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지난주에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묵시록 문학의 거장이라 불리는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헝가리어 이름은 우리처럼 성+이름 순서이고 크러스너호르커이가 성이다. 수상자 발표에서는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라고 호명되었다). 헝가리문학 강의에서 마지막으로 다룬 작가여서 올해의 유력후보로 점쳐질 때 나도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다. 발표가 있던 지난 9일 오전에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저항의 멜랑콜리>를 강의에서 읽으며 그런 기대와 함께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도 언급했는데(2016년 이후 도박사이트의 예측이 맞은 적이 없었다), 결과는 예감 혹은 바람과 같았다. 

















지난해 한강 작가가 뜻밖의 수상자로 호명되면서(크러스너호르커이가 유력 후보였던 올해와는 다르게 어떤 도박사이트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로 한강의 소설들이 엄청나게 팔려나가며 일시적으로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 연장선인지 상당한 난해성(난이도)에도 불구하고 현재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분위기는 한달 점도 유지되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예측이다). 지난해 한강 수상의 여파로 겨울학기 강의가 한강 작품 읽기로 도배가됐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올해도 크러스너호르커이 작품 읽기가 겨울학기 일정의 메인이 되게 되었다(12월부터 대안연에서 진행한다). 극히 제한적인 독자들 사이에서 읽히는 작가가 이렇듯 뜨거운 관심속에서 많은 독자들과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 나로선 기분 좋은 일이다(독자들의 독서력이 강제로 레벨업되지 않을까). 
















지난해 진행한 한강 강의는 아트앤스터디에서 업로드돼 있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아마도 겨울에 진행하는 크러스너호르커이 강의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강의 내용이 성에 차면 크러스너호르커이 입문용 책으로 구성해도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혼자 해본다). 한국 작가로는 드물게 전작 읽기를 진행하고 나니 한강과 관련된 모든 책들이 친근하게 느껴지는데, 수상 1주년을 즈음하여 나온 책들도 그렇다. 독서모임에서 진행한 한강 읽기의 결과물이 <한강 문학 기행>으로 나왔고, 그보다 앞서는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한강을 읽는 시간>을 펴냈다. 전업 평론가들의 한강 읽기로는 <빛과 사랑의 언어>도 이번에 출간됐다. 내년쯤에는 크러스너호르커이에 대한 책도 더해질까 기대된다(일단은 작품이 더 번역돼 나와야 한다. 멜랑콜리 4부작의 세번째 책 <전쟁과 전쟁> 같은. <사탄탱고>와 <저항의 멜랑콜리> 다음, 그리고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앞에 오는 책이다). 
















낯선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도 우리의 시야를 더 확대시켜주기에 의미가 없지 않지만, 아무래도 더 반가운 건 친숙한 작가, 책을 손에 들었던 작가의 수상이다. 내년에는 여성작가가 수상할 차례인데, 지난해와 올해 계속 유력후보로 꼽혔던 중국작가 찬쉐의 수상가능성이 지금으로선 높지 않나 싶은데, 이 또한 내년 가을까지 가봐야 알겠다. 혹여나 수상하게 된다면, 나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년 겨울엔 찬쉐 강의로 일정이 채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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