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일 바쿠닌의 미완성 유작 <신과 국가>가 얼마전에 번역돼 나왔다. 바쿠닌과 관련해서는 오래전에 카의 평전이 나왔으나 절판됐고 지금은 박홍규 선생의 안내서 정도가 남아있다. 걸출한 무정부주의자의 저작이 더 번역되면 좋겠다. 내가 붙인 추천사를 옮겨놓는다...
러시아의 혁명가 미하일 바쿠닌의 대표작 『신과 국가』가 비로소 우리에게 도착했다. 미완의 유고가 사후에 책으로 묶인 것이 1882년이다. 『신과 국가』를 앞뒤로 하여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세상에 나왔다. 도스토예프스키와 니체 사이에서 이 불세출의 무정부주의자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흥미롭고도 흥분되는 일이다. 『신과 국가』는 근대 정치사에서 가장 급진적인 자유의 선언문 중 하나다. 복종 혹은 노예 상태에 대한 신랄한 폭로와 단호한 비판에 있어서 라 보에시의 『자발적 복종』을 떠올리게 하는 이 책에서 바쿠닌은 인간을 억압하는 두 거대한 권력, 즉 ‘신‘과 ‘국가‘를 동시에 해부하며 통렬하게 분석한다. 동물성을 점진적으로 부정해온 과정이 인류의 역사이바고 보는 바쿠닌은 인간이 동물적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동물성과 인간성 사이의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판단한다. 바로 ‘신적 노예 상태‘다.
바쿠닌 보기에 신의 존재와 인간의 자유는 결코 양립할 수 없다. 만약에 신이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고 했던 볼테르의 말을 뒤집어서, 만약에 신이 존재한다면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신이 전부라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며, 신이 주인이라면 인간은 노예에 불과하다. 신이라는 개념의 승인은 이성의 포기 행위이며 권력에 대한 복종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신적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인간의 자유와 정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바쿠닌은 말한다. 진정한 사회혁명 대신에 ‘술집‘과 ‘교회‘라는 환상이 여전히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면, 바쿠닌의 질타는 지금도 현실적이다.
바쿠닌은 종교적 사제뿐 아니라, 과학과 법칙을 참칭하는 새로운 엘리트들이 인간의 구체적인 삶을 추상적 원리 아래 종속시키는 것도 경계했다. 시대의 앞선 그의 통찰은 오늘날의 기술 관료주이나 알고리즘에 의한 통제 사회를 향한 비판으로 유효하다. 바쿠닌에게 자유는 박제된 이상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창조성을 가능케 하는 실존적 조건이며, 타자와의 연대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사회적 실재다. 19세기에 송신된 『신과 국가』는 21세기의 현실에서도 자유와 권력의 관계를 끊임없이 재성할하게 만드는 고전에 값한다. 바쿠닌은 묻는다. 존엄과 자유를 향한 여정에 함께하겠느냐고. 이를 위한 사유하는 능력과 반항하는 욕구를 당신은 갖고 있느냐고. 우리가 답할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