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홉스봄의 <혁명가 - 역사의 전복자들>(길, 2008) 출간 소식은 이미 다룬 바 있는데, 간단한 리뷰기사가 있기에 옮겨놓는다.

경향신문(08. 05. 24) 혁명의 빈자리 채울 저항의 세계화 주창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에릭 홉스봄은 1917년에 태어났다. 공교롭게도 그가 태어난 해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성공했다. 공산주의 국가의 탄생과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이 노학자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저술활동을 하는, 지적으로 왕성한 정력을 지닌 인물이다.



자본주의가 태동한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역사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제시한 역사3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를 저술한 홉스봄은 2002년 ‘미완의 시대(원제 ‘흥미로운 시간’)’라는 자서전을 내놓는다. 그리고 자서전을 출간하기 한 해 앞서 홉스봄은 ‘혁명가, 역사의 전복자들’을 재출간한다.

‘혁명가, 역사의 전복자들’은 1961년부터 73년까지 홉스봄이 마르크스주의와 관련해 각종 매체에 기고한 평론과 논문, 강연을 모은 책이다. 자서전 출간에 앞서 스스로의 지적 작업을 성찰하고 20세기를 되돌아 보는 과정을 담았다. 마르크스주의가 마치 사형선고라도 받은 양 치부되는 요즘, 이 책은 ‘구닥다리’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와 세계화가 진행되고 빈부격차가 한층 심화되면서 그의 통찰력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책은 유럽 각국 공산주의 정당의 성공과 실패 사례, 마르스크주의가 노동운동에 끼친 영향, 게릴라 활동과 군부의 정치개입, 1968년 유럽의 혁명운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혁명과 관계하는 대부분의 주제를 망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광범위한 지적 활동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20세기를 온전히 관통했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집권을 경험하고 아바나에서 체 게바라를 통역하고, 소련에서 스탈린의 시체를 직접 목격했던 ‘역사의 참여관찰자’가 전해주는 통찰이다.

그의 성찰에 울림이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소련과 스탈린의 교조적 공산주의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하며 역사를 끊임없이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노력했다는 데 있다. 이 책의 11장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대화는 마르스크주의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런 탓에 홉스봄의 책은 소련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전 세계 국경을 넘나들며 막강한 힘을 자랑하는 자본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홉스봄은 더 이상 혁명이 가능하지 않은 시대를 맞아, 모든 피억압 계층이 연합해 자본에 대항하는 ‘인민전선’에서 해법을 찾아온다. 빈민과 중산층, 노동자와 농민과 샐러리맨, 좌파와 중도파를 아우르는 ‘저항의 세계화’가 필요한 시대라는 얘기다. 오늘 이 땅에서도 그가 말한 ‘저항의 연대’가 불가능한 것으로만 보이진 않는다.(김준일기자)

08. 05. 23.

P.S. 기사에서 눈길을 끈 언급은 홉스봄의 책이 소련에서 금서로 지정됐었다는 사실. 지금은 어떤가 궁금해서 검색해봤다. 그의 3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는 러시아어로는 지난 1999년에 출간됐고, 20세기사인 '극단의 시대'는 2004년에 번역되었다.

Эрик Хобсбаум Век революции. 1789 - 1848Эрик Хобсбаум Век капитала. 1848 - 1875

Эрик Хобсбаум Век империи. 1875 - 1914Эрик Хобсбаум Эпоха крайностей. Короткий двадцатый век 1914 - 1991 Age of Extremes. The short Twentieth Century. 1914 -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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