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라고 흐린 날만 있을 리 만무하지만 왠지 흐린 날과 어울릴 것 같은 도시가 부다페스트다.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글루미 선데이> 때문인 듯싶은데, 한편으론 영화도 글루미한 이미지 때문에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선택하지 않았을까.
어제부터 흐린 날씨였던 부다페스트에 아침에 이슬비가 내렸다. 우산을 쓰지 않은 이도 많았다. 어제오후 페스트(발음은 ‘페쉬트‘라고) 지역 투어에 이어서 오늘오전에 부다(국립미술관이 된 왕궁과 그 주변) 지역 투어에 나섰다(참고로 ‘부다‘는 물이란 뜻이고 로마시대 때부터 온천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물을 뜻하는 러시아어 ‘보다‘와도 어원이 같겠다 싶다). 내내 글루미 부다페스트의 풍경을 폰카에 담으면서.
마차시성당과 어부의 요새는 대표 관광지답게 관광객이 많았다(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눈에 띄었다). 어제와는 반대로 부다에서 바라본 페스트와 다뉴브강의 풍경을 즐겼다(이바노비치의 ‘다뉴브강의 잔물결‘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글루미 부다페스트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이어서 찾은 곳이 부다왕궁(국립미술관). 헝가리 화가들의 작픔에 더해서 모네와 세잔 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도 여러 점 전시돼 있었다. 눈길을 끌었던 그림은 헝가리 화가 비디츠 오토의 ‘엔젤-메이커‘(1881).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얻은 아이를 방치하여 죽게 놔두는 시설이 있었던 모양이다. 죽음을 앞둔 무구한 아이의 퀭한 눈빛이 그림에 담겼다. 글루미한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마지막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30여분 뒤에 부다페스트 야경투어를 마지막으로 진행한다. 오늘 오후일정과 야경투어에 관해서는 따로 적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