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관련 기사를 하나 더 옮겨놓는다. 이번에는 한국어번역이 아니라 영어번역 문제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신뢰성이 높은 번역은 대상작품 72종(41편) 가운데 7종에 불과했다고 한다. 거기에 절반이 넘는 45종 가량이 신뢰하기 어려운 번역이었다는 것. 그래도 절반 가량은 읽을 만한 번역이라고 하니 번역원장의 말대로 '예상했던 것보다는 긍정적인 결과'일는지도 모른다. 번역을 통한 문화적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보다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 기사는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807/h2008070202550186330.htm 참조).

한겨레(08. 07. 02) "영어번역 한국소설 절반 가량 오·졸역”
영어로 번역된 한국 소설 중 절반 가량이 오역이나 졸역 등으로 작품 이해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원장 윤지관)이 1일 발표한 ‘영어권 기 출간도서 번역평가 사업’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작품 41편 가운데 충실성과 가독성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작품이 21편으로 전체의 51%에 머물렀다.
구체적으로는 신뢰성이 아주 큰 에이제로(A0) 등급이 7종(17%), 신뢰할 만한 비플러스(B+) 등급이 14종(34%)였던 반면, 신뢰성에서 문제가 되는 비제로(B0)와 그 이하인 시플러스(C+) 및 시제로(C0) 등급이 각각 10종(25%)과 5종(12%), 5종(12%)씩이었다. 에이플러스(A+) 등급은 없었으며, 축약본이어서 판정을 유보한 작품이 두 종이었다. 작품이 아닌 번역본 종수별로 환산하면, 비제로 등급 이하가 45종(64%)이어서 전체의 3분의 2 가까이가 신뢰하기 어려운 번역본에 해당했다.
번역원이 이번 사업에서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영어로 번역된 한국 현대 소설 196종(장르 종합 56종은 별도) 가운데 41편 72종이었다. 시기상으로는 1917년에 발표된 이광수의 장편 <무정>에서부터 1999년 작인 공지영씨의 단편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에까지 이른다. 이번 사업의 평가위원장을 맡은 송승철 한림대 교수(영문학)는 “가장 많이 번역된 작품, 시대별 안배, 문학사적 의의 등을 고려해 평가 대상을 선정했다”며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번 평가 결과가 한국 소설 영문 번역 전체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성을 지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번역원이 밝힌 오역·졸역의 사례로는 “화를 보지 마오”(이상, <날개>)를 “Don’t look at disaster”(올바른 번역은 ‘Don’t suffer misfortune’)로 엉뚱하게 옮긴 경우, “다낭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의 명단이다”(황석영, <무기의 그늘>)가 “This is the last of the civilians in Danang”(편집 과정에서 list가 last로 바뀜)으로 표기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 한국어 실력 부족으로 인한 오역과 번역자의 자의적인 축약 또는 해설적 첨가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번 사업을 주관한 번역원의 윤지관 원장은 “미국의 대학 등에서 영어로 된 한국 소설을 교재로 쓰고자 할 때 쓸 만한 텍스트가 없다는 등의 문제 제기가 있어 지난해 1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며 “그러나 실제로 평가 작업을 해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송승철 위원장은 “가독성보다는 충실성 쪽에 좀더 무게를 두고 평가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는 불만을 느끼는 번역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번 평가 결과가 생산적인 토론으로 이어져 번역 비평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번역원은 소설에 이어 시의 영문 번역에 대한 평가 작업 결과를 내년 상반기 중에 내놓을 예정이다.(최재봉 문학전문기자)
08. 07.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