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끄는 책들이 지난주에는 여러 권 출간된 터라 '여유'가 별로 없지만, 두어 권 정도는 더 보관함에 넣었다. 그 중 하나가 시어도어 래브의 <르네상스 시대의 삶>(안티쿠스, 2008)이다. 제목 그대로 격정의 시대를 열정적으로 살아간 사람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표지로 보아 화보도 많이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국제일보(08. 11. 29) 격변과 혼란의 시대를 정면돌파한 르네상스 개척자들

'르네상스는 찬란하다.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다. 또한 격변의 시대였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의 특징들이다. 좀 더 나아가면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를 이상으로 받아들여 이들을 부흥시킴으로써 새 문화를 창출하려는 운동이었으며, 그 범위는 사상 문학 미술 건축 등에 걸쳐 전방위적이었다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삶>은 격변과 혼란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15명의 정치가 사업가 종교인 예술가 학자 군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대를 읽고 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불확실한 미래를 자각하고 끊임없이 투쟁하면 성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순리를 보여주고 있다.

르네상스가 태동하던 14세기 말과 15세기 초에 나타난 중세 사회의 균열은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과 교회의 분열 등 정치적·경제적 혼란으로 시작됐다. 이 격변기에 두 가지 운동이 출현한다.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이자 도덕적 개혁 운동인 인문주의(휴머니즘) 운동과 종교 개혁. 전자는 피렌체에서 발원해 이탈리아를 강타하고 점차적으로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으며, 후자는 극한 탄압 속에서도 종교 개혁이라는 큰 열매를 맺게 되었다. 경제적으로는 자본가가 새로운 사회 세력으로 등장했고, 예술가의 지위가 격상됐으며 새로운 무기들로 인해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다. 인쇄술은 누구에게나 학문의 기회와 함께 신분 상승의 기회를 열어 주었다. 이렇듯 중세의 위기를 가져온 혼란과 변화는 또 다른 시대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돼 주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르네상스 시대를 찬란한 문화부흥기로 만든 정치가 사업가 종교인 예술가 등 사회 각 계층의 삶을 그들이 남긴 기록이나 전기물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읽기 쉽도록 엮었다. 제1장에서는 르네상스 시대를 최초로 열었던 용기있는 두 명의 이단자,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와 교황청과 격한 갈등의 한복판에 섰던 얀 후스를 내세웠다. 고전의 정신과 만나려 했고 정신적으로 과거와 결합하고자 했던 페트라르카. 그의 노력이 세상을 통째로 변화시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아무도 희망의 메시지를 언급할 수 없었던 14세기 후반 고전을 공부하고 그 문체를 모방하며 그들이 사용한 언어를 사용하면서 세계를 제패한 로마인들의 성취를 함께 나눌 수 있게 됐다.

교황과 황제의 권력에 대해 굽힐 줄 모르는 신념으로 결국 화형에 처해 졌지만 종교개혁의 씨앗을 틔운 얀 후스를 비롯해 베네치아의 황금기를 만끽했던 티치아노, 종교 분쟁의 와중에서도 통치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고뇌했던 카트린, 개인의 행동의 자유를 가장 강렬하게 부르짖었던 영원한 저항자 존 밀턴, 최초의 페미니즘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등이 르네상스 시대의 삶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쉼 없이 울타리를 넘었고 최후의 한계까지 열정적으로 맞섰다.

이와함께 르네상스 300년이 유럽 각국, 그리고 시대를 따라 관통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네 명의 이탈리아인, 두 명의 보헤미안인, 세 명의 영국인 등을 통해 근대 탄생에 이바지한 처절한 투쟁을 간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맴도는 변화를 자각했던 르네상스인들.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였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들 자신은 동시대와 끊임없는 투쟁을 해야 했다.(임은정 기자)

08. 11. 30.

P.S. 생각난 김에 자크 르 고프의 <서양 중세 문명>(문학과지성사, 2008) 개정판 출간 소식도 적어두어야겠다. 나는 이전 판을 갖고 있는데, '교과서적'이라는 게 흠이지만 가장 훌륭한 중세사 교과서라는 평이다(개정판은 분량도 많이 늘어났다). "저자는 중세인의 삶의 실제가 무엇인지, 그러한 삶을 지탱하면서 제약하는 장기 지속적 구조란 무엇인가를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 현실과 상상, 지상과 천상을 넓게 관련지으면서 중세인의 삶의 실제와 구조를 총체적으로 복원해낸다." <르네상스 시대의 삶>과 나란히 꽂아둠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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