라니!’
책을 다 읽고서 ‘세원테크’에 대한 보도를 찾아보니 이 투쟁을 다룬 기사가 거의 없다. 무관심이 철저했다. 그리고 올해 12월, 수출 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이 회사 대표의 인터뷰가 여럿 눈에 띈다. 이 책에서 ‘노조를 없애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던 사람’으로 기술된 이 경영자는 한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회사 경영은 경영진이 하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이 하는 것이다. 종업원이 자고 일어나면 좋은 회사에 출근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두 극단의 기록은 2008년 한국 사회의 쓰디쓴 자화상이다.(차형석기자)
08. 12. 18.
P.S. 서평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인터뷰기사를 찾아봤다. 눈에 띄는 건 아래 기사다. '두 극단의 기록'이 어떤 것인가를 대비해보기 위해 옮겨놓는다.
주간무역(08. 12. 04) '사람이 재산' 인재경영 불황 모른다
“Best for you.” 시대에 한발 앞선 경영감각과 사람중심의 경영철학으로 글로벌경제위기 속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세원물산 김문기 회장.
그는 다양한 생산성 향상 프로그램을 도입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베스트 & 워스트’ 제도를 통해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 운동을 뿌리내리게 했다. 사원의 역량 개발을 위한 ‘멘토링제도’를 운영해 정착시키고 ‘이모셔널 비지트’, ‘아빠가 쏜다’ 등 직원 가족의 회사 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애사심을 향상시키고 창립 이래 무 분규 사업장을 일궈왔다.
김 회장은 현재 자동차 부품 전문 업체인 세원물산을 비롯해 계열사 세원정공, 세원테크, 세원E&I, 삼하세원(중국법인), 그리고 착공 중에 있는 세원아메리카(미국법인)를 경영하고 있다. 스폿로보트, 대형프레스 등의 시설을 갖추고 현대차로부터 원재료인 철판 등을 구입해 FRONT SIDE MEMBER, COWL CROSS MEMBER, DASH PANEL, RADIATOR 등의 자동차 차체부품을 주로 생산하여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등에 납품하고 있다.
지난 해 처음으로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후, 올해 글로벌경제위기 속에서도 꾸준한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우크라이나 등지에 3600만 달러, 미국에 2000만 달러, 사우디아라이바,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에 1600만 달러를 수출하는 등 향후 매년 20% 이상의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도 전망된다. 김 회장에게서 45회 무역의 날 금탑산업훈장을 수여받은 소감과 앞으로의 기대에 대해 들었다.
-먼저 금탑산업훈장을 받으시게 된 것을 축하한다. 글로벌시장 악조건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성장한 비법이 있다고 들었다.
적극적인 신규시장 개척 노력이 주효했던 것 같다. 회사 자체 기술연구소를 통한 독창적인 신기술 개발 노력, 품질향상을 위한 투자도 한몫했다.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했다. 우선 신시장개척을 위해서는 영어와 중국어로 된 카탈로그와 홍보영화를 제작해 해외바이어에게 발송했다. 시장개척을 위해서는 먼저 해외시장을 알아야한다고 판단하고 각종 해외 산업박람회에 참여했다. BMW구매본부장을 비롯, 인도 마루티, 포드 등의 해외 주요바이어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우리 제품과 생산과정을 직접 보여줬다.
-세원물산만의 비법이 있다면?
제품개발에서부터 생산기술까지 차별화된 능력 확보뿐 아니라 Best&Worst 제도 도입,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는 single PPM 및 6시그마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또 생산 공정의 95%를 자동화하여 생산성향상을 이뤘다.
-회사를 운영하다보면 어려움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람이 재산이다. ‘인재 경영’ 이라는 기업 이념을 실천코자 경비원, 환경미화담당자에서부터 경영진에 이르기까지 전 임직원에게 TPS(TOYOTA Productivity System)연수 기회를 부여 하는 등 인재 역량 강화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오고 있다. 지난 98년 IMF의 한파로 동종의 기업들이 쓰러져 갈 때에도 ‘사람이 재산’ 이라는 원칙으로 모든 임직원이 단결해 단 한 명의 해고도 없이 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올 들어 글로벌시장 환경악화로 어려움이 크지만 저만의 경영소신을 믿고 갈 생각이다.
-최근 글로벌경제위기에 대한 견해, 향후 대책은?
현재의 위기가 1년, 아니면 그 이상도 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최근 급격하게 나빠진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개척노력이 필요하다. 1월도 아끼는 절약경영을 실천해야겠지만 투자는 과감히 해 새로운 기회에 미리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경영’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명한 경영으로 직원들이 상생의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수상소감 한마디.
대내외 악재 속에서 ‘세원’의 이름을 지켜주고 있는 세원그룹 임직원들과 이 영광을 함께 한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자동차 업계가 처한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책임과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더 큰 변화와 혁신으로 21세기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 가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