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라서 오늘 구입한 책은 가야트리 스피박의 신간 <경계선 넘기 - 새로운 문학연구의 모색>(인간사랑, 2008)이다. 국역본의 제목은 좀 '의역'돼 있는 것인데, 원제는 <한 분과학문의 죽음>(2003)이다. 본문의 첫문장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3년 후인 1992년부터 비교문학은 새로운 학문으로 거듭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31쪽)인 것으로 미루어 그냥 <비교문학의 죽음>이란 제목을 붙여도 좋았겠다. 그래서 문득 떠오른 것이 20년 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에 들은 비교문학 강의이고 그때 읽은 몇 권의 책이다(지금은 대부분 절판됐다). 최근의 비교문학 교재로 이미지가 뜨는 책들 몇 권을 나열해본다.

 

 

 

 

스피박의 책은 원서의 경우 100여쪽 남짓의 분량에 불과한데 평은 후한 편이다.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의 『경계선 넘기-새로운 문학연구의 모색』은 문학연구의 미래뿐만 아니라 그 과거를 읽는 새로운 방법을 그려낸다. 이 책은 눈부신 시야와 비전을 제시하고, 문학적 지형을 바꾸어 놓으며, 역동적이고, 명료하며, 훌륭하다. '죽음'이 이러한 영감을 제공해 준 적은 드물다."고 주디스 버틀러는 적었고, 에르네스토 라클라우도 "[스피박]은 '지구화'에 반대하는 '전지구적' 관점에 토대를 둔 매혹적인 지적 프로젝트의 윤곽을 그려낸다. 필독서이다."라고 거들었다.

그래서 집어들 수밖에 없었는데, 특이한 건 국역본의 역자들이다. '문화이론연구회 옮김'이라고 돼 있는데 역자 소개를 보면 무려 8명이 번역에 참여했다. 원저의 분량을 고려하면 1인당 10-20쪽 정도를 옮겼다는 것인가? 세 장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얇은 책이지만 3명의 역자가 공역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8명? 기이하게 보인다.

'역자서문'은 이런 문장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역자들은 지적 한계를 실감했다. 혹시 있을 수 없는 오역은 전적으로 역자들의 책임이다. 스피박의 사유체계와 통찰력과 한계가 한국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길 바란다." 솔직한 것인지, 겸양인 것인지는 읽어봐야 알겠다...

08. 0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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