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학기행도 후반기로 접어들었다(시차에 적응하면 어느새 그렇다). 그제 옹플뢰르를 떠나 오늘까지 이틀 숙박한 곳은 트루빌이다. 역시나 노르망디의 해안도시. 해안을 따라서 카부르-도빌-트루빌-옹플뢰르-르아브르-에트르타로 올라가게 되는데, 그제 루앙에서 카부르로 이동해서 옹플뢰로 올라갔다가 다시 숙박을 위해 조금 내려온 게 된다.
파리를 기준으로 하면 카부르와 옹플뢰르까지는 3시간 남짓, 에르트타는 3시간 20분쯤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우리로 치면 서울에서 강원도 해안도시(강릉, 양양, 속초 등)로 가는 거리에 견줄 수 있겠다.
어제의 동선은 숙소 트루빌에서 해안절벽의 절경으로 유명한 에트르타에 들르고 르아브르로 내려와 점심을 먹고 르아브르미술관을 관람한 뒤에 다시 트루빌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이번 여행의 날씨는 매일 비가 조금 내리고 갠 뒤 햇빛이 나는 식이다. 하늘도 절반은 파랗고 절반은 먹구름이 끼어 있어서 자기들도 헷갈릴 거라는 농담을 했다.
어제 에트르타로 막 출발하는 참에 가이드가 호텔 바로 인근에 세워져 있는 플로베르 동상을 소개해주었다. 루앙에 있는 것과 비슷한 동상인데 트루빌에 세워져 있는 건 플로베르의 첫사랑이자 인생의 뮤즈였던 엘리자 슐레쟁제(슐레징거)와의 인연이 처음 시작된 곳이어서다(동상까지 세워져 있을 줄은 몰랐다). 때는 1836년, 플로베르의 나이 열다섯 살, 슐레쟁제는 스물여섯 살의 유부녀이자 한 아이의 엄마였다.
플로베르는 이때의 경험을 2년 뒤 <미치광이의 수기>(1838)로 적는데(작가 사후에 출간된다), 이는 <감정교육>(1869)의 모태가 된다(<감정교육>이 30년에 걸쳐 쓰인 작품이라고 말하는 근거다). 아무튼 플로베르가 루앙에서 트루빌까지 우리를 동행해온 느낌이 들어 반가웠다.
엊저녁에 찍은 동상 사진을 넣기 위해 여행기는 여기서 한차례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