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의 마지막 밤이다. 문학기행도 어느새 반고비를 지나고 있다. 여행자의 주관적 느낌이지만 공통적인 감각인기도 한데, 오랜 비행 비행 끝에 첫날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이튿날부터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도보로 리스본 도심을 둘러본 게 첫날 핵심 일정이었고 엊저녁 식사를 하며 파두 공연을 감상한 게 리스본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그 사이 그제는 근교도시 오비두스, 그리고 어제는 신트라를 다녀왔다. 모두 리스본에서 한시간쯤 떨어진 곳들로 포르투갈의 관광 명소다.
기행의 기록은 그제 사라마구 재단을 방문한 대목까지 적었는데, 이어서 찾은 곳이 마프라 궁전이다. 수도원과 성당까지 포함된 복합 왕궁이다.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함께 포르투갈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해주는 대표적 건축. 거대한 복합건축물 축조에 든 비용과 인력을 고려하면 바로 가능한 판단이다. 사라마구는 대규모 공사의 동원된 민중적 시각에서 역사를 재서술한다. <수도원의 비망록>(1982)과 함께 사라마구문학이 새롭게 탄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포르투갈 왕조사에 대한 설며을 들으며 궁전을 둘러보고(3만권이 넘는 장소를 소장한 왕실도서관이 인상적이었다) 일행은 점심식사를 위해 에리세이라로 향한다. 세계적인 서핑 명소라는 리스본 근교도시로 점심메뉴는 생선구이(도미/농어)였다. 대서양 바다라면 프랑스 노르망디 해변에서 안면을 튼 사이이지만 포르투갈에서 만나는 대서양은 또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대항해시대의 역사를 배경으로 두고 있어서인지 풍경(프랑스에서 바다는 모네의 에트르타 같은 풍경이었다)이 아닌 실감으로 다가온다고 할까. 파도의 힘도 더 강하게 느껴졌다.
점심식사후 오후일정은 ‘왕비의 도시‘로 일컬어지는 오비두스 방문. 성곽으로 둘러싸인(그래서 도시라고 불리겠다) 작은 마을인데 13세기부터 포르투갈 왕이 왕비에게 결혼선물로 주어왔다고 한다. 해마다 국제문학축제가 열리는 문학의 마을이기도 하다. 성곽 둘레를 걸어보고 마을 골목의 이색상점들을 구경하는 일정으로 하루를 아무리하고 리스본으로 귀환했다. 귀환길에는 포르투갈문학의 주변성(에사 드 케이로스)과 특수성(페소아, 사라마구)에 대한 막간 문학강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어제. 포르투갈 최대 관광지라는 신트라를 다녀왔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는 페나 궁전과 그 다음으로 찾는다는 헤갈레이라 별장 방문이 주요 일정. 명성대로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페나 궁전은 동화속의 성처럼 노랑, 빨강으로 칠해진 성벽과 파란 가을하늘이 원색의 대조를 이루었다. 바닷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유럽의 서쪽 끝이라는 호카곶(여기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는 카몽이스의 시구가 유명하다)에서 해무에 싸인 바다를 구경한 다음에 일행은 다시 신트라로 돌아와서 단테의 <신곡>을 형상화했다는 헤갈레이라 별장으로 향했다. 가장 유명한 우물을 직접 보고 걸어내려가본 것이 기억에 남을 만했다.
해가 진 뒤에야 리스본에 도착한 일행은 한 작은 레스토랑에서 파두 공연을 감상하며 저녁식사를 했다. 두 명의 기타 반주에 맞춰 세 명의 여가수가 차례로, 혹은 같이, 때론 경쾌한 느낌도 주는, 주로 애조 띤 절절한 목소리로 파두를 들려주었다. 3박4일 리스본 체험의 피날레엤다. 이제 날이 새면 가톨릭 성지 파티마를 거쳐서 포르투갈 지성의 산실 코임브라로 향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