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말에 '상반기 베스트'를 꼽은 적이 있다(http://blog.aladin.co.kr/mramor/2107809#C1526414). 그러니 10월말에 '하반기 베스트'를 꼽는 것이 억지스럽지는 않겠다(연말에 무얼 할지는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 알다시피 굉장히 많은 책들이 지난 몇 달 사이에도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지 않으면 주관적 베스트를 꼽는 것도 어려워진다. 내 기준은 6월 이후 출간된 책 가운데, '시의성이 있으면서도 내게 영감을 준 책'이다(영감을 주는 건 제목이나 목차만으로도 가능하다). 둘다 충족되면 좋겠지만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하다. 거기에 번역서라는 조건이 추가된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국내서의 경우 내가 두루 살펴보지 못해서다. 인문 번역서의 경우는 그래도 두루 '구경'이라도 해봤다고 얼마간 자부할 수 있다. 어차피 주관적 리스트인 만큼 이러저런 변명이 필요한 것도 아니지만, 하여간에 "이때 이런 책이 나왔었지"란 걸 먼훗날 기억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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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문학 전공자로서 가장 반가웠던 책은 이사야 벌린의 이 '묵직한' 책이다. '19세기 러시아 지식인'들의 삶과 결단의 순간들을 추척하고 있는 이 책은 러시아문학과 사상 공부에 자긍심을 불어넣어준다. 내가 나란히 꽂아두고 있는 게르첸의 자서전이나 러시아 인텔리겐치아들을 주인공으로 한 톰 스토퍼드의 희곡 <유토피아의 해안>이 번역된다면, 그 또한 단연 올해의 책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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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베스트 목록은 오늘 <레오나르도가 조개화석을 주운 날>을 사들고 오면서 구상한 것이다. '어느 인문주의적 박물학자의 고백'이 서문이다. 멋지지 않나? 한 도서평론가는 이렇게 평했다. "굴드 박사는 시종일관 우아하고 친근한 문체로 글을 쓴다. 그의 문장에는 독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고상함과 명쾌함이 있다." 답답함과 천박함이 거들먹거리는 시대에 이 얼마나 청량한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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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하워드 진의 베스트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2008년 한국의 여름을 기억할 때 한번쯤 떠올리고 싶은, 그리고 떠올리게 될 책이다. 권력을 이긴 사람들! 바야흐로 우리도 그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