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 주말을 보내노라니 그래도 약간은 만감이 교차한다. 탁상의 달력은 이미 12월달로 넘겨놓고 '12월의 읽을 만한 책'을 꼽아본다. 하던 대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도서 목록에 관련서를 두어 권씩 더 얹어놓는 식이다. 즐거운 일보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대종이었던 한 해를 보내는 일이 섭섭하진 않지만 내년의 전망이 밝지 않으니 새해를 맞는 기분도 그리 반갑지 않다. 그저 모른 체 지나는 수밖에 없겠다. 책에다 고개를 파묻고...

1. 문학

음, 맨처음 보이는 건 사막이다. 르 클레지오의 <사막>(문학동네, 2008). 비록 정신없는 사느라 이달에 내가 챙겨읽지는 못했지만 이미 지난달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아놓았으니 이건 '꼽고 또 꼽고'다. 작가 신경숙 씨는 이렇게 적었다. "<사막> 또한 정교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서구 제국주의가 사하라 사막을 정복하게 되자 사막 민족들은 끝없는 유랑 길에 오르게 되며 겪는 수난사가 한 축이고 사막인의 후손인 랄라라는 한 사막소녀가 적십자단의 개입으로 프랑스의 항구 마르세유로 오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또 한축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숨 막히는 태양과 모래바람 속에서 살아온 랄라가 물질화된 도시에서 겪게 되는 삶을 통해 현대화된 문명이 어떻게 인간적인 것을 말살하는가를 우리는 목격하게 된다."

르 클레지오 대신에 내가 고른 건 러시아어로 작품을 쓰는 우크라이나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이다(그는 사막 대신에 빙판을 보여준다). 사실 작가는 이번에 한국작가회의에서 주최하는 ‘세계작가와의 대화’에 초청되어 12월 2일부터 7일까지 한국에 방문한다(소개를 더 적으면 "12월 3일에는 서울대 러시아 연구소와 공동 주최하는 심포지움에서 '21세기와 동유럽 문학'을 주제로 발표가 있으며, 12월 5일에는 다원예술매개공간에서 열리는 문학공연 ‘동유럽 문학의 밤’에 참석할 예정이다").

Андрей Курков Закон улитки

이미 <펭귄의 우울>(솔출판사, 2006)이 처음 소개됐을 때 나대로 관심을 표한 바 있다(http://blog.aladin.co.kr/mramor/943794#comment_943794). 이번에 속편 <펭권의 실종>(솔출판사, 2008)이 작가의 방한에 맞춰 출간됐다. 아직 실물을 확인하지 못하여 러시아어본의 원제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영어제목은 짐작엔 표지의 <달팽이의 법> 같다(제목이 너무 달라서 미심쩍긴 하지만). 국역본의 제목은 영어본에 따른 것이다.  

2. 역사

역사저술가 이덕일 씨가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에릭 힐딩거의 <초원의 전사들>(일조각, 2008)이다. 제목이 말해주는 바대로 유목민족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그 중에서 저자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유목민들의 군사적인 측면이라고. 추천사에 따르면 "만주족에 관해 기술한 12장은 조선의 병자호란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우리 역사를 읽는 듯 생생하다.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훈족, 몽골족, 만주족뿐만 아니라 페르시아에 맞섰던 스키타이족이나 십자군과 싸웠던 셀주크(투르크)족의 흥망에 대한 기술도 흥미롭다. 우리는 스스로를 농경민족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민족의 기원은 기마민족이다. 오랜 정착생활을 통해 농경성이 추가되면서 유목성(이동성)에 정주성이 가미된 독특한 민족성이 형성되었다. 우리의 잃어버린 반쪽의 민족성, 즉 유목성에 대해서 말해주는 이 책은 유목민족사의 고전인 룩 콴텐의 <유목민족제국사>와 함께 보면 금상첨화이다."

룩 콴텐의 <유목민족제국사>(민음사, 1984)는 너무 오래된 책이어서 알라딘에는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대신에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건 르네 그루쎄의 <유라시아 유목제국사>(사계절출판사, 1998)이다. 800쪽이 넘는 분량이고 믿을 만한 전공자들의 번역이므로 나름 '고전'이지 않을까 싶다. 공역에 참여한 정재훈 교수의 <위구르 유목제국사 744-840>(문학과지성사, 2005)도 학술서이긴 하나 국내 학자의 학문 수준을 보여주는 책으로 골라놓는다.

유목민족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라시드 앗 딘이 쓴 <집사>도 기억해둠 직하다. 저자는 페르시아의 재상으로 13세기 몽골 제국 건설과정에 관한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몽골의 지배를 받던 이란에서 칸의 칙명을 받아 집필한 이 책은 지금은 사라져버린 '원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기에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진귀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그러나, 페르시아어 원본의 난해함과 방대한 분량 때문에 선뜻 번역본이 나오지 못했다."고 소개되는 책인데, 김호동 교수에 의해 현재 <부족지>, <칭기스칸기>, <칸의 후예들> 3권이 출간돼 있다. 

3. 철학 

철학분야의 책으로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책은 움베르코 에코의 <추의 역사>(열린책들, 2008)이다. 분류하자면 '미학'에 속하는 책이며, 추천사에 따르면 "혐오스럽고 역겨운 것, 불쾌하고 추한 것의 역사가 미(美)의 역사보다 광대하고 훨씬 더 흥미롭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책"이다. 물론 그 전에 나온 <미의 역사>(열린책들, 2005)의 속편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이미 알라딘 식구들에겐 잘 알려져 있는 책인지라 따로 군말을 보태진 않는다. 개인적으론 서평도 주문받은 책인지라 모처럼 '이달의 책읽기'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카를 로젠크란츠의 <추의 미학>(나남출판, 2008)도 (순전히 제목 때문에!) 같이 읽어보려고 한다.

4. 정치

손호철 교수가 추천한 정치분야의 책은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오바마 이야기>(명진출판, 2008)이다. 이미 '오바마 관련서'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만큼 놀랍지는 않더라도 좀 뜻밖이다. 추천의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의 유수한 전기 작가인 헤더 레어 와그너가 쓴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오바마 이야기>는 쏟아져 나오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전기 중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라고 하니까.

조금 더 들어보면, "이 책은 주로 ‘정치인 오바마’에 초점을 맞춘 대부분의 책들과 달리 ‘인간 오바마’에 초점을 맞추어 혼혈로 태어나 부모가 이혼을 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등 청소년 시절 많은 방황을 했고 열등감에 가득 찼던 한 아프리카계 소년이 수많은 벽들을 어떻게 뛰어 넘어 성공을 거두고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변화의 상징’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실 그 희망은 미국인들의 것이고 우리야 이 책을 읽으며 상대적으로 더 절망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현재 '오바마'로 검색되는 책은 모두 28종이다. 그 중에는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랜덤하우스, 2007)처럼 오바마 자신이 직접 쓴 책들도 상당수다(모두 판매량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이제 당선됐으니 오바마 개인보다는 '오바마의 미국' 쪽으로 관심을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존 탈보트의 <오바마노믹스>(위즈덤하우스, 2008) 같은 책이 '오바마 정부하의 세계경제 전망'을 다루고 있다. 관심있는 독자는 일독해 볼 만하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추천한 경제/경영서는 잭디시 세스의 <배드 해빗>(럭스미디어, 2008). 부제가 '성공한 기업의 7가지 자기파괴 습관'이니 내용을 얼추 짐작해볼 수 있다. 이른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뒤집어놓은 꼴. 추천의 변에 따르면, "그 동안 성공한 기업의 비결에 대해 쓴 책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처럼 성공한 기업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결과를 빚는 원인에 대해 분석한 책은 거의 없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성공을 향한 도전도 중요하지만, 성공을 이룬 다음 그것을 지켜내는 것 역시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책의 목차를 보니 이렇다.

CHAPTER 01 왜 좋은 기업이 병들어가는가?
CHAPTER 02 현실부정 : 성공신화, 관습, 기존 신념에 갇히다
CHAPTER 03 오만 : 최고의 시절을 잊지 못하다
CHAPTER 04 타성 : 쉽게 흥한 자는 쉽게 망한다
CHAPTER 05 핵심역량 의존 : 권위가 저주로 돌아오다
CHAPTER 06 경쟁근시안 : 눈앞의 경쟁만 보는 짧은 시야
CHAPTER 07 규모 집착 :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
CHAPTER 08 영역 의식 : 문화충돌과 내부 권력다툼
CHAPTER 09 최고의 치료는 치료가 아닌 예방

2-8장까지 '7가지 자기파괴 습관'을 다루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요약하면 '현실부정' '오만' '타성' '핵심역량 의존' '경쟁근시안' 규모 집착' '영역 의식' 등이 그 7가지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우에도 그런 습관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따져봄 직하다. 반대로 좋은 습관에는 뭐가 있을까? 김태광의 <세상을 뒤흔든 7인의 습관>(경향미디어, 2008)을 보니 이런 목차로 구성돼 있다.

Part 1: ‘겨울 소녀’ 김연아의 성공 습관_ 노력
Part 2: ‘여름 소년’ 박태환의 성공 습관_ 도전
Part 3: ‘세계의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성공 습관_ 꿈
Part 4: ‘토크쇼의 여왕’오프라 윈프리의 성공 습관_ 포용
Part 5: ‘애플컴퓨터 CEO’ 스티브 잡스의 성공 습관_ 위기 관리
Part 6: ‘투자의 신’ 워렌 버핏의 성공 습관_ 자기 관리
Part 7: ‘성공철학의 거장’ 데일 카네기의 성공 습관_ 인간관계

김연아와 박태환을 맨 앞자리에 내세운 건 이 책이 청소년을 겨냥한 책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습관'을 키워드로 한 베스트셀러 <이기는 습관>(쌤앤파커스, 2007)도 베스트셀러로 기억해둠 직하다. 어차피 '성공학' 책들이 팔려나간다면 국내서들이 분전하는 게 그래도 더 바람직해 보인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노명우의 <텔레비전, 또 하나의 가족>(프로네시스, 2008)이다. 텔레비전 사회'란 말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여하튼 텔레비전이 일상에서 잡아먹는 시간은 무시하기 어렵다. 추천사에 따르면, " 대량생산-대량소비의 포드주의 시대를 대변하는 전형적 대중미디어 텔레비전은 피에르 부르디외와 같은 외국의 저명 학자들이 즐겨 다뤄온 문명비판 메뉴였다. 저자 노명우 교수는 우리는 왜 ‘바보상자’로 비하되는 텔레비전을 내치지 못하는가를 그들 못지않게 예리하고 명쾌하게 분석한다." 피에르 부르디외의 책은 <텔레비전에 대하여>(동문선, 1998)을 가리키는데, 우리말로는 읽을 수 없는 책이다.  

찾아보면 이런 책이 없었던 건 아니다. <TV: 가까이 보기, 멀리서 보기>(현실문화연구, 1999), <텔레비전 문화연구>(한나래, 1999)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문화연구가 한창 뜰 때 나온 책들이다). 대중문화와 일상을 다룬 책으로 가장 최근에 나온 팀 에덴서의 <대중문화와 일상, 그리고 민족 정체성>(이후, 2008)도 결들여 읽어봄 직하다.

7. 과학

장경애 편집장이 추천한 과학분야의 책은 데이비드 쾀멘의 <신중한 다윈씨>(승산, 2008)이다. 내년이 다윈 탄생 200주년이고,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 되는 해인지라 '다윈 관련서'가 한동안 계속 출간될 듯싶다. '진화론의 후예들이 펼치는 생생한 지성의 만찬'을 다룬 장대익의 <다윈의 식탁>(김영사, 2008)이나 '20세기의 다윈'이라 불리는 에른스트 마이어의 <진화란 무엇인가>(사이언스북스, 2008) 모두 그 관련서 범주에 들어가는 책들이다. 특이한 제목을 갖고 있는 쾀멘의 책에 대한 추천사는 이렇다. 

다윈하면 제일 먼저 비글호 항해기를 떠올릴 독자들에게 이 책은 좀 낯설다.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 온 1837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윈이 항해의 성과를 정리하면서 생각이 어떻게 발전했고 그 당시 그의 주변에 누가 있었으며 생활은 어떠했는지를 스케치하듯 담아냈다. 오늘날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는 진화론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사회 분위기에서 갈등한 다윈의 모습, 하지만 결코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고 기록을 남긴 모습 속에서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자신이 얻은 정보를 종합해 새로운 지식으로 창출해낸 신지식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기원 출간 150주년이 되는 2009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유감스러운 건 아직 국내에 다윈의 <종의 기원> 정본 번역이 나와 있지 않다는 점. 내년에는 그런 '갈증'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찾아보니 데이비드 쾀멘의 일러스트레트 버전 <종의 기원>(2008)이 나와 있는데, 같이 소개되면 더 좋겠다. 비글호 항해기의 경우엔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샘터, 2006)가 정본이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가람기획, 2006)도 완역본인 만큼 비글호 '항해'에 동승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겠다.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이영희의 <파리로 간 한복쟁이>(디자인하우스, 2008)이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의 에세이집. 우리 안에 존재하는 '한복쟁이'라는 편견과 얕잡아봄에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세계로 나가 한복의 명품화와 세계화, 현대화를 이끌고 있는 이영희 선생의 패션 도전 30년의 여정을 담았다."고 소개되는 책이다. 1936년생이니까 원로 디자이너인데, 옷 또한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직접 보는 게 낫겠다.

 

이어령 선생의 추천사는 이렇다. "한국의 선線, 중국의 형形, 일본의 색色 동양 삼국의 미학적 특성을 이렇게 비교해왔지만 이영희가 만들어내는 한복은 오묘한 선과 대담한 형 그리고 독창적인 색상을 모두 보여준다. 이처럼 동양의 모든 미학을 함께 모아 놓은 것이 바로 바람의 옷이다." 흠, 내가 따로 덧붙일 말은 없다.

나대로 예술분야의 책을 꼽자면 고딕 문화를 다룬 캐서린 스푸너의 <다크 컬쳐>(사문난적, 2008)가 손에 들고픈 책이다. 카린 자그너의 <고딕, 어떻게 이해할까?>(미술문화, 2007)은 고딕 입문서가 될 수 있겠고, 크리스티얀 프라가가 엮은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마음산책, 2007)도 고딕 애호가 혹은 염탐가라면 챙겨두어야 할 책.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엔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도 꼭 보아주시고 말이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꼽은 교양분야의 책은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21세기북스, 2008)이다. <발칙한 유럽산책>(21세기북스, 2008)을 지난달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골라놓았으므로 우연찮게 '연짱'이 돼 버렸다. 브라이슨에 대해서는 더 언급할 것도 없고, 대신에 아프리카 관련서 두 권을 더 보탠다. 일주일간의 아프리카 체류를 바탕으로 한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가 '짧지만 진한' 여행기라면 생태학자인 마크와 델리아 오웬스 부부의 <야생 속으로>(상상의숲, 2008)은 7년간의 아프리카 오지 생활을 다룬 책이다.

이 경우는 원제가 '칼라하리 사막의 비명'인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들 부부가 쓴 책으론 <코끼리의 눈>과 <사바나의 비밀>, 두 권이 더 검색된다. 아프리카에 관해서라면 브라이슨이 범접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 듯싶다. 그렇게 보자면 남아공 출신의 저널리스트 막스 두 프레즈가 쓴 <나는 아프리카인이다>(당대, 2008)은 경지를 넘어선 경지이겠고. '한눈으로 읽는 아프리카 역사'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아프리카의 역사는 어떻게 시대구분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바냐 아저씨> 버전으로 말하자면, 오늘도 그쪽은 꽤 덥지 않을까?..

10. 심리학/생리학

끝으로 맘대로 고르는 책이다. 오늘 발견한 <클루지>(갤리온, 2008)이란 책 때문에 뇌 심리학/생리학 관련서를 몇 권 읽어보기로 한다(<클루지>에 대해서는 http://blog.aladin.co.kr/mramor/2430088 참조). 연말이니 만큼 '커플'들의 생각도 복잡해질 듯싶은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건 자신의 생각의 기원과 구조에 대해서 좀 알아두는 게 좋을 듯싶다. 대니얼 에이멘의 <사랑할 때 당신의 뇌가 하는 일>(크리에디트, 2008)은 '사랑과 섹스를 지배하는 뇌의 원리'를 밝혀주는 책이다. 원제는 'Sex on the brain'이니까 좀더 노골적이다.'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뇌로 하는 것이다'라는 게 책의 모토다(고등학교 성교육 교재로 써도 좋겠다).

작년말에 나온 토르 뇌레트라네르스의 <왜 사랑에 빠지면 착해지는가>(웅진지식하우스, 2007)은 '사랑과 배려, 욕망의 기원과 진화'를 다룬다. "사람들은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을 위해 헌혈하고, 선로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며, 불우이웃돕기 모금 ARS에는 수백억이 모인다. 이렇게 서로 돕고 배려하는 마음은 어디서, 왜 생겨나는 것일까? 이러한 이타적인 행동에 대해 지은이는 자연선택론 대신 다윈의 성선택론을 기반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므로, 진화심리학 관련서로 분류할 수도 있겠다. 아예 이 참에 <처음 읽는 진화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 2008)과 <욕망의 진화>(사이언스북스, 2007) 같은 교과서적 교양서들을 독파하는 것도 좋겠다. 연애도 하다 말 게 아니라면 말이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청춘남녀들에겐 부디 얼마 안 남은 기간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08. 11. 29.

P.S. 12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 고른 책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문예출판사, 1998/2006)이다. 너무도 잘 알려진 책이지만 역시나 완독할 일은 드문, 그런 의미에서 고전에 값하는 책이다. 요즘 자본주의 위기 국면과 관련해서 자본주의 정신의 기원을 탐색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개인적으론 아감벤의 <남겨진 시간>(코나투스, 2008)에 몇 차례 언급되고 있어서 다시금 상기하게 됐다. 해설서로는 노명우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사계절출판사, 2008)가 눈에 띈다. 조금 전문적으로는 신학자 폴 틸리히의 <19-20세기 프로테스탄트 사상사>(대한기독교서회, 2004)도 참조할 수 있겠다. <그리스도교 사상사>(대한기독교서회, 2005)와 짝이 되는 책인 듯싶다. 요즘 루돌프 불트만 같은 신학자들에 관심을 갖게 된 탓에 폴 틸리히의 경우에도 눈길이 간다. 아마도 아감벤의 책이 자극이 된 모양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08-11-30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김용옥 씨의 성서해설서를 보면 불트만의 탈신화화를 깊이 있게 연구한 것 같아요.성서주석 공부할 때 필요하죠.초창기 베버 해설서는 서문당 문고에서 나온 황산덕<막스 베버>가 있었는데 요즘도 나오더라구요.

로쟈 2008-11-30 19:47   좋아요 0 | URL
김용옥 씨는 77년인가 78년인가 불트만 추모논문도 쓴 게 있어요. 신학대를 다녔다는 걸 상기시켜주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12-01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도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성경번역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로쟈 2008-12-01 23:52   좋아요 0 | URL
번역 문제의 '원천'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