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메당의 졸라의 집 방문의 뒤이은 일정이었던 반 고흐의 집(정확히는 반 고흐의 방이겠다. 고흐가 세를 살았고 생을 마친 아주 작은 방) 방문 이야기를 나중에 적겠다고 한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해서다. 시차적응이 아직 안 돼 밤 9시면(한국시간으론 새벽 5시) 피로가 몰려오고 새벽 3시엔 눈이 떠지기에(한국시간은 오전11시) 여행기를 적고 있는데, 그렇다고 전체 일정을 자세히 적을 정도로 시간이 나는 건 아니다. 당일의 일정(오늘은 플로베르와 모네의 루앙을 찾는다)도 준비해야 해서 오베르 쉬르우아즈의 고흐와 루이뷔통재단의 로스코에 관한 이야기는 미뤄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숙제를 좀 덜기 위해 고흐에 대해 한마디만 적는다. 앙토냉 아르토의 고흐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고흐에 대한 관심은 으레 그렇듯 대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때 최승자 시인이 번역한 어빙 스톤의 전기소설과 동생 테오와 나눈 서간집이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던 것 같다. 대학 신입생이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는 건 비틀즈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만큼 자연스러울 것이다(지금은 바뀌었을까?).다르게 말하면, 특별하지 않은 일이다. ‘나의 빈센트‘를 말하려면 박홍규 교수처럼 <내 친구 빈센트> 정도는 써주어야 하리라.

문학기행 짐을 챙기면서 고흐 책을 두권(이나) 넣어 왔는데 하나가 최근에 다시 나온 아르토의 <사회가 자살시킨 자, 고흐>다. 앞서는 <나는 고흐의 자연을다시 본다>로 나왔던 책의 새 번역본이다. 가벼운 책이어서 좀 무거운 시공아트 총서 <반 고흐>와 같이 들고 왔는데, 어제 오베르 쉬르우아즈를 방문하고 비로소 책을 읽으니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들이 있다.

그 자신 정신질환으로 각지의 정신병 치료와 요양시설을 전전했더 터라 아르토는 누구보다는 고흐를 내부적 시점에서 공감하고 이해한다. 반면에 정신의학에 대해선 증오에 가까운 적대감을 갖고 있으며, 고흐에게 오베르 시절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정신과 의사 가셰 박사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아르토는 그가 고흐의 자살에 실제적인 원인 제공자라고까지 본다.

˝반 고흐는 먼저 그에게 조카의 탄생을 알린 동생에 의해 세상으로부터 쫓겨나게 되었고, 그 다음으로 어느 날, 의사로서 반 고흐가 잠자리에 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면서도 그에게 휴식과 고독을 권하는 대신 풍경화를 그리라며 밖으로 내보낸 가셰 박사에 의해 세상에서 추방된 것이었다.˝(93쪽)

고흐의 정신질환과 예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난무하고 또 많은 책들이 나왔다. 우연이긴 하지만 아르토의 문제제기를 실마리로 삼아서 고흐의 작품을 다시 들여디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식을 먹으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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