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옮겨놓고 있는 한국일보의 '오늘의 책'이 내일은 러시아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을 다루고 있다. '방앗간'을 또 지나칠 수 없어서 옮겨놓고 몇 자 보탠다. 아래 열음사판 시집 표지를 보니 감회가 새로운데, 애석하게도 소장하고 있는 시집은 아니다. 대신에 창비사의 오장환 전집을 갖고 있고 거기에 뛰어난 예세닌 번역시들이 수록돼 있다. 물론 이 책 또한 절판되었지만...

한국일보(07. 12. 28) [오늘의 책<12월 28일>] 자작나무 숲에서

러시아 시인 세르게이 예세닌이 1925년 12월 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여관에서 자살했다. 30세였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예세닌은 1916년부터 러시아 농촌의 자연과 민중, 역사에 바탕한 섬세한 서정시ㆍ서사시를 발표해 러시아혁명기를 대표했던 시인이다. 한 세기 저편 러시아의 ‘마지막 농촌 시인’이지만 그는 세 인물과 얽힌 인연으로 우리 기억에 각인돼 있다.

첫번째 인물은 현대무용의 개척자인 ‘맨발의 이사도라’ 이사도라 던컨(1877~1927). 예세닌의 자살의 직접적 원인은 음주벽과 신경증이었지만 그의 죽음이 던컨과 관련이 없을 수 없다. 던컨은 러시아 혁명 후 1921년 모스크바에 무용학교를 설립하고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예세닌은 자신보다 열일곱살 연상인 그녀와 사랑에 빠졌고 두 사람은 1922년 결혼식을 올리지만 이별과 재회를 거듭하다 1924년 결별했다.

이듬해 자살한 예세닌이 여관방에 남긴 마지막 시는 ‘잘 있거라, 벗이여’였다. 던컨은 예세닌이 죽은 지 2년 후 파리에서 죽었다. 스포츠카를 시승하기 위해 뒷좌석에 앉아있던 그녀가 어깨 뒤로 둘러 내려뜨린 숄이 차 뒷바퀴에 낀 채 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목이 졸려 숨진 것이다.

두번째 인물은 러시아 현대시의 개척자인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1893~1930). 예세닌의 장례식장에서 ‘예세닌에게’라는 시를 낭송했던 그는 5년 후 역시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세번째 인물은 한국의 시인 오장환(1918~1951)이다. 예세닌에 크게 영향을 받은 오장환이 1946년 번역한 <에쎄닌 시집>은 20세기 가장 뛰어난 번역시 작업의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이 시집은 오장환이 월북시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오랫동안 금기였다. 노문학자 박형규 번역으로 ‘어머니’ ‘목로술집의 모스크바’ 등 예세닌의 절창을 모아 1985년 출간된 <자작나무 숲에서>도 절판 상태다.(하종오기자)

07. 12. 27.

Виталий Безруков Есенин

P.S. 자료를 찾으니 예세닌에 대해서는 소설도 나와 있고, 영화도 제작되었다(영화의 몇몇 장면은 http://www.youtube.com/watch?v=5IrtAU36438 참조). 그리고 예세닌의 자료 사진들(http://www.youtube.com/watch?v=0fXAS7HRl5o)과 함께 '진짜' 장례식 자료화면도 떠 있다(http://www.youtube.com/watch?v=UjJepN2ZrCY). 

"Сергей Есенин". (Фото — 1tv.ru)

영화속 장례장면은 http://www.youtube.com/watch?v=XFwLTDilATk 참조. 러시아 그룹 '류베'가 부르는 노래 '자작나무'는 http://www.youtube.com/watch?v=LuxlG2Y7j0U 에서 들어보시길...

P.S.2. 예세닌 삶과 시에 대한 촌평은 천양희 시인의 <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샘터, 2006)를 참조할 수 있다. 마야코프스키의 시 '세르게이 에세닌에게'는 물론 <마야코프스키 선집>(열린책들, 2006)에 번역돼 있다. 오장환 시에 대해서는 유종호의 <다시 읽는 한국시인>(문학동네, 2002)을 일독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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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7-12-28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장환 시인의 고향에서 근무를 했던 적이 있어서 오장환문학제를 구경한 적이 있었어요.
매우 뛰어난 시인이었다는데 월북하는 바람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하더라구요. 로쟈님 서재에 와서 사진을 다시 보니 반가운거 있죠.^^

로쟈 2007-12-28 00:51   좋아요 0 | URL
별칭이 '비극의 미남시인'이네요.^^

깐따삐야 2007-12-28 12:50   좋아요 0 | URL
하핫. 별칭 귀여운데요. 비운의 꽃미남이시구나. 오장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