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쓴 시 한 편을 또 옮겨놓는다. 아마 20대 중반이나 끄트머리쯤에 쓰지 않았을까 싶은데, 사실 시라는 건 핑계이고 순전히 마지막 구절 때문에 쓴 것이다. 한때 '탱자 가라사대' 같은 개그 코너도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곁다리로 떠올려본다.
탱자나무 옆에서
탱자나무는 말이죠, 운향과에 딸린 갈잎 넓은 잎의 작은큰키나무라는군요. 작은큰키라는 것이 탱자나무가 작은 것도 있고 큰 것도 있다는 말인지, 아니면 탱자나무가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다는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요, 탱자나무의 줄기는 높이 2m쯤이고 녹색이며 모가 지고 5cm가량 푸른 가시가 나있다는군요. 그러고도 사전에는 몇 줄이 더 씌어 있는데요, 탱자나무는 5월에 잎보다 먼저 흰 다섯잎꽃이 잎사귀에서 하나씩 피고요, 가을에 직경 3-5cm의 둥근 장과가 노랗게 익는데, 향기가 난다는군요(아마 탱자향일 테지요). 그리고 또 탱자나무는 말이죠, 울타리 대용으로 흔히 심고요, 탱자나무의 열매는 약재로도 쓰고요, 또 탱자나무는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에서 가꾼다고 하는군요(그리고 옆에 탱자나무가 그려져 있어요). 이것이 말하자면 탱자나무 일반에 관한 사전적인 지식인데요, 사실 이런 거야 아실 만한 분은 두루 아실 얘기가 아닐까요. 또 어지간한 국어사전이나 식물사전에서 ‘탱자-나무’를 찾으면 무척이나 자세하게도 설명되어 있을 텐데요, 그래, 왜 이런 자리에서 탱탱거리느냐고 불만이 많으시다면, 그저 더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만 왜 하필, “탱자나무 옆에서 울었단다”는 말이, 그렇게도, 제 마음을, 울리는 것인지요?
07. 12. 04.
P.S. 옮겨놓고 보니 초겨울에 어인 탱자 타령인가 싶다. '탱자'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또다른 시제(詩題)는 '탱자탱자'이다. 그게 어원적으로 '탱자'와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차라리 이 계절과는 맞는 듯도 싶다. 더불어 탱자나무 옆에서 우는 팔자와 탱자탱자하는 팔자가 사뭇 대조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말하건대, '맨손'과 '맨션'이 있는 것처럼 세상엔 '탱자'와 '탱자탱자'가 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