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비평가 롤랑 바르트의 자서전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가 다시 나왔다. 첫 번역본이 나온 게 1997년이니 28년만이다(2013년에도 한번 나왔기에 나는 세권을 소장하게 되었다). 자서전이라고는 하지만 바르트적 글쓰기의 소산인 만큼 소위 ‘자서전의 규약‘을 따르지는 않는다. 자서전이 어떻게 가능한지 자신을 사례로 삼아 시험해본다고 할까.

˝보통 자서전은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일관된 자아상을 제시하고 선형적 서술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바르트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그는 ’나라는 존재는 하나로 정의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전통적인 글쓰기 규칙을 깨뜨렸고 작가와 작품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20세기 문학사에서 새로운 형태의 자서전으로 기록되었다.˝

프루스트를 읽는 중이어서 <사랑의 단상>을 다시 떠올리던 즈음이라 다시 나온 ‘자서전‘이 반갑다(두번이나 표지갈이를 했던 <사랑의 단상>은 다시 품절 모드군. 출판사가 바뀌는지 모르겠다). 마침 콜레주드프랑스 취임강연 ‘강의‘와 바르트의 죽음에 부친 데리다의 추도의 글 ‘롤랑 바르트의 죽음들‘도 한데 묶여나왔기에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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