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학기행의 젓날 일정은 파리에 도착하는 것. 인천공항에서 파리의 드골공항까지는 14시간반쯤이 소요되는 거리. 순비행시간은 13시간 50분이었지만 이런저런 시간을 포함하니 그 정도 소요되는 걸로 봐도 무방하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수하물을 찾은 뒤 대기하던 픽업버스에 오르니 파리 시간으로 저녁 6시를 넘겼다(현재 서울과는 8시간의 시차가 있다). 7시가 넘어 라데팡스 지구의 숙소에 도착함으로써 첫날의 일정이 종료되었다.
저녁시간이어서 허기지면 식사를 할까도 했지만 역시 기내에서 세번 식사한 탓에(점심과 저녁식사가 나왔고 도착 두 시간 전에는 간식으로 피자를 먹었다) 시장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시차적응 겸 취침시간을 조금 미루면서 긴 하루를 돌아본다. 이코노미석에서 장거리비행시간을 버티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난가을 스페인문학기행 때 환승시간 포함하여 거의 22시간이나 걸렸던 것에 비하면 직항으로 14시간 정도 가는 일은 대수롭지 않은 축에 속한다(이렇게 적고서 귀국길에 고생하는 건 아닌지).
일행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면 보통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으로 시간을 때우는데, 오늘은 주경철 교수의 <파리 역사>를 읽고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다시 보았다. 책의 전체 제목은 <도시 여행자를 위한 파리 역사>로 프랑스 역사를 더한 파리의 역사와 문화를 (떠먹기 쉽게) 소개하는 책이다. 프랑스문학기행 준비도서로 오래 전에 구입해두었지만 결국은 기내에서 읽었다.
다수 저작의 저자답게 주경철 교수는 문학적 풍취도 글에 담고는 하는데 가령 드골 암살 기도 사건에 관한 기술.
˝드골의 행진을 기다리던 중, 10여 명의 수상한 인물이 크리용 호텔로 들어갔다. 보고를 받은 탱크부대 대장은 반신반의했지만 혹시나 해서 탱크 포문을 크리용 호텔 발코니 쪽으로 향하게 했다. 드골 일행이 콩코르드 광장에 들어오자 과연 발코니에서 총격을 했다. 탱크가 곧바로 호텔의 다섯번째 기둥을 향해 포탄을 쐈다. 이 기둥은 후일 수리했는데, 이전 돌보다 품질이 낮은 것을 써서 옆의 기둥들보다 색이 검다.˝(351쪽)
한편 저자가 착각한 걸로 보이는 대목도 있다. 알베르 카뮈와 관련된 기술이다.
˝카뮈는 1943년 파리에 정착했다. 그의 작품들이 좋은 평가를 받는 데다가, 워낙 잘 생겨서 뭇 여성이 그를 좋아했다. 카뮈는 바람기 때문에 결국 부인 프랑신 포르와 이혼했다.˝(338쪽)
너무 당당하게 적고 있어서 한번더 확인했는데. 카뮈는 두번째 아내인 프랑신과 이혼하지 않았고(비록 남편의 외도에 고통받기는 했지만) 바람기에 대해선 용서를 받았다고 나중에 말했다. 1979년 사망한 프랑신은 앞서 1960년 교통사고로 죽은 카뮈 곁에 나란히 묻혔다.
파리에 관한 기행문으로는 백승종의 <도시로 보는 유럽역사>, 그리고 유시민의 <유럽도시기행1> 등도 더 들 수 있다. 유시민 작가의 책은 지난봄 지중해문학기행에 이어 프랑스문학기행에서도 참고하게 되는군...
사진은 드골공항(1터미널) 에서 이동중에 찍었다...