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에서 좀 지난 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중국 칭화대에서 공자철학을 강의하는 서양인 교수에 관한 것이다. '화제'거리여서 옮겨놓는 건 아니고(하지만 한국대학에서 퇴계철학을 강의하는 벽안의 교수를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롭긴 하다), 기사 중에 한국 기독교인을 가리켜 '유교적 기독교인'이라고 부른다는 대목이 눈에 띄어서이다(사실 한국 기독교인들도 제사를 거부하는 것 말고는 유교적 인간 아닌가?). 참고할 만한 관련서들을 잠시 생각해본다(찾아보니 '윤동주 시에 나타난 유교적 기독교'를 다룬 논문도 눈에 띈다).  

교수신문(08. 07. 07) 碧眼의 이방인은 ‘유교’를 어떻게 가르칠까

중국대학에서 서양인이 공자철학을 중국인에게 가르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다니엘 벨 (Daniel A. Bell) 중국 칭화대학 교수가 종종 듣는 말이다. 유교의 종주국에서 그 나라 사람들에게 유교를 강의한다는 것은 마치 뭍에 사는 토끼가 물에 사는 고기에게 어떻게 헤엄치는가를 가르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을 벌써 4년째 하고 있다.

 

캐나다인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공부하던 벨 교수는 운명을 바꾸는 만남에 마주쳤다. 바로 중국인 부인을 만난 것이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중국에 ‘올인’했다. 그 운명적인 만남을 순순히 받아들인 벨 교수는 그 후로 중국에 와서 중국인 부모님을 한 집에 모시고 살고 있다. 공자의 가르침대로 부모님께 효도하고 살려는 것이다. 그랬더니 정말 복도 굴러왔다. 그는 방문교수 신분으로 왔지만, 현재 중국 명문 칭화대학 정교수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교수직에서도 가장 권위 있는 ‘박사학생 지도교수’ 자리에까지 빠르게 승진했다.

벨 교수는 칭화대학이 문화혁명(1966~1976)이후 처음으로 인문학부에 채용된 외국인 교수다. 그는 또한 중국지도층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교수이기도 하다. 공산당간부 양성의 산실인 공산당중앙학교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 초대받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紙 블로그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그는 중국에 온 이후 발견한 서양인의 중국에 대한 ‘오해’를 지적한다. 예를 들면 “중국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전제주의 국가가 아니다. 대부분 서양국가의 중국에 대한 생각과 정책은 중국에 대한 편견에 기인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비하면 중국은 학문자유의 천국이다”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의 이런 ‘중국옹호’의 발언과 그가 중국인 부인을 둔 사실, 그리고 중국에서 받는 특별한 대접 때문에 많은 서양 사람들은 그를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사람들은 내가 공산당에게 세뇌당한 줄 알아요,” 그가 칭화대 부근 한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말했다.

사실 그는 중국에 대해 좋은 점만을 말하고 다니지는 않는다. 중국에 대한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 예를 들어, 그는 중국정부가 1989년 ‘천안문사태’의 희생자들에게 사과를 표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대부분의 중국인은 그 때 중국정부가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에게 그처럼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현재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정부가 좀 더 ‘안정적이고 합법적이게’(stable and legitimate) 되면 언젠가는 사과를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버드대 유교학자 뚜웨이밍(杜維明) 교수는 한 강의 시간에서 유교의 전통이 남아있는 동양의 중국, 한국, 일본 중 한국의 유교전통이 종주국 중국보다 현재 가장 강하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유교학자로서 다니엘 벨 교수 역시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개화기때 한반도에서 기독교를 처음 받아들인 지식인들은 다름 아닌 유교학자들이었다. 서양학자들은 이들을 ‘유교적 기독교인’(Confucian Christian)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머리에 갓을 쓰고 않아 성경책을 읽었고, 교회에 가서는 남녀가 따로 앉아서 찬송가를 불렀다. 기독교인인지만 생활방식은 여전히 유교적인 모습을 유지한 것이다. 벨 교수는 오늘날 한국의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이 여전히 ‘유교적 기독교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유교사상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역할도 했다고 분석했다. “유교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는 대학교수의 사회적 권위가 큽니다. 그들의 말은 영향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군사독재 시절에 이에 반대하는 대학교수들의 시국성명은 당시 정부에 큰 부담을 주었습니다.”

“문화혁명뒤 유교가 많이 천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르크스 사상을 가르치는 대학교수와 지식인들도 새로운 눈으로 유교를 바라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벨 교수가 말했다.(써니 리 / 중국통신원·베이징대 저널리즘 박사과정)

08. 08. 01.

P.S. 나는 한국인을 이해하는 키워드, 혹은 '문화적 DNA'가 '유교' '기독교' '한국전쟁'이 아닐까 싶었는데(10가지 코드는 강준만의 <한국인 코드> 참조), '유교적 기독교인'이란 개념 덕분에, 둘로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런 관심 때문에 언제부턴가 읽어보려고 하는 책은 '벽안'의 도이힐러 교수가 쓴 <한국 사회의 유교적 변환>(아카넷, 2003)과 정수복의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생각의나무, 2007)이다. 리뷰들이야 여럿 읽어뒀지만 아무래도 직접 통독해봐야 생각할 거리들을 더 얻을 수 있을 듯하다...

P.S.2. 말이 나온 김에 도이힐러 교수의 관련기사도 옮겨놓는다. 한국학 전공자인지라 방한이 이례적인 건 아니고 작년 가을에도 한국을 찾았었다('한국사회의 기독교적 변환'이란 책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곧 이명박 장로님이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봉헌하겠다고 할 텐데 말이다).

경향신문(07. 10. 11) 도히힐러 교수 “한국인들 한국학을 몰라”…‘지원 인색’ 꼬집어

“한국에서는 아직 ‘한국학’이라는 학문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마르티나 도이힐러 영국 런던대 명예교수(72)는 11일 서울대 규장각에서 열린 ‘도이힐러 교수와 함께 한국학 40년을 회고한다’ 토론회에서 한국학의 국제화 수준을 이렇게 비판했다. 그는 “한국학이 개설된 외국 대학에도 담당교수 1명이 어학, 역사, 문학, 경제를 한꺼번에 가르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한국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도이힐러 교수는 특히 국내 한국 관련 학문 연구자의 의사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 학계에는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연구자가 거의 없어 외국연구자와 토론하는 데 애를 먹는 일이 많다”고 지적하고 “한국사를 연구하더라도 국제화를 추구한다면 의사소통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출신인 도이힐러 교수는 40년 전인 하버드대 유학시절 한국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1967년 한국 관련 자료를 얻기 위해 서울대 규장각을 찾아왔다. 도이힐러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구한말 외교사를 공부하던 중 서울대에 개항과 관련된 사료가 풍부하게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67년에 무작정 한국을 찾아왔다”고 회고했다. 이때부터 한국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한국학의 매력에 푹 빠져든 도이힐러 교수는 73년에 다시 한번 한국을 찾았고, 75년에 스위스 취리히대 한국학 교수로 임용됐다. 88년 한국학 연구센터가 있던 런던대 교수로 부임한 그는 한국학의 불모지인 유럽에 한국학의 뿌리를 내렸다.

그는 92년 자신의 한국학 연구를 결산한 ‘한국의 유교적 변환: 사회와 이데올로기연구(하버드대 출판부)’를 발간, 한국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런던대 퇴임 후에도 취리히로 돌아가 한국학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내 젊음을 바친 한국학을 더 파고들겠다”면서 “조선시대 사회사를 대한 논문도 곧 집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강병한기자)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노이에자이트 2008-08-02 16:25   좋아요 0 | URL
도이힐러 여사는 2003년 경에도 우리나라에 왔죠.한국남자와 결혼했는데 사별했고 한국에 올땐 시댁을 방문한다고 합니다.그런데 인터뷰 기사를 보면 조선유교에 대해 너무 호의적인 해석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마치 계몽사상 이전 유럽 지식인들이 중국의 관료정치인들을 칭찬하는 것과 비슷한 태도 같았어요.예전에 김용옥 씨가 "서양인이 어떻게 한문문헌을 잘 해독할 수 있겠느냐고 의심하지 말라.우리나라 학자보다 한문해석 실력이 더 뛰어난 이도 많다."고 했죠.그리고 도서관에 가시면 이번에 개정판 나온 이인화<머나먼 제국>뒤에 서평으로 나온 도날드 베이커(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 교수)의 글을 읽어보세요.그는 천주교를 수용한 조선 후기 유학자를 연구한 학자입니다.티비에서 보기도 했는데 정말 한국어를 잘 합니다.

로쟈 2008-08-02 20:15   좋아요 0 | URL
한국인이 서양학문을 하는 것보다 두 배는 어려울 텐데(적어도 우리는 무얼 읽어야 하는지는 알고 시작하지요), 여하튼 배울 점이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8-02 20:53   좋아요 0 | URL
미국인 중 한국학하는 이들 중에선 평화봉사단 출신이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