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읽을 책들은 아니지만 '인간의 본성과 포스트휴먼' 정도의 주제를 다룰 때 참조할 만한 책들이 최근에 출간됐다. 라메즈 남의 <인간의 미래>(동아시아, 2007)과 스펜서 웰스의 <인류의 조상을 찾아서>(말글빛냄, 2007)이 그 책들이다. 이 분야 관련서들이 이미 적잖게 나와 있지만 그럼에도 참고문헌의 수를 조금 더 늘려놓는다. 중앙일보의 리뷰기사가 유익하기에 챙겨둔다.  

중앙일보(07. 08. 25) 유전자는 알고있다 인류의 시작과 끝을

인간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고민은 역사와 철학의 과제만은 아니다. 이는 과학의 숙제이기도 하다. 특히 도약을 거듭하고 있는 유전학은 인간 기원의 실마리와 함께 그 미래 전망을 동시에 제공하는 핵심 도구다. 미국의 과학전문가 라메즈 남은 인류의 미래를, 인구유전학자인 스펜서 웰스는 기원을 각각 찾아 나선다.

고객: 올여름 해수욕장에 가서 우람한 가슴근육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전문가: 그런 유전자를 담은 바이러스 주사를 두 대 맞고 몇 달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이 대화는 농담도, 공상도 아니다. 이미 눈앞에 다가온 유전공학적 현실이다. 상용화는 시간 문제일 뿐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이세진 박사팀이 그 실마리를 찾았다. 이 팀은 근육 생성을 억제하는 마이오스테틴이라는 호르몬이 선천적으로 부족한 생쥐를 교배를 통해 만들었다. 이 쥐는 보통 쥐와 비교해서 근육이 2-3배나 되며, 체지방은 70%에 불과했다. 이제 이렇게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만 보태면 된다. 그런데 런던대의 조프리 골드핑거 팀은 아무런 운동을 하지 않고도 근육량이 20%, 근력은 25%나 증가시키는 MCF유전자를 이미 찾아냈다. 그러니까 유전자만 조작하면 힘든 운동을 하지 않고도 군살 하나 없는 몸매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기술적으론 이미 우리 앞에 와있는 셈이다.



몸뿐이 아니다. NGF(신경성장인자)는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해 알츠하이머병(치매)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아울러 쥐 실험 결과, 학습능력과 기억력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NGF 생산과 관련한 유전자를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다면, 이른바 스마트 약(똑똑하게 해주는 약)이 되는 것이다. 미국에선 벌써 10여 개 제약사가 상품화에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200세 수명 연장도 허풍만은 아니다. 심지어 출산 전에 유전자를 바꿀 수도 있을 정도니까. 더 나아가면 인간의 뇌가 컴퓨터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인간은 무한한 생명을 누릴 수도 있을 게다.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가 아닐 수 없다. 몇 세대만 지나면 우리의 후손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종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부작용도 당연히 있을 게다.

하지만 이러한 유전공학의 도도한 물결을 막을 방법도, 논리도 없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과학발전의 현실은 인정하지만, 인류 미래라는 과제 앞에서 지나치게 자유만 강조하는 그의 사고방식은 논란을 부를만 하다.



“약 3만 년 전 한 남자에게 P31이라는 유전표지가 나타났다. 이 남자는 동아시아에 거주했으며, 그 후손은 남쪽으로는 동남아시아, 동쪽으로는 한국과 일본까지 뻗어나갔다.”

2005년 4월 시작한 제노그래픽 프로젝트가 거둔 성과의 하나다. 5년간 4000만 달러를 사용하는 이 거대 사업의 목적은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열쇠는 유전학에서 나왔다. 모든 인간은 부모의 세포 핵 속에 있는 게놈이 서로 혼합된 결과물이지만 섞이지 않고 계속 대물림되는 독특한 유전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남자에게만 있는 Y염색체는 서로 혼합되지 않고 계속 대물림된다. 그래서 Y염색체를 조사하면 먼 과거까지 부계 혈통을 추적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 기관에 있는 mtDNA가 있다. 이는 핵이 아닌 세포질에 있어 유전 형질 혼합을 피할 수 있는데다, 어머니만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어 모계로만 유전된다. 그래서 이를 살피면 모계 혈통을 파악할 수 있다.

Y염색체와 mtDNA는 인류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알 수 있는 도구이다. 여기에 고고학·언어학·고인류학을 더해 조사했더니 다양한 인류 집단의 이동 과정이 상당히 드러났다. 앞에 제시한 성과는 그 일부다.



진짜 중요한 것은 인류가 6만 년 전까지 아프리카에 살다 전세계로 퍼졌다는 점이다. 그 뒤 2000여 세대 동안 인류는 피부색은 물론 신체치수·언어·문화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어지러울 정도로 엄청난 다양성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다양성이 이렇게 최근에 이뤄졌다면 인류가 한 가족에서 비롯했다는 이론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차이보다 공통점이 더 많은 게 인류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따라서 인류는 서로 다른 점을 존중하며 다양성이라는 깃발 아래 공존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다. 유전학이 제시하는 세계 평화의 과학적 배경이다.(채인택 기자)

07. 08. 26.

 

 

 

 

P.S. 기억의 편의를 위해서 독서목록에 올려놓고 있는 책 두 권을 적어둔다. '인류의 조상'과 관련된 책으로 이언 태터솔의 <인간되기>(해나무, 2007)와 '포스트휴먼' 관련서로 도미니크 르쿠르의 <인간복제논쟁>(지식의풍경, 2005)이 그 두 권의 책이다. 나머지는 한 차례 열풍이 지나가기도 했던 '인간복제' 관련서들인데, 이미 서가 한 칸 정도는 채울 만큼 출간돼 있다('인간복제'라고 검색해보시길). 국내 필자가 쓴 책 몇 권의 이미지만을 나열해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7-08-26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6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