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학기행 2일차(한국과는 시차가 없어서 마치 국내여행 같다). 어제 인천공항을 떠나 일본 나리타공항에 닿은 건 11시50분쯤. 2시간반이 통상 소요시간인데 수하물 탑재가 지체돼 조금 지연도착했다. 그래도 기내식으로 나온 아침식사를 하고 영화 한편을 다 보지 못할 만큼의 짧은 시간(15시간씩 걸리던 유럽행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수하물을 찾은 뒤 일행은 버스에 탑승하여 곧바로 도쿄 일본근대문학관으로 향했다. 어제 적은 대로 재도전. 도착하고 나서야 이 문학관의 성격과 특징을 이해하게 되었다(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음에도 흘려본 것). 핵심은 자료실과 열람실인데 ˝150명 이상의 현대 일본작가와 관련된 자료 수십만점을 보유하고 있고˝ 이용자가 이를 열람할 수 있는 곳이다(열람실 이용료를 받는다). 일어를 읽지 못한다면 이용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우리로선 전시회에 초점을 맞추어야 했는데, 어제 적은 대로 미시아 유기오 탄생 100주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고 근대문학관 방문은 이 전시 관람으로 대체했다.
미시마 유키오 전이 아니라면 아마도 가와바타 야스나리 전이 됐을 성싶은데, 야스나리 자료가 많이 기증돼 있어서다(그밖에 나쓰메 소세키, 다니자키 준이치로, 아쿠다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등이 일어로도 내가 읽을 수 있는 이름들이었다). 1960년대 접어들면서 준비기구가 발족돼 1964년에 도서관으로 문을 연 근대문학관이 현재 위치(고마바 공원 내)에 자리하게 된 게 1967년이다. 이듬해 야스나리가 일본작가 최초로(아시아 작가로는 타고르에 이어서 두번째)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니 타이밍이 절묘하기도 했다.
미시마 유기오전은 일어 자료들이어서(영어 병기가 안돼 있고 안내 팜플릿도도 그렇다(게다가 전시 자료집이 따로 없었다. 우리도 그런가?) 관람에 한계가 있었지만 사진자료들도 많아서 무익하진 않았다. 관람객이 적지 않은 편이었는데 마침 강당에서는 미시마 유키오에 대한 강연행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일본 극우의 간판작가로 소개돼 우리에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나는 극우를 ‘연기‘한 걸로 보지만) 매우 강렬하고 도발적인 그의 작품세계는 여전히 문학독자들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나는2월에 그의 작품 세편을 강의에서 읽는다). 미시마에 대한 생각도 업데이트해야겠다(한편으로 아직 번역뎌지 않은 그의 작품이 너무 많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근대문학관이 자리한 고마바공원(한자 독음으로는 구장공원. 마굿간이 있었던 곳인가?)은 도심속 작은 공원인데 문학관 맞은편에 일본 전통가옥과 서양식 저택(마에다 저택)이 있어서 흥미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수령이 오래 된 높은 키의 나무들과 새로 개조된 공중화장실(영화 <퍼펙트 데이즈> 덕분에 도쿄의 공중화장실들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도 멋진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