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인플루엔자가 서울에서도 확산되는 모양이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에다가 유전자변형 옥수수까지 들어오는 판에 가금류조차도 주의식품이 되어 가고 있다. 기억엔 나도 지난 두어 주 동안 탕종류나 곱창 등을 먹지 않았다. 개념도 없고 도덕도 없는 정부 덕에 육식을 덜하게 됐으니 건강이라도 챙겨두어야겠다(하지만 요즘 컨디션은 왜 이리 저조한지. 기력이 다 증발하여 요양이라도 가고픈 심정이다). 오래전에 쓴 시가 생각이 나서 옮겨놓는다. '닭곰탕'이 소재인데, 잠깐 분식점을 하던 때 우리집의 주요 메뉴이기도 했다(흠 당분간은 먹을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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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곰탕을 먹으며
닭은 조류이다, 명목상.
- <닭의 닭에 의한 닭을 위한 사전>에서
무가 빠진 닭곰탕을 먹는다, 나는 “무가 빠졌어요!”라고
속으로 외친다. 항의한다. 항거한다. 속으로. 그러나
다 먹는다. 내게 주어진 밥, 내게 주어진 닭, 살, 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肉化된 닭의 언어들. 내일은 찜이 되거나 죽이 될, 아니면
또 탕이 될 소망들, 희원들, 목놓아 새벽을 부르던-
부르다 지쳐 쓰러진 닭도 있었다, 그러다 죽어간 닭도 있었다, 미처
닭인 줄도 모르고 죽어간 닭도. 그러나
그걸 기억하는 닭이, 동족의 울음과 통곡이 새벽을 가져오리라
믿는 닭이 어디에 있으랴!
무가 빠진 닭곰탕은 무가 빠진 닭곰탕일 뿐이다.
빠진 건 빠진 거고 있던 건 닭곰탕. 이젠
그마저 밥상에 없다.
“없는 건 없는 거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린다. 이젠 목젖이 붓는 소리
들리지 않고 새벽은 조용조용히 온다.
새벽은 조용조용히 항의하며 조용조용히 항거한다.
덕분에 그날이 그날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닭고기를 먹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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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05. 12.
P.S. 사진은 작년의 6월 항쟁 20주년 범국민대행진 행사의 한 장면이다. 20년전 가두시위 현장을 재연한. 1987년 6월 부산에서 학생과 시민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는 경찰을 향해 한 시민이 "최루탄을 쏘지말라"며 달려가는 모습을 찍은 아래의 유명한 사진은 AP통신이 1999년 발표한 '20세기 100대 사진'에 선정된 바 있다고.
![](http://www.pluskorea.net/imgdata/pluskorea_net/200705/200705145455452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