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개막된 반 고흐전과 함께 늦가을(과 올겨울)을 화려하게 장식하게 될 대형 전시회가 하나 더 있다. 어제부터 시작된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이 그것이다(홈피는 www.2007kandinsky.com). 이미 소식은 전해듣고 있었는데, 믿기지 않을 만큼의 대규모 전시회로 러시아의 거장 54명의 그림 91점이 이번에 한국을 첮았다. 칸딘스키 전은 12년만이라고 하는데, 돌이켜보면 지난 95년쯤인가 러시아 아방가르드 전시회가 열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3년전 러시아에서 본 그림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서 반가움을 감추기 어렵다.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해럴드생생뉴스(07. 11. 26) 칸딘스키가 다시 왔다..12년만의 러시아 거장전

칸딘스키와 말레비치가 다시 왔다. 12년 만이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거장들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전이 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됐다. 러시아는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차이콥스키를 낳은 문화대국. 그러나 이외에도 우리가 러시아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광대한 국토만큼이나 폭과 깊이를 자랑하는 러시아 미술이다.

20세기 추상미술의 시조인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를 필두로 카지미르 말레비치(1875~1935), 일리야 레핀(1844~1930), 레비탄(1860~1900) 등 러시아 근현대미술의 백미를 한데 모은 특별전이 27일부터 2월 2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전에는 러시아 미술의 보고로 꼽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러시아미술관과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러시아 거장 54명의 유화 91점이 내걸렸다. 이번 미술전은 특정 유파에 집중하기보다는 러시아의 다양한 미술작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9세기 말 러시아 미술계 내부에서 시작된 혁신의 산물인 리얼리즘 회화에서부터 유럽 미술계에 큰 충격을 준 20세기 초 아방가르드에 이르는 다양한 작품 구성은 러시아 미술사에 있어 가장 역동적이고, 가장 빛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한국 땅을 밟은 작품은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작품 63점, 20세기 아방가르드 작품 28점이다. ‘현대추상의 아버지’라 불리는 칸딘스키의 작품은 완숙기의 걸작 ‘블루 크레스트’(1917년)와 ‘구성#223’(1919년) 등 2점과 초기 작품 2점이 소개된다. 특히 ‘블루 크레스트’는 혁명기에 변혁을 열망하면서도 조국 러시아의 파국에 대한 불안한 예감, 세계대전이 낳은 인간에 대한 환멸에 휩싸여 있던 한 인텔리겐치아 화가의 고뇌가 역동적으로 승화된 작품이다. 크레스트는 ‘닭의 볏’이란 뜻으로, 불안한 시대를 상징한다. ‘블루 크레스트’의 화폭에는 칸딘스키의 고유한 모티프였던 ‘형태의 폭발’이 자리하고 있다. 산 위의 도시, 그 위로 솟은 태양의 형상은 다양한 의미층을 드러낸다.



한편 19세기 리얼리즘 회화 중에는 톨스토이, 투르게네프, 고골, 차이콥스키 등 위대한 작가와 음악가들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그렸던 러시아 화가들의 초상화들이 유난히 많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물의 본질을 깊숙이 통찰해 표현한 레핀의 ‘타티야나 마몬토바의 초상’, ‘작가 고골의 분신’을 비롯해 낭만적 분위기의 대작인 크람스코이의 ‘달밤’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러시아 회화사를 통틀어서 대표적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 유형지에서 돌아온 여대생을 맞는 가족들의 복잡미묘한 심리를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또 전쟁을 극사실적으로 그림으로써 전쟁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베레샤긴, 러시아 역사화의 대가 수리코프의 대작도 나왔다. 이 밖에 러시아 대륙의 장엄한 풍경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사브라소프, 바다를 격정적으로 그렸던 해양화가 아이바좁스키의 그림 등 풍경그림도 만날 수 있다.

20세기 아방가르드 작품 중에는 예술의 숭고한 경지를 담아내고자 ‘절대주의’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던 추상미술가 말레비치의 빼어난 추상화 ‘절대주의’와 광선주의의 선구자 라리오노프와 곤차로바, ‘러시아 구축주의’의 중심 화가 포포바의 그림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27일까지.(이영란기자)

07. 11. 28.

P.S. 러시아 미술에 관한 소개는 '러시아 미술 매뉴얼'(http://blog.aladin.co.kr/mramor/1024055)이란 페이퍼를 참조하시길.

P.S.2. 송연님의 지적으로 다시 보니 레핀의 그림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로 엉뚱한 그림이 제시돼 있다. 내가 아는 그림은 민음사판 <체호프 단편선>의 표지로도 들어가 있는 위의 그림이다. 레핀이 같은 제목으로 다른 버전의 그림도 그린 것인지, 아니면 패러디 그림이 잘못 게시된 것인지는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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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2007-11-2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의 전당을 가려면 무슨 여행하듯 가야된다는...차 없는 뚜벅이들은 말이지요.
여하튼 방학을 기다려야..오랜만에 레핀으로 눈요기나 하고 와야겠습니다

로쟈 2007-11-28 18:06   좋아요 0 | URL
레핀을 꽤 찾으셨지요?^^

송연 2007-11-2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의 작품이 또 있나요? 제가 신문서 봤던 작품에는 여대생이 아닌 좀더 성숙해뵈는 남자였던것 같았고 문에도 어떤 중년여인이 서있는 그림이었던듯 했는데요...

로쟈 2007-11-28 18:05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다시 보니 그렇네요. 무슨 영문인지는 확인해봐야 알 거 같습니다...

소경 2007-11-2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때마다 자꾸 서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알바 좀 해 놓았더라면 '짬'좀 낼 수 있었을 텐데, 단지 인터넷과 텍스트로써 만족해야하니. 이게 '진품'이구나 하는 생각까지 도달하기가 이토록 머니... 도서관에서 막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온 터라 상실감이 크네요 ^^:

따님이 귀엽습니다. ㅋ 그림도 잘그리네요.

로쟈 2007-11-29 01:04   좋아요 0 | URL
아직 기한은 많이 남아 있으니까 기회를 내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네파벨 2007-11-2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좋은 소개 감사합니다.
꼭 가서 봐야쥐...
고흐는 안땡기는데 (고흐는 물론 훌륭한 화가지만 너...무...인기가 많아서 심술궂은 무관심으로 대응...) 이 러시아전은 꼭 보고싶네요.
책소개뿐만 아니라 늘 이런 좋은 정보도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로쟈 2007-11-29 12:35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이런 기사를 옮겨오는 거야 손쉬운 일이죠...

아쿨리나 2007-11-29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전시회에 온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로쟈님이 위에 올리신 유명한 작품이 탄생하기 전에 그린 최초의 그림입니다. 시인이나 소설가로 치면 습작이라고나 할까요? 그것도 아주 훌륭한 습작. 그래서 조금 거칠고 둔하지만 이후 작품의 의도와 의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더 우울하긴 합니다만) 작가의 내밀한 기획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느껴집니다. 처음엔 유형을 갔던 여대생이었다가 위에처럼 나중에는 아버지로 바뀌지요. 이번에 온 그림의 여대생은 당시의 실존인물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여대생의 얼굴에 레핀의 딸의 모습을 담았다고 해요.
12년만에 온 러시아미술전, 정말 멋진 전시회였답니다^^

로쟈 2007-11-29 22:1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여대생 그림은 왠지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져서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천천히 시간을 내보려고 합니다...

kwangdol 2007-11-3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번 전시회 관계자입니다.
레핀은 그리 크지않은 규모의 '아무도기다리지않았다'를 완성하기 위하여
완성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러차례 방안의 들어온 소녀의 모습이있는 부분을 수정했습니다.햇수로 15년에 세월이 흘러 1898년의 작품이 완성되었습니다.

로쟈 2007-11-30 23:18   좋아요 0 | URL
그랬군요. 레핀의 노작을 서울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반갑고 고마운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