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숙소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지금 시각으로는 어제 비행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하고 만 하루가 지났다. 환승(프랑크푸르트)까지 더해서 비행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예상과 다른 건 아니었고 리스본 도착까지의 일정은 순조로웠다.
저녁이나 밤늦게 도착하다보니 도시의 야경부터 보는 일이 많은데, 비행기가 리스본공항으로 서서히 하강하면서 창밖으로 내려다본 리스본항의 야경이 매우 아름다웠다. 수년 전 해질녘에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아테네 (피레아스)항구와 함께 내겐 기억에 남을 장면이다.
2일차인 내일부터가 본격적인 문학기행의 시작이다. 일정상으로는 페소아의 날이다(그렇게 치면 3일차는 사라마구의 날이다). 리스본 도심투어도 겸할 예정이어서 아무래도 가장 빡빡한 하루가 될 듯싶다. 김한민의 페소아 기행 책을 참고하건대 페소아의 리스본만 챙겨보려해도 최소 일주일은 필요해보이지만(리스본은 한달 살기도 선호되던 도시였다) 언제나 그렇듯 배당되는 시간은 충분치 않다. 일단 많이 걸으면서 보고듣고 한 것들을 나중에 책을 읽으며 되새김질하는 수밖에.
여행한다는 것! 이 나라 저 나라 버리고 다니는 것!
끊임없이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
영혼에 뿌리가 없기에
오로지 보기 위해 사는 것!
-페소아, ˝여행한다는 것˝
페소아의 도시에 온 이상, 내일 하루는 오로지 보기 위해 다니면서 ‘일일 페소아 체험‘을 해보려고 한다. 한데 페소아-되기는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페소아 자신이 이명들을 만들어내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이 되고자 했기에. 필명들이 아닌 이명들의 시인이라는 점에서 페소아는 세계문학사에서 ‘유니크‘하다. 그 유니크함에 더해 리스본의 유니크함도 내일 확인해보려 한다. 밤이 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