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문학기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금각사(킨카쿠지)를 찾는 일이다. 도쿄의 작가 미시마를 교토의 작가로 떠올리게 해주는 소설. 더불어 금각사의 인지도를 한껏 끌어올려준 작품이 아닐 수 없다. 2,000개가 넘는 교토의 사찰 가운데 청수사(기요미즈데라) 다음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사찰도 금각사일 듯싶다(그 다음이 은각사?).

금각사 방문에 앞서 일정을 조금 당겨서 찾아간 곳이 료안지(용안사)였다. 선종계 사찰(임제종)로 석정(돌과 자갈로만 꾸민 정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위치상 금각사와 가깝기도 하여 일정에 추가했는데, 나는 은각사와 더 가까웠던 것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 이유는 은각사 역시 석정으로 유명한 곳이어서였겠다. 오전 9시가 되기 전에 입장했더니 외국인 관광객 몇명만 앞서서 방장 마루에 앉아 석정의 돌들을 보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 같은 견고한 단호함. 그럼에도, 오랜만에 다시 보니, 바위는 가질 수 없는 친근함이 느껴졌다. 료안지를 둘러싼 꽤 큰 연못, 코요치(경용지)를 산책하는 아침은 근사했다(9년 전 기억에는 누락된 부분이다).

이어서 찾은 곳이 금각사. 나로선 재방이자 재견이었는데, 소설 금각사의 주인공 미조구치가 두번째 보고서야 금각사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것과 유사한 경험을 했다. 9년 전 찾았을 때는 초여름 날씨에(한낮이었는지) 관광객이 소위 미어터질 정도여서(청수사만큼이나 많았다) 금각사보다 먼저 앞사람의 뒤통수를 봐야했다. 햇빛에 반사된 금각의 빛 때문에 그랬는지 금각사는 매우 오만하게 느껴졌었다. 이번에 다시 본 금각사는 처음과는 여러모로 달라진 환경 때문인지 다르게 보였다. 다소 흐린 날씨에(다행히 파란하늘이 없지 않았다) 관광객도 전보다는 적어서인지 몰라도(대표 관광지답게 인파로 붐볐지만 상대적으로는 그렇다) 나는 겸손한 금각사를 볼 수 있었다. 금각을 두르고도 겸손해보이기는 어려울 터인데 예전 기억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을 것이다. 금각사의 이미지를 교체하게 된 것이 이번 여해의 소득이다.

금각사를 방문하고 찾은 곳은 윤동주, 정지용, 두 시인의 시비가 있는 도시샤(동지사)대학. 교토의 간판대학은 과거 제국대학의 하나였던 교토대학이겠지만 도시샤대학을 먼저 떠올리는 건 두 시인, 그 중에서도 특히 윤동주 때문이다. 대표작 ‘서시‘의 한글과 일문이 세로로 새겨진 시비는 30년 전인 1995년에 세워졌다(정지용 시비는 10년뒤, 2005년에 세워졌다). 삼일절에 방문자들이 있었는지 아직 방학중임에도 불구하고 시비 앞에는 많은 꽃들이 놓여 있었다(이것도 9년 전과는 다른 기억이다). 나는 한국시사에서 두 시인의 위상에 대해 소개했고 일행과 기념사진을 찍었다(20세기 시사의 10대 시인에 속한다). 묘비가 아니라 시비여서 환하게 웃으며 찍었다.

도시샤대학과 바로 인근의 교토고쇼(과거의 황궁)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동하여 먹은 점심은 일본 가정식. 그러서 나서 일행은 은각사(긴카쿠지)와 ‘철학의 길‘을 찾았다. 일본의 간판 철학자이자 교토학파의 태두 니시다 기타로가 산책했다는 길이 철학의 길로 이름지어졌다. 명명효과의 위력을 실감하게 해주는 곳(아니면 무슨 개울길로 불렸을 것이다). 벛꽃 피는 계절엔 남다른 풍경을 자랑하게 될 곳이기도 하다. 철학의 길 인근에 호넨인(법연원)이라는 정토종 사찰이 있는데 일행은 은각사를 방문하기 전에 호넨인에 먼저 들렀다. 정확하게는 호넨인의 묘지에 들렀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무덤이 있어서다. 교토의 다른 명사들도 묻혀 있다곤 하지만 문학기행에서 찾는 곳은 작가의 생가이고 무덤이기에. 산 바로 아랫쪽에 다니자키 부부의 소박한 무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작가는 작품으로 기억될 뿐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은각사는 문학과 연관된 장소는 아니다. 그럼에도 고요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장소로 금각사와 대조되면서도 적절하게 짝을 이룬다는 생각이다. 은각사 산책로의 언덕에 오르면 은각사 전경뿐 아니라 교토의 도심까지도 내려다보인다. 금각사는 갖고 있지 않은 은각사만의 장점이다.

일정을 마치고 저녁 자유식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교토역 식당가에서 먹었다. 숙소에서 10분거리. 처음 교토역사를 봤을 때 경탄한 적이 있는데 다시 봐도 웅장한 규모가 인상적이다. 교토타워의 야경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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