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온 책들 가운데 (내가 따로 자리를 마련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국 관련서는 하나의 트렌드를 이룬다. 가령 지난주에 나온 쑨리핑의 <단절>(산지니, 2007)이나 이번주에 나온 <캠브리지 중국사 10, 11권>(새물결, 2007)은 모두 주목에 값하는 책들로 개인적으로는 여러 편의 서평을 이미 읽어두었다. 하지만 당장 읽을 만한 여력이 안된다는 생각에 '낚시질'조차 미뤄두고 있다.

대신에 밀린 글들의 진도나 나갈까 하다가 머리가 가뿐한 것도 아니어서 잠시 '단순작업'을 하기로 했다. 한편으론 새로 나온 책들을 둘러보다가 단박에 재출간도서임을 알아본, 비탈리 루빈의 <중국에서의 개인과 국가: 공자, 묵자, 상앙, 장자의 사상 연구>(도서출판 율하, 2007)에 대해서 약간의 호기심이 생긴 때문이기도 하다(알라딘에는 저자가 '비탈린 루빈'으로 오기돼 있다).
표지 자체가 예전에 출간된 현상과인식사의 표지를 바로 떠올리게 해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같은 제목의 책이 1988년에 현상과인식사에서 출간된 바 있다. 인터넷에 떠 있는 출판사 소개에는 "이 책은 다른 여러 나라들뿐만 아니라, 대만의 여러 대학ㆍ대학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과서로 계속해서 읽히고 있는 것도 이 책이 주는 가치를 입증해준다. 18년전에 이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되었지만 오래 동안 절판 상태에 있는 가운데 본 출판사가 이 책의 가치를 거듭 확인하고 다시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전문분야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일반독자들에게도 좋은 책으로 평가받으리라 믿는다."라고 돼 있다.
물론 다시 출간되었다거나 '중국' 관련서란 이유 때문에 내가 호기심을 갖게 된 건 아니다. "소련이 붕괴되기 전 구 소련의 학자 루빈 교수가 1970년 모스크바에서 펴낸 <고대 중국의 이데올로기와 역사>를 번역한 책으로 중국 지성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온 공자, 묵자, 상앙, 장자의 네 사상가의 정치사상을 논의하고 있다."란 소개에서 '구 소련의 학자 루빈 교수'란 말에 눈길이 간 것뿐이다. 국역본은 'Individual and state in ancient China : essays of four Chinese philosophers'(1976)이란 영어본을 옮긴 것이지만 원저 자체는 러시아어로 씌어졌다는 것이니까, 한번 '찾아보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1970년 저작이라면 관련정보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 게 아닌가라는 게 일차적인 판단이었지만.
예상대로 영어본이나 러시아어본의 이미지들은 찾아볼 수 없었는데, 러시아어본의 제목이 <고대 중국의 이데올로기와 역사>가 아니라 <고대 중국의 이데올로기와 문화>(1970)라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은 <고대 중국에서의 개인과 권력>(1999)이란 제목으로 다시 나왔던 듯하다(이미지가 너무 작아서 옮겨놓지 않는다).

저자인 바실리 아로노비치 루빈은 1923년생으로 모스크바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철학을 전공으로 1969년 박사학위(칸지다트)를 받았다. 유대계로서 유대인 이민운동가로도 활동했으며 결국 1976년 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스라엘로 이주하여 예루살렘대학의 교수를 지내다가 1981년 세상을 떠났다. '중국에서의 개인과 국가'에서 왠지 '러시아에서의 개인과 국가'란 뉘앙스가 읽히는 건 그런 맥락에서이다.
07. 09.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