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과 서울은 한 시간 시차가 있다. 서울이 한 시간 빠르기에 어제 인천공항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할 때 일행은 한 시간을 덤으로 얻었다(물론 이건 다시 한국에 돌아갈 때 뱉어내야 하는 시간이다). 베이징 시간으로는 12시쯤 공항에 안착해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대기하던 버스에 오르면서 익숙한 일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다른 점은 지난겨울 일본문학기행 때도 그랬지만 유럽여행에 견주어 비행기 탑승시간이 현저하게 짧은 편이라 훨씬 가뿐한 느낌으로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는 점.
하지만 첫날인 어제는 특별한 문학일정은 없는 날이었다. 젊은 예술인들과 아트갤러리가 모여있다고 하는 베이징 798 예술구를 찾아가본 것이 오후 일정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798예술구도 월요일이어서인지 한산한 느낌이었는데 상당수 갤러리가 월요일에는 휴관해서다(처음부터 알았던 건 아니고 시간이 좀 지나면서 눈치를 챘다). 하지만 오픈한 갤러리나 스튜디오도 아주 없진 않았는데 현대차 스튜디오가 대표적이었고 비디오아트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서 798예술구를 둘러보았다.
당연하게도 저녁식사는 중식이었고(한국식 중식과는 좀다른 베이징식 중식이었지만) 식사 후에야 숙소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숙소로 삼은 호텔은 베이징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구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변은 빌딩숲이다. 오늘아침에야 실물로 보며 알게 된 사실인데 객실 창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빌딩이 CCTV 사옥이었다. 중국문학기행 준비차 베이징의 이미지를 검색하다가 이 현대적 빌딩을 보고서 카톡 프사의 배경으로 썼었는데 바로 실물로 보게 된 것(배경사진을 내가 아침에 방에서 찍은 사진으로 교체했다). 그게 말하자면 베이징의 아침이다.
어제도 그랬고 베이징의 날씨는 구름 한점 없이 맑다(내일도 그렇게 될 듯하다). 기온은 서울보다 낮은 편이지만 춥다기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다. 아침은 좀 쌀쌀하다가도 해가 널리 퍼지면서는 활동하기에 좋은 날씨가 되는 식이다(비오는 베이징은 이번에 경험할 수 없겠다).
문학기행 2일차는 원래 계획한 일정이 많아서 소위 ‘빡센‘ 날이었는데 라오서와 곽말약(궈모뤄) 고거 방문이 현지사정과 공사중이라는 이유로 생략되거나 축소되면서 좀 수월한 일정으로 바뀌었다. 마오둔 고거를 먼저 찾아가본 다음에 이달 10일부터 공사에 들어갔다는 곽말약 고거는 문앞까지만 가보고 이어서 도보로 좀 이동하여 유명한 경극배우 매란방기념관에 들르기가 오전일정, 그리고 루쉰박물관을 방문하고 한 백화점 지하의 특색서점으로 종서각 구경하기가 오후일정이었다.
이들 방문지에서 둘러본 걸 간략하게라도 적으려 했지만 이미 시간도 늦고 눈도 피곤한 상태가 돼버렸다. 미루는 수밖에 없다. 내일 오후에는 기차를 타고 상하이로 떠나기에 오늘밤이 베이징의 마지만 밤이다. 어제가 첫날밤이고 오늘이 마지막밤이라니. 흔히 있는 일이지만 매번 아쉬움도 없지 않다. 어쩌랴, 인생 또한 아침이 곧 저녁으로 이어지거늘(욘 포세). 베이징의 아침이 그렇게 저녁이 되고 밤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