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거리는 아니지만 '명절 대이동'에 동참한지라 책을 읽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어서 인터넷 서핑이나 하고 있다. 읽어볼 만한 신간들도 찾아보게 되는데, 우선 순위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한 책에 '전 세계 권력 지형에 대한 비판적 조망'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대담집 <역사로서의 현재>(모티브북, 2008)가 있다.

 

네르멘 샤이크란 저자의 이름은 생소한데, "아시아 소사이어티 연구원 네르멘 샤이크가 수년에 걸쳐 아마티아 센, 헬레나 노르베르-호지 등 세계적인 석학들을 만나 현대 권력과 국제 정치학이 그려내는 전 세계 권력 지형에 대해 인터뷰한 것을 묶은 대담집이다. 국제 문제의 근원이 되는 광범위한 역사적.정치적.경제적 맥락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고. 찾아보니 간단한 소개기사 하나 정도가 떠 있을 뿐이다(요즘은 웬만한 분량의 소개로는 출판사 소개보다 빈약할 경우가 많다). 저자가 (짐작에는) 파키스탄 출신이라 대담자에 이슬람쪽 지식인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 아닌가 한다.   

동아일보(08. 09. 13) 세계적 석학 13명이 말하는…‘역사로서의 현재’

미국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 연구원 네르멘 샤이크 씨는 최근 몇 년에 걸쳐 세계적 석학 13명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인도 출신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과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스웨덴 출신의 생태환경연구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 등 면면이 쟁쟁하다. 석학들이 인터뷰에서 각각 세계경제, 페미니즘, 인권, 환경, 이슬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털어놓은 이야기들을 묶은 책.

빈곤 연구의 대가인 센 씨는 “단순히 경제만 성장시키는 개발이 아니라 인간의 잠재능력을 확대시킴으로써 자유를 확산시키는 개발이 돼야 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단순히 물질적 부()를 추구하는 개발이 아니라 인간적 부를 증진시키는 개발이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

스티글리츠 씨는 1997년 아시아의 금융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이 월스트리트의 이익을 위해 동아시아의 약화를 꾀했다는 음모론에 대해 “이해관계에 있는 모두를 음모의 배에 승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지 않으며, 많은 이들은 강한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와 미국에 긍정적이라고 믿는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미국 뉴 아메리칸 파운데이션의 선임연구원 아나톨 리벤 씨는 미국 민족주의의 특징으로 ‘여러 나라에 빛을 비추는 나라라고 믿는 메시아주의(messianism)’를 꼽았다. 이 믿음은 평소에는 수동적이지만 9·11테러 같은 공격을 받으면 적극적 형태로 바뀌어 세계를 미국화하려는 욕망을 나타낸다고 그는 지적했다.(금동근 기자)

08. 09. 13.

P.S. 참고로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1부 세계 경제
1장 아마티아 센Amartya Sen - 15
2장 헬레나 노르베르-호지Helena Norberg-Hodge - 39
3장 산자이 레디Sanjay Reddy - 57
4장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 97

2부 탈식민주의와 신제국주의
5장 파르타 차테르지Partha Chatterjee - 123
6장 마흐무드 맘다니Mahmood Mamdani - 159
7장 아나톨 리벤Anatol Lieven - 185

3부 페미니즘과 인권
8장 시린 에바디Shirin Ebadi - 231
9장 릴라 아부-루고드Lila Abu-Lughod - 239
10장 사바 마흐무드Saba Mahmood - 249
11장 가야트리 스피박Gayatri Spivak - 287

4부 세속주의와 이슬람
12장 탈랄 아사드Talal Asad - 341
13장 질 아니자르Gil Anidjar -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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