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꼽히는 미국의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그의 독자들에겐 연말 선물이 될 만한(하지만 돈주고 사야 하는 선물이다) 책이 출간됐다. 민주주의와 교육에 관한 그의 생각들을 집약하고 있는 <촘스키, 사상의 향연>(시대의창, 2007)이 그것인데, 9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어서 여지껏 나온 그의 책들 가운데는 최대 부피와 최고가를 자랑하지 않나 싶다. 물론 원서는 496쪽으로 그 절반 정도밖에 안된다. 책값도 더 저렴하고. 어느 걸 구입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다(번역본은 도서관을 이용할 수도 있기에). 'Chomsky on Democracy & Education'이란 원제가 <촘스키, 사상의 향연>으로 탈바꿈한 것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같이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즐겨라, 란 뉘앙스도 되기에. 일단은 리뷰나 챙겨둔다.

문화일보(07. 12. 07) “현대 교육은 자본주의의 노예” 촘스키가 본 민주주의와 교육

“대중심리의 통제와 벌이는 싸움이란 하루에 5시간을 보는 텔레비전과 영화산업과 책과 학교와 그밖의 모든 것을 상대로 벌이는 싸움이다.”(촘스키)

‘생존해 있는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꼽히는 노엄 촘스키(79)의 민주주의와 교육에 대한 글과 대담, 강연, 인터뷰 등을 모아놓은 책이다. 책의 편집자인 오테로(UCLA대) 교수는 촘스키의 제자로, 그동안 스승의 책을 주제별로 묶는 작업을 해왔다. 번역서의 제목이 원제목(Chomsky on Democracy & Education)을 어느 정도 살리는 게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900쪽이 넘는 이 책만으로 촘스키의 사상체계 전반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향연’도 어울린다. 더구나 촘스키의 다른 책에 비해 아주 수월하게 읽힌다는 장점이 있다.



민주주의와 교육은 따로 떼어놓고 말하기 어렵다. 촘스키가 계승하는 철학자 존 듀이(1859~1952)의 “정치란 대기업이 사회에 던지는 그림자”란 말이 함축적으로 촘스키의 민주주의와 교육에 대한 관점을 드러낸다. 촘스키는 언어학자로 발판을 다진 사상가다. 그는 인간의 언어능력이 선천적이며, 다른 행동 형태와 마찬가지로 반복과 훈련, 보상과 징계 등의 조건형성을 통해 개발되는 습관의 시스템이라고 본다. 이같은 언어관은 그의 심성이론과 사회를 보는 시각으로 확장된다. 즉, 인간의 심성(영혼)에 언어기관이 선천적으로 들어있듯이, 도덕적 계율을 지키려는 소질 역시 선천적으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으로 대표되는 국가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와 교육을 방해하고, 앞서 얘기한 인간의 선천적인 창조성을 왜곡시킨다고 그는 말한다. 즉 현대의 교육 자체가 자본주의를 지탱하기 위한 인간을 ‘찍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이란 지금처럼 돈을 많이 벌어 소비를 잘하게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일 자체를 사랑하게 만들고 그로부터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그런 것이어야 한다는 게 촘스키의 기본적 교육관이다.

촘스키는 미국의 현재 교육이 일 자체를 즐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이 가져올 보상을 강조하는 조건 형성의 교육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노동의 본질적 가치는 모른 채 교환가치만 알도록 만든다고 본다. 그러면서 촘스키는 정부, 기업, 언론,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소위 ‘가짜 지식인’들은 이같은 사회구조에 맹목적으로 편승하고 있으며 그들은 결국 권력을 잡아 자신의 이익에 봉사하겠다는 것이지,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고 비판하고 있다.(엄주엽기자)

07. 12. 07.

P.S. 보다 자세한 한겨레의 리뷰기사는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55613.html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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