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토요일이지만 격주 등교일이었고 낮에 아이를 데리러 잠깐 초등학교에 다녀왔다. 오다가다 아파트 단지의 목련나무들에 아직 꽃망울도 올라오지 않은 걸 보고 예년보다 좀 늦은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예년보다 날씨가 찬 탓인지도 모르겠다. 할일이 너무 많다는 핑계로 잠시 손을 놓고 있다가 예전에 쓴 시가 떠올라 옮겨놓는다(그래봐야 답답한 마음이 가실 리 없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한 주 정도는 더 지나야 꽃이 피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아무튼 곧 꽃망울들이 올라오고 흐드러지게 만개하리라. 그렇게 또 봄날의 며칠이 지나가리라...
목련꽃 그늘 아래 울다
목련꽃 아직 움트기 전, 바알갛게 졸아든 마음으로
목련꽃 그늘 아래 나 언제쯤 울어볼 수 있을까
목련꽃 그늘 아래 기대어 한참을 마음놓고
목련꽃 아직 움트지 않았던 시절을 울어볼 수 있을까
목련꽃 아름아름 마음 환하게 울어볼 수 있을까
08. 03. 16.
P.S. 목련을 노래한 시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아무래도 박목월의 '사월의 노래'라고 해야겠다. 가곡으로도 만들어진 시 말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그나저나 4월이 벌써 그리운 걸 보면 아무래도 올 3월은 지옥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