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에서의 하룻밤을 뒤로 하고 일행은 카부르로 향했다. 버스로 한시간반쯤 소요되는 거리. 휴양도시로 조성된 카부르는 비수기라 한산한 모습이었다. 우리가 찾은 이유는 순전히 프루스트 때문. 프루스트가 즐겨찾았던 숙소 그랜드호텔과 해변의 프루스트 산책로를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카부르는 발베크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카부르에 도착하여 해변 방향으로 조금 걸어보니 사진으로 익숙한(영화 <되찾은 시간>에도 등장한다) 건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목적지 그랜드호텔. 호텔앞 정원에 있어야 할 프루스트 동상은 자리에 없었지만(벨에포크박물관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호텔 내부에는 프루스트와 관련한 사진과 그림이 잔뜩 진열돼 있었다. 프루스트 호텔이라는 별명이 붙여질 수도 있을 정도로. 호텔로비를 통과하면 바로 해변이 펼쳐졌고 역시나 사진으로 보았던 산책로가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레 영화속 스크린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유 인 더 픽처?˝(영화 <바톤 핑크>의 대사)
작가의 장소, 작품의 공간을 찾는 일은 프루스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독서의 시간을 되찾는 경험이다. 카부르는 프루스트 독자들에게 자연스레 그 시간을 되돌려주었다. 프루스트 독자들답게 우리는 호텔로비에서 마들렌 과자를 곁들여 차와 커피를 마셨다. (비싸고 맛없는 커피였다는 후문이 있었지만) 프루스트의 마법에 그조차도 의식하지 못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카부르 방문을 마친 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라 인상파의 항구로 불리는 예향 옹플뢰르로 향했다(가이드는 한국의 예향으로 통영에 견주었다) 역시나 노르망디의 해안도시인 옹플뢰르는 미술에선 모네의 스승, 외젠 부댕의 도시이고, 음악에선 에릭 사티의 도시다. 그리고 문학독자들에겐 보들레르의 도시가 될 수 있다. 카부르에서는 40분정도 소요되는 거리. 옹플뢰르 초입의 식당에서 프랑스식 정식으로 맛있고 배부른 점심식사를 하고(생굴과 가오리, 치즈와 디저트로 이어졌다) 그림같은 항구와 명소를 둘러보았다. 이어진 동선은 외젠 부댕박물관과 보들레르거리, 그리고 에릭 사티박물관으로 이어졌다. 보들레르의 옹플뢰르에 대해선 따로 적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